2나노 경쟁 본격화…삼성 '엑시노스·테일러팹'에 시선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6.01.04 07:00  수정 2026.01.04 07:00

TSMC, 2나노 공식화…엔비디아·애플 등 핵심 고객 선점

삼성, 엑시노스 중심 적용…미국 생산이 변수로 작용할 듯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삼성전자

대만 TSMC가 2나노(㎚·10억분의 1m) 공정 양산을 공식화 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의 선단 공정 경쟁이 한 단계 더 격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2나노 양산에 돌입했지만, 고객사와 물량, 적용 제품 등에서 양사의 격차가 분명한 상황이다. 다만 '미국 생산'이라는 지정학적 변수는 이러한 구도에 균열을 낼 요인으로 점쳐진다.


4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지난달 31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대만 가오슝 난쯔과학단지의 22팹에서 2나노(N2) 제품을 양산 중이라고 밝혔다. TSMC는 "2나노(N2) 기술은 계획대로 4분기 대량생산(양산)을 시작했다"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우수한 연산 성능, 전반적인 에너지 효율 최적화를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TSMC의 이번 2나노 공정에는 기존 3나노까지 적용해온 핀펫(FinFET) 구조 대신, 네 면을 모두 감싸는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가 도입됐다. 이번 2나노 공정을 스마트폰, 고성능컴퓨팅(HPC), 인공지능(AI) 반도체 생산에 적용할 방침이다. 대만 외신에서는 TSMC가 2나노 공정 수율이 예상치를 뛰어넘어 1.4나노 공정 공장의 생산 시기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전해진다.


TSMC가 2나노 양산을 공식화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업계의 최첨단 공정 경쟁은 보다 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삼성전자(2나노)와 인텔(1.8나노)은 양산을 앞서 시작한 상태다. 다만 업계는 '누가 먼저 양산을 시작했는지'보다 '누가 가장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가 2나노 시대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2나노 시대'가 열린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중요한 건 '최초'의 타이틀이 아니다"며 "누가 어느 기업에 물량을 공급하는지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 지점에서 TSMC의 우위는 분명하다. 엔비디아, AMD, 애플, 퀄컴 등 핵심 고객사가 TSMC의 2나노 공정을 선택했다. TSMC의 2나노가 특정 제품이 아닌 '주력 양산 노드'로 자리 잡았다는 점에서 다른 경쟁사들과는 결이 다르다.


삼성전자는 현재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2600에 2나노 1세대 공정(SF2)을 적용해 양산 중이다. 지난해 테슬라의 AI5·6 칩을 수주하고, 구글·AMD와 2나노 기반 AI 칩 생산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본격적인 생산은 1~2년 후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2나노 공정은 사실상 엑시노스에 치중된 반면, TSMC의 2나노 공정은 고객사 전반으로 확대된 양상이다.


성능에서도 체감 격차는 크다. 삼성전자가 공개한 SF2 공정의 PPA(전력·성능·면적) 개선치는 3나노 2세대 대비 전력 효율 8%, 성능 5%, 면적 5% 수준이다. 이는 양산 중인 엑시노스 2600 기준으로 해석된다. 반면, TSMC의 N2 공정은 기존 N3E(3나노) 대비 동일 전력에서 10~15%의 성능 향상, 동일 성능에서 25~30%의 전력 절감 효과를 목표로 설계됐다.


대만 정부가 국가핵심기술 수출 제한 규정인 'N-2' 정책으로 TSMC의 미국 내 팹에 2나노 공정 도입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경쟁 구도에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N-2 원칙은 대만 첨단 기술을 해외 공장에 도입할 때 최소 두 세대 뒤처진 기술만 허용하는 제도다. 자국 기업의 기술 우위를 인위적으로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2027년 가동 예정인 TSMC의 애리조나 2공장의 경우 3나노 공정 양산이 예고된 상황이다. N-2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주요 빅테크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메이드 인 USA' 반도체 경쟁에서만큼은 삼성전자가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 내에서 첨단 공정을 안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반도체 기업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부각될 여지가 있다. 2나노의 무대가 미국 본토로 옮겨가는 구도는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하는 데 있어 발판이 될 수 있다.


업계는 삼성전자가 이미 양산에 돌입한 엑시노스 2600의 시장 안착 여부와 함께,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팹의 안정적인 가동이 향후 2나노 경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TSMC의 업력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시장이 TSMC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지만, 삼성이 엑시노스를 성공시키고, 미국 팹의 가동을 안정화하면 격차를 줄이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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