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약발 안 먹히네"…굳건한 달러 수요에 환율 하락 난망

정지수 기자 (jsindex@dailian.co.kr)

입력 2025.12.11 16:12  수정 2025.12.11 17:07

미 기준금리 인하에 한미 금리차 축소

원화 강세 요인이지만 1470원대 회귀

달러 매수세가 환율 방어선 뚫어

미 연준은 현지시간 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3.50~3.75%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 AP/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연속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로써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좁혀졌지만, 이번 조치가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론적으로는 한미 금리차 축소가 원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자산 매입 등 구조적인 달러 수요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 연준은 현지시간 1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3.50~3.75%로 0.25%포인트(p) 인하했다. 올해 들어 세 번째이자 3연속 인하 조치다.


연준은 최근 고용 시장의 하방 위험이 증가했다는 판단 아래 통화 완화 기조를 유지했다.


이로써 한국과 미국 간의 기준금리 격차는 상방 기준 1.50%p에서 1.25%p로 좁혀졌다.


한미 금리차는 지난 2022년 역전된 이후 올해 5월 역대 최대 폭인 2.00%p까지 벌어졌다가 최근 다시 축소되는 추세다.


통상적으로 금리차가 줄어들면 달러 대비 원화의 상대적 매력도가 높아져 외국인 자금 이탈이 줄고 환율이 안정된다.


실제로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미국의 금리 인하 소식을 반영해 전 거래일 대비 5.9원 내린 1464.5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장 초반에는 달러 약세 압력이 작용하며 1463~1465원 선에서 등락을 거듭했다.


그러나 하락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다시 1470원 선을 뚫으며 이날 주간 거래는 전 거래일 대비 2.6원 상승한 1473.0원에 마감했다.


시장의 기대감이 이미 선반영된 데다,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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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속도 조절을 시사한 점도 달러 강세를 지지했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가 중립 금리로 추정되는 범위에 있다"며 "기다리면서 경제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지켜보기에 좋은 위치에 있다"며 인하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외환시장 수급 구조에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과의 금리 격차보다 국내 기관과 개인의 해외 투자 증가, 기업의 달러 비축 수요 등 '달러 사자' 흐름이 환율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0일 김종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한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문제를 거론한 바 있다.


김 위원은 최근 원·달러 환율 급등의 배경으로 "국민연금을 포함한 자산운용사, 개인 등이 여러 목적에 의해 상대적으로 수익이 높은 해외에 투자하면서 달러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은의 분석 결과, 최근 환율 상승 요인 중 60~70%가량이 이러한 수급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차와 같은 거시경제 변수보다 실수요가 환율을 움직이는 주된 동력이 됐다는 의미다.


설상가상으로 대외적 악재도 겹쳤다. 원화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엔화가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4월 140엔 초반대에서 최근 150엔 중후반대까지 오르며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 엔화 약세는 글로벌 시장에서 원화 가치를 동반 하락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한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국은행은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오전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일본의 금리 인상과 EU·호주 등의 통화정책 기조 전환 움직임, 주요국 재정 건전성 우려, 미·중 무역협상 관련 불확실성 등 대외 리스크 요인이 상존한다"며 "경계감을 가지고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당분간은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달러 약세와 외국인 자금 유입 가능성, 정책당국 대응을 감안하면 1400원 초중반대에서 등락할 것으로 보인다"며 "1분기 중 하락 폭이 확대될 여지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서학개미뿐 아니라 연기금을 비롯해 달러 수요 자체가 급증하며 환율이 상승압력을 받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달러가 시장 예상보다 크게 절하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 1300원대로 내려가긴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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