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정부에 송환 요구하라"…李대통령, 쿠팡 사태로 '친중' 논란 넘어설까

김주훈 기자 (jhkim@dailian.co.kr)

입력 2025.12.02 04:00  수정 2025.12.02 04:00

경찰 "수사 중…국적 말하기 어려워"

野, '친중 노선'에 불만 분출 '송환 압박'

"요구 못 하면 '친중 정권' 자인"

李, 보고 받았지만 지시는 '아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앞서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뉴시스

3000만건이 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벌인 용의자가 쿠팡에서 근무했던 중국 국적 직원이라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경찰은 수사 중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지만, 야권에선 "중국 정부에 체포와 국내 송환을 공식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이재명 정부의 이른바 '친중' 논란에 쌓인 불만이 이번 사태로 분출되는 분위기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페이스북을 통해 "쿠팡에서 이미 퇴사한 중국인 직원의 소행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범인이 정보 유출 뒤 쿠팡 측에 협박 메일을 보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며 "경찰은 중국 당국과의 국제 공조를 통한 총력 수사로 진실을 규명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현재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용의자가 사용한 인터넷 주소(IP)를 확보해 추적 중이다. 다만 고객 정보를 유출했다는 용의자가 중국 국적이라는 의혹에 대해선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서울 종로구 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쿠팡에서 근무했던 중국 국적 직원이 고객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여러 가능성이 있어 제출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수사 중이고 국적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용의자를 중국인으로 특정하고 중국 정부와의 공조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단순히 개인정보를 대규모 유출한 범인을 신속하게 잡아야 한다는 의도만 담긴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이재명 정부는 국내에서 벌어진 중국인 혐오·차별에 대해 강도 높게 대응해 왔는데, 야권은 오히려 우리 국민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지적해 왔다. 그러다 보니, 이 대통령의 중국 공조 요청 여부가 사실상 '친중 논란' 시험대라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나경원 의원은 지난 30일 "중국의 수사력과 통제력을 감안하면 의지만 있으면 주요 용의자의 소재 파악과 신병 확보는 하루면 가능하다"며 "이 대통령이 이 정도 사건에도 중국 정부에 정식 수사·체포·송환을 분명하게 요구하지 못하면, 이재명 정권은 국민 기본권보다 중국 눈치를 먼저 보는 '친중 쎄쎄 정권'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1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친중'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 '실용 외교'를 기반으로 여러 차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미동맹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한중 관계는 안정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외교 기조다. 사실상 한국이 두 강대국 사이에서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중재자'로서 역할을 한다면 활동 폭을 넓힐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튀르키예 앙카라로 향하는 공군 1호기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도 중간에 낀 '새우' 신세가 될 수 있지만, 하기에 따라 양쪽을 중재하며 활동 폭을 얼마든지 넓힐 수 있다"며 "한미 동맹은 '복합 동맹'으로 발전시켜야 하고, 중국과의 경제 협력도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하는 만큼, 두 가지는 결코 양립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권은 이 대통령이 '균형 외교'를 추구하면서도 우리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면서까지 중국인에 대한 우호적인 정책을 펼치는 것을 지적해왔다. 대표적으로 정부의 '반중 집회' 대응이다. 지난 9월 김민석 국무총리까지 나서 필요할 경우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강력하게 조치할 것을 지시하자, 야권에선 "정작 반미 시위는 모른 척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여기에 이 대통령이 지난 10월 "국익과 국가 이미지를 훼손하는 백해무익한 자해 행위를 완전히 추방해야 한다"고 비판 수위를 높이자, 여당에선 이른바 '중국 명예훼손·모욕 처벌법'까지 발의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법안을 발의한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국 보호법' 논란에 "중국 등 특정 국가를 염두에 둔 법이 아니고, 허위·모욕 행위를 처벌하자는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국민의힘은 "'특정 국가'라고 지칭했지만, 실제론 중국 정부나 중국 공산당의 행태를 비판하면 처벌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한 후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결국 이재명 정부가 불붙인 '친중 논란'은 야권의 불신을 키운 모양새가 됐다. 현재 용의자에 대해 경찰이 수사 중이지만, 중국 국적 내부 직원 소행으로 밝혀졌을 경우 이 대통령이 직접 송환 요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당 일부에서도 중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야당에선 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을 경우 '친중' 논란을 인정하는 상황이라며 압박하고 있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최고위원은 "이 대통령이 중국 정부에 수사·체포·송환 요구를 하지 않을 경우, '중국 눈치보기' 논란이 가속화 붙을 것"이라면서 "국가의 존재 의무는 국민과 생명과 재산, 안전을 보장하는 일인데, 이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국가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은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차례 해킹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보안 공백'이 누적된 결과라는 주장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달 30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와 민주당 과방위 위원들은 반복되는 보안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체계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며 "지난 정부에서 반복되는 해킹 사고에도 불구하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지 못해 보안 공백을 누적해 왔으며. 이러한 위험이 결국 국민 피해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제도 보완 필요성만 언급한 채, 수사에 대해선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에 대해 보고 받았지만, 구체적인 지시는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 현실은 대규모 유출 사고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며 "기업의 책임이 명백한 경우 제도가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고 전은수 부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전 부대변인은 '이 대통령에게 보고가 이뤄졌는가'라는 질의에는 "이 대통령에게 보고 됐을 것"이라면서도 "별도로 직접 메시지를 내리진 않았지만, 내일 국무회의가 있는 만큼 (메시지를) 조금 기다려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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