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혐의로 실형 구형 받아
검찰은 "전형적인 내부자거래 사건"이라 규정
재계·법조계 일각선 특정 인물들 역할에 주목
제로 쿠·비비안 쿠 등 실질 규명 필요하단 의견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지난달 1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데일리안 정인혁 기자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주식 부정 거래 혐의로 실형을 구형 받은 LG가(家) 장녀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와 남편 윤관 블루런벤처스(BRV) 대표의 송사(訟事)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검찰은 "전형적인 내부자거래 사건"이라고 이 사건을 규정하며, 판단을 재판부에 넘겼다. 그러나 법정 밖에서는 또 다른 물음표가 찍히며, 새로운 질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16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김상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윤관 대표에게 징역 2년과 벌금 5000만원을, 구연경 대표에게 징역 1년과 벌금 2000만원, 추징금 1억566만원을 각각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의 판단은 명확했다. 구 대표가 2023년 4월 12일 코스닥 상장 바이오기업 메지온 주식 3만5990주(약 6억5000만원)를 매수하는 과정에서, 남편 윤 대표로부터 '메지온의 5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추진' 미공개 정보를 전달받아 1억원 이상의 미실현 부당이익을 취득했다고 주장했다. 윤 대표는 BRV 최고투자책임자로서 메지온 관련 정보를 아내에게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판 쟁점은 BRV의 메지온 투자 결정 시점과 구 대표 주식 매수와의 연관성이다. 양측은 이 '시점'을 두고 첨예하게 맞섰다.
다만 재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 사건을 오직 '시점'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사건의 흐름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특정 인물들 역시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에는 당시 나이 80세 안팎으로 추정되는 브로커 '제로 쿠'가 등장한다. 제로 쿠는 윤관 대표의 부친과 의형제 관계라고 알려진 의문의 인물로, 윤관 대표와 메지온 측을 연결한 것으로 진술됐다. 구연경 대표 역시 메지온이라는 기업을 처음 알게 된 경로로 제로 쿠를 지목했다.
구체적으로 구 대표는 2022년 10월 중순 경 제로 쿠를 통해 메지온에 대해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후 6개월 가량 지난 2023년 4월, 실제 주식 매수가 이뤄졌다. 윤 대표도 아내 구연경 대표와 비슷한 시기에 제로 쿠를 통해 메지온을 알게 됐다고 진술했다. 부부는 오랜기간 제로 쿠를 '삼촌'이라 부르며 지내온 관계라고 설명했다.
2023년 12월 윤 대표는 제로 쿠 주선으로 메지온 박동현 대표와 오찬을 했고, 이후 BRV의 메지온 투자 검토가 진행됐다. 4월 11일 투자 조건이 구체화됐고, 17일 투자심의위원회를 통해 '유상증자 500억원 조달' 결론에 도달했다.
이 과정에서 또 하나의 장면이 포착된다. 검찰과 부부 측 변호인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2023년 4월 1일과 10일 메지온 박동현 대표는 BRV코리아 소개비 명목으로 수수료 3%를 지급하는 내용의 계약서를 제로 쿠에게 전달했다. 결과적으로 약 15억원이 제로 쿠에게 흘러갔다.
이 때문에 법조계 일각에서는 제로 쿠의 역할이 추후 추가로 논의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고령의 인물이 수십억원의 수수료를 전제로 이 같은 구조를 설계했다는 점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특정 역할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다. 능동적 주체가 아닌, 수동적 주체였을 가능성에 주목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인물은 윤관 대표가 진행 중인 또 다른 소송에서도 등장한다. 윤 대표는 2016~2020년 국내에서 발생한 배당소득 221억원에 대해 종합소득세 123억원을 부과받았고,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윤 대표를 국내 거주자로 판단하며 과세가 정당하다고 봤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BRV케이만 지분 60%를 보유한 것으로 기록된 '비비안 쿠(Vivian Koo)'에 주목하고 있다. 재판부는 비비안 쿠의 실체와 지분 이전 경위를 윤 대표 측에 반복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명확한 설명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비비안 쿠를 윤관·구연경 부부의 최측근으로 해석하는 평가가 나온다.
윤 대표 개인과 부부를 둘러싼 일련의 재판에서는 실질이 규명되지 않는 여러 인물들이 등장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들을 사건의 구조 안에서 능동적으로 움직인 당사자라기보다 수동적으로 얽혀 들어간 인물로 해석하는 견해도 제시된다. 항소심 재판부가 집요하게 비비안 쿠의 실체를 요구하는 이유도 이 지점에 놓여 있다는 해석이다.
한편, 검찰은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와 관련해 구 대표의 투자 대상 기업과 윤 대표가 이끄는 BRV의 투자 대상 기업이 겹친다는 점, 윤 대표가 구 대표의 투자 전에 메지온 관계자들을 만난 점 등을 근거로 실형을 선고했다. 검찰은 부부라는 경제공동체가 사적 경로를 통해 주식거래를 했다는 주장이다.
구연경·윤관 부부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윤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제가 살아온 커리어 25년 경력을 걸고 검사님 지적처럼 중요한 미공개 정보를 철없게 처한테 권하고, 처는 받아서 사고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구 대표 역시 "내부 정보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어 남편 투자에 대한 대화는 없었다"며 "남편으로부터 메지온 얘기를 듣고 주식을 매수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는 내년 2월 10일로 선고 기일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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