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만 되면 ‘대출 셧다운’…해외엔 없는 연간 총량규제, 언제까지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입력 2025.12.16 15:19  수정 2025.12.16 15:25

연말마다 반복되는 대출절벽, 총량규제 부작용 재현

미국·영국은 상환능력 중심, 연간 총량 관리 안 해

“12월 잠기고 1월 리셋”…실수요자 피해 구조화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이미 상당 부분 소진하면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문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연말이 다가오면서 가계대출 창구가 닫히는 현상이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설정한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대출 취급을 제한하면서, 이사자금·임차보증금 반환 등이 절실한 실수요자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2월엔 안 되고 1월엔 된다’는 대출절벽 현상이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들은 연간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이미 상당 부분 소진하면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문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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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올해(지난달 20일 기준) 가계대출 증가액은 7조8953억원으로 당초 설정한 한도 목표인 5조9493억원보다 32.7% 초과됐다.


이에 일부 은행은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는 물론, 생활안정자금 목적 주담대까지 중단하며 연말 총량 관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은행들은 연초 설정된 연간 목표를 초과할 경우 당국의 관리 대상이 되는 만큼, 연말엔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런 연간 단위 총량 규제가 해외 주요국에서는 사실상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라는 점이다.


미국의 경우 가계대출을 총액으로 관리하지 않고, 차주의 신용점수와 소득 대비 부채비율(DTI), 은행 단위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통해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심사한다.


은행이 감수해야 할 자본규제와 연체 책임이 명확해 대출 규모는 시장과 리스크 판단에 맡겨져 있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영국 금융당국은 고소득 대비 과도한 대출을 제한하기 위해 DTI가 높은 대출의 비중만 제한할 뿐, 연간 대출 총량을 설정하지는 않고 있다.


유럽 주요국 역시 담보인정비율(LTV)과 소득 요건을 중심으로 규제를 운용하며, 경기 과열 시 규제를 강화하되 특정 시기에 대출을 일괄 차단하는 방식은 사용하지 않는다.


캐나다는 모기지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해 기준금리보다 높은 가상 금리를 적용해 상환능력을 검증한다. 이 과정에서 위험한 대출은 자연스럽게 걸러지지만, 연말·연초에 따라 대출 가능 여부가 갈리는 구조는 아니다.


해외 가계 대출 규제들은 공통적으로 ‘언제 대출을 받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정부 규제에 연간 총량 목표를 기준으로 대출을 관리하다 보니, 매년 연말이 되면 은행의 리스크 관리보다 물량 통제가 우선되는 구조로 고착 됐다.


이 과정에서 실수요와 투기 수요를 구분하지 못하고, 정책 편의에 따라 공급이 일시에 차단되는 부작용이 반복되고 있다.


금융 현장에서 체감하는 문제도 유사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대출 승인률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현상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며 “금융사들이 연말에 사실상 대출 ‘TO’를 정해두고 관리하다 보니 12월에는 잠겼다가 1월이 되면 다시 리셋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기관들은 당연히 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사실은 관치금융의 대표적인 사례”라며 “연말에 이사나 자금 수요가 발생한 소비자들은 충분한 신용도를 갖고 있어도 주거래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공급 관리 문제로 실수요자가 피해를 입는 상황은 분명한 구조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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