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금융이 잔인”·“금융계급제” 지적
하반기 들어 서민금융상품 금리 잇달아 인하
“시장 논리 왜곡…고신용자와의 형평성, 은행 수익성 악화 문제도”
은행들이 올 하반기 들어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의 금리를 잇달아 인하했다.ⓒ연합뉴스
지난 10월 시중은행의 저신용자 신용대출 금리가 전월 대비 1.0%포인트(p) 넘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서민·취약계층 대출의 우대금리를 잇따라 높인 데다, 정부의 포용 금융 확대 기조까지 맞물리면서 내년에는 저신용자 금리 인하 속도가 고신용자보다 더 빨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4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월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저신용자(신용점수 600점 이하) 대상 가감조정 금리(우대금리)는 전월 대비 0.14~1.15%p 올랐다.
이는 하반기 들어 은행들이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상품의 금리를 잇달아 인하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은 9월부터 ‘새희망홀씨대출 특별지원 우대금리’를 기존 1.0%p에서 1.8%p로 확대했다.
KB국민은행 역시 서민금융상품인 ‘KB새희망홀씨Ⅱ’의 신규 금리를 10.5%에서 9.5%로 1.0%p 낮췄고, 하나은행도 9월 새희망홀씨 금리를 0.1%p 인하했다.
우리은행은 ‘우리 새희망홀씨Ⅱ’에 저신용자 전용 우대 항목을 신설해,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외부 CB등급 기준)인 고객에게는 0.3%p의 금리 우대를 적용하고 있다.
여기에 5대 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508조원을 생산적·포용 금융에 투입할 계획이며, 이 중 약 70조원을 취약계층 지원에 할당했다.
이 자금은 서민금융 대출, 사회적 배려계층 지원, 상생 프로그램 확대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금리가 연 15%인 일부 서민대출에 대해 “잔인하지 않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가난한 사람이 더 높은 금리를 내는 구조는 금융계급제”라며 금리 구조 개선과 금융 취약계층 지원 확대를 재차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주도의 금리 우대가 시장 논리 왜곡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고신용자와의 형평성 문제뿐 아니라 은행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신용자 대출은 연체·부도 위험이 높아 가산금리가 높게 형성되는 것이 정상”이라며 “위험 대비 수익을 고려한 합당한 가격 책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은행이 손실을 떠안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저신용자 금리 하락이 단순한 우대금리 확대나 정책적 의지의 결과라기보다는 대출 자체가 워낙 줄어들며 통계상 평균 금리가 내려간 것처럼 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체 대출 모수가 감소한 상황에서 저신용자 중심의 정책대출이 상대적으로 늘다 보니 평균값이 왜곡됐을 수 있다”며 “600점 이하 저신용자는 시중은행에서 사실상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극히 일부 대출이나 정책자금 대출이 포함되면 평균 금리가 크게 등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정부의 생산적·포용 금융 확대 기조 속에 가계대출은 조이고 정책자금 대출은 풀리는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정책 대출의 낮은 금리가 통계상 저신용자 금리를 낮춘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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