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면 사라지는 이자는 옛말... 원금 쓰고 수익 챙기는 '스테이블코인 2.0' 온다"[인터뷰]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입력 2025.12.17 15:13  수정 2025.12.17 15:25

테더(Tether) 공동 창립자 리브 콜린스의 새로운 도전 'STBL'

"기존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가 수익 독식…사용자에게 돌려줘야"

원금(USST)·수익(YLD) 분리한 듀얼 토큰 모델 제시

지난 3일(현지시간) 두바이에서 열린 '바이낸스 블록체인 위크 2025' 현장에서 만난 리브 콜린스(Reeve Collins) STBL 공동 창립자 겸 회장. ⓒ데일리안 황지현 기자

10년 전, 법정화폐인 달러를 블록체인 위로 옮겨온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은 가상자산 시장의 유동성을 폭발시킨 혁명이었다. 하지만 그 혁신은 '자금 이동의 편리함'이라는 1세대 모델에 멈춰 있었다. 내가 맡긴 돈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이자 수익은 발행사가 독차지하고, 담보 자산이 어디에 어떻게 보관되는지 알 수 없는 불투명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사용자가 금융 주권을 되찾기 위해서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송금 수단을 넘어 '소비'와 '투자'를 분리해주는 역할을 해야 하며, 그걸 가능케 해주는 '스테이블코인의 2차 진화'가 이제 막 태동하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간) 두바이에서 열린 '바이낸스 블록체인 위크 2025' 현장에서 만난 리브 콜린스(Reeve Collins) STBL 공동 창립자 겸 회장은 "지난 10년간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은 전혀 진화하지 않았다"며 "이제는 백엔드 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콜린스 회장은 오늘날 시가총액 1863억 달러(약 276조원)에 달하는 스테이블코인 USDT를 발행하는 기업, 테더(Tether)를 10년 전 공동 창립한 인물이다. 테더를 통해 '블록체인 위의 달러'라는 개념을 처음 세상에 내놓았던 그가 이제는 자신의 유산을 뛰어넘을 새로운 프로젝트 'STBL'을 들고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문제를 '담보의 불투명성'과 '수익의 독점' 두 가지로 꼽았다. 콜린스 회장은 "중앙화된 발행사들은 사용자들의 예치금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이를 나누지 않는다"며 "STBL은 담보 자산의 100%를 온체인에 공개해 신뢰 문제를 해결하고 발생한 수익을 사용자에게 돌려주는 '스테이블코인 2.0'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STBL은 이를 위해 자산을 '원금'과 '수익'으로 쪼개는 듀얼 토큰 구조를 채택했다. 사용자가 국채 등 담보를 예치하면 이자는 수익 토큰인 'YLD'로 쌓이고, 원금은 'USST'라는 별도의 스테이블코인으로 발행된다.


콜린스 회장은 "기존의 수익형 스테이블코인들은 돈을 쓰려면 이자 수익도 포기해야 했다"며 "STBL의 혁신은 여기 있다. 당신은 USST로 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결제를 하면서도(원금 소비), 지갑 속에 있는 YLD 토큰을 통해 계속해서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힘줘 말했다. 원금의 유동성과 자산의 수익성을 분리해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이러한 구조는 규제 측면에서도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다. 그는 "이자 수익을 주는 YLD는 증권(Security)으로 분류해 철저한 신원인증(KYC)을 거치게 하고 이자가 붙지 않는 USST는 순수한 결제 수단으로 자유롭게 거래되도록 했다"며 "이는 규제 당국이 고민하는 증권성 시비에서 벗어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콜린스 회장은 이 모델이 실물연계자산(RWA) 시장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앱)'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단순히 국채를 토큰화해서 3~5% 이자를 받으며 가만히 두는 건 지루한 일"이라며 "STBL을 통하면 10% 수익이 나는 우량 자산을 담보로 잡고 수익은 수익대로 챙기면서 원금을 유동화해 생활비로 쓸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한국의 가상자산 거래량이 e스포츠 시장을 능가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의 잠재적 거래량 역시 폭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콜린스 회장은 미래 금융 환경에 대해 "결국 사용자는 어떤 스테이블코인을 쓰는지조차 모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미래에는 인공지능(AI) 에이전트가 가장 빠르고 저렴한 경로를 찾아 자동으로 통화를 처리해 줄 것"이라며 "사용자는 그저 '가치를 전송'하기만 하면 된다.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은 이전에 양질의 통화에 접근할 수 없었던 사람들을 글로벌 금융 인프라에 연결해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인터뷰'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황지현 기자 (yellowpaper@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