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회계’ 시대 종료…생보사 회계기준 모두 원칙으로 돌린다

김민환 기자 (kol1282@dailian.co.kr)

입력 2025.12.03 07:10  수정 2025.12.03 07:10

유배당보험 회계 정비…예외조치 3년 만에 종료

IFRS17 취지대로 정렬…계약자 몫 자본 분류로 전환

계약자 권리 공시 강화…킥스 건전성 영향은 제한

생명보험업계 전반에 한시적으로 허용돼 온 이른바 ‘일탈회계’가 내년부터 중단된다.ⓒ연합뉴스

생명보험업계 전반에 한시적으로 허용돼 온 이른바 ‘일탈회계’가 내년부터 중단된다.


새 보험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초기 혼란을 막기 위한 예외적 조치였지만, 제도가 안착한 만큼 더 이상 예외를 둘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생보사 전체가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몫을 원칙회계 체계에 따라 처리하게 되며, 업계 전반의 재무제표 구성 방식도 조정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한국회계기준원은 지난 1일 생명보험협회의 질의에 따라 질의회신 연석회의를 열고 생명보험회사의 일탈회계를 더 이상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확정했다.


금감원은 이번 결정에 대해 회계정책 변경이지 오류 수정은 아니라는 입장이며, 과거 회계처리가 감리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


일탈회계 폐지는 올해 결산부터 적용하고, 투자자 비교를 위해 2023~2024년 재무제표도 새 기준으로 재작성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일탈회계를 계속 적용하면 한국을 IFRS 전면도입 국가로 보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었다”고 밝히며, 국제기준과의 정합성이 이번 결정의 핵심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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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배당보험 회계 구조가 논의 계기…삼성생명 사례로 부각


ⓒ삼성생명

이번 조치가 특정 보험사를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일탈회계 논의가 촉발된 배경에는 과거 유배당보험 판매 구조가 있다.


삼성생명은 1980~90년대 유배당보험을 판매하면서 받은 보험료로 삼성전자와 삼성화재 등 계열사 주식을 꾸준히 매입해 왔다.


당시 취득한 지분은 지금까지 매각되지 않았고, 유배당보험 구조상 향후 지분을 처분해 매각차익이 발생할 경우 그 일부를 계약자에게 배분해야 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삼성생명은 계약자 몫을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부채 항목으로 장부에 반영해 왔다.


IFRS17은 기업이 보유한 주식을 실제로 매각할 계획이 없다면 해당 지분에서 발생할 잠재적 이익을 ‘현재 존재하는 의무’로 보지 않고 자본으로 처리하도록 규정한다.


이 때문에 유배당보험 계약자의 몫을 부채로 별도 표시해 오던 방식과 IFRS17의 원칙 사이에 괴리가 발생했고, 업계에서는 계약자 몫을 재무제표 어디에 반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혼란이 커졌다.


금감원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2022년 말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부채 항목을 한시적으로 허용해 과도기적 해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올해 삼성생명이 보유하던 삼성전자 지분 일부를 법정 한도 준수를 위해 매각하면서 “매각 계획이 없다”는 전제가 흔들렸고, 국제기준 도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다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예외 조치가 특정 회사에 대한 특혜 논란을 반복적으로 불러온다는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이번 결정이 삼성생명의 지분 매각과 직접적 연관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금감원은 “삼성전자 지분을 올해 매각한 것은 회계상 원칙회계 복귀의 고려요인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고, 이찬진 원장도 “그 당시에는 필요가 있었다고 판단한 부분이 있고 지금은 그런 필요성이 없다”며 “우리가 비준해 채택한 정상적인 국제회계기준대로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즉, 당시에는 IFRS17 도입 초기 혼란을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예외를 허용했으나, 제도가 안착한 지금 시점에서는 더 이상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다.


계약자 몫은 자본으로 이동…주석 공시로 권리 보완


업계에서는 일탈회계 종료 이후 생보사는 유배당 계약자의 지분 몫을 부채가 아니라 자본 항목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 9월 기준 12조8000억원 규모의 계약자지분조정이 자본으로 이동하게 되며, 이 금액은 기타포괄손익누계액 등 자본 항목으로 편입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계약자 배당권이 약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금감원은 “계약자 배당은 실현이익이 발생해야 지급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회계 분류와 무관하다”며 재무제표 주석 공시 강화로 계약자 권리를 명확히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킥스·감독회계는 기존 체계 유지…“실질 영향 제한적”


아울러 재무구조 변화에 대한 관심과 달리, 업계 핵심 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K-ICS·킥스)비율에는 실질적인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계약자지분조정은 이미 건전성 회계에서 일정 부분 자본으로 인정돼 왔고, 요구자본에 반영되는 리스크 가중 구조도 2023년부터 적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회계상에서는 계약자지분조정 계정이 삭제되고 자본으로 이동하지만, 감독회계와 건전성회계에서는 현행 기준이 그대로 유지된다.


킥스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계약자지분조정 금액은 이미 가용자본 산정 과정에서 리스크 조정 후 반영되고 있어 회계정책 변경이 비율을 개선하거나 훼손하지 않는다.


결국 생보사들은 유배당 계약 관리 강화, 주석 공시 확대, 자본·부채 재분류 등 내부 조정은 불가피하지만, 업계 전반의 실질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회계상 표기만 달라지는 것일 뿐 실질적인 변화는 거의 없다”며 “감독회계에서는 여전히 부채로 보도록 돼 있어 소비자 혼란을 유발할 만한 이슈도 대부분 해소됐다. 자본 계상으로 바뀌더라도 계약자 몫이라는 점은 재무제표에서 그대로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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