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캐즘 지났다는데…관건은 '테슬라 아닌' 국산차 보급

편은지 기자 (silver@dailian.co.kr)

입력 2026.01.04 07:00  수정 2026.01.04 07:00

올해 전기차 보조금 규모 늘려…최대 580만→680만원

기후부 "캐즘 지나 보급 확대 추세…신차 출시 유도"

문제는 '국산 전기차' 보급…테슬라만 90% 이상 늘어

전문가 "전기차 보조금이 국산차 경쟁력 약화" 의견도

테슬라 모델 Yⓒ 테슬라 홈페이지

지난해 연간 전기차 판매량이 22만대를 넘어서면서 정부가 '캐즘(전기차 수요 정체)'을 넘어섰다고 판단했다. 이에 매년 줄어들던 전기차 보조금 규모를 올해는 작년과 동일하게 유지하고,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바꾸면 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등 본격적으로 판매 촉진에 돌입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작년 전기차 판매의 대부분이 테슬라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조금 소진과 관계없이 수요가 꾸준한 테슬라와 달리, 보조금에 민감한 국산차가 오히려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2일 ‘2026년도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방안(보조금 개편안)’을 공개했다. 전기차 보조금 규모는 매년 축소돼왔지만, 올해 전기차 보조금 규모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유지하기로 했다.


또,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내연차를 폐차 또는 판매하고 전기차를 구매하는 경우 추가로 지원하는 ‘전환지원금’도 처음 신설했다. 최대 100만원이며, 이에 따라 올해 전기차 보조금의 최대 지원 한도는 중형급 기준 기존 580만원에서 최대 680만원으로 늘어났다.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규모를 이례적으로 늘린 것은 본격적인 보급 확대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작년 전기차 연간 판매량이 22만대를 넘어서면서 '캐즘'을 넘겼다고 본 것이다. 실제 전기차를 판매한 이래로 연간 판매량이 20만대를 넘어선 건 지난해가 처음이다. 전기차 점유율도 10%를 넘겼다.


기후부는 "2023~2024년 캐즘 시기를 지나 2025년 국내 연간 최고 보급대수를 달성하는 등 보급이 확대되는 추세"라며 "이번 보조금 개편안은 예산 범위 내에서 보급 확대 추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효과적인 지원방안을 찾아내고 경쟁력 있는 신차 출시를 유도하는 한편, 전기차와 관련된 새로운 기술 및 산업의 도입·확산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지원금 확대가 '국산차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전기차 보조금 수령액이 큰 국산차와 전기차 보조금이 적은 수입차 간 격차가 지속되면, 오히려 전기차 보조금 없이는 국산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유럽 등 주요국들의 전기차 보조금 정책은 기본적으로 자국 업체의 판매 확대를 우선시한다. 기후부 역시 지난 수년간 국내 완성차 업체가 보조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보조금 개편안을 수정해왔다.


1회 충전 주행거리와 에너지 밀도가 높은 전기차를 판매하고, 정부가 지정한 혁신 기술을 적극 도입하거나 충전소 확대에 힘쓴 제조사를 중심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더 주는 방식을 택하면서다. 수입차 업체 대비 현대차·기아, KG모빌리티 등 국산 업체들의 보조금 수령액이 높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아 EV4 ⓒ기아

지난해 현대차·기아와 테슬라의 판매량 추이를 보면 보조금에 따른 수요변화가 두드러진다. 현대차의 작년 1~11월 전기차 판매량은 5만3529대, 기아는 5만9939대, 테슬라는 5만5594대로 비슷한 수준의 판매량을 올렸지만, 현대차·기아는 보조금이 소진되자 수요가 유독 크게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월별 추이를 보면 현대차·기아의 경우 보조금 소진이 본격화된 11월부터는 판매량이 급격하게 하락했다. 현대차의 11월 전기차 판매량은 3266대로 10월(4554대) 대비 28.3% 줄었고, 기아는 11월 3905대로 전월(7062대) 대비 절반가량 떨어졌다. 11월부터는 코리아세일페스타 등으로 전기차 할인을 내걸었음에도 구매 수요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반면 테슬라의 경우 보조금과 관계없이 판매가 지속됐다. 지난해 초 모델Y 부분변경 모델이 출시된 이후 평균 6000대~7000대 판매를 지속했으며, 지난해 9월엔 무려 한달간 9069대를 판매하기도 했다. 이어 10월 4350대로 주춤하다 11월 다시 7632대로 늘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전기차 전환 지원금과 같은 조치가 오히려 테슬라 구매를 부추길 수 있단 평가도 나온다. 전환 지원금은 구매보조금과 별개로 '내연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한 자'에게 지급하는 만큼, 보조금 없이도 구매가 지속되는 테슬라 수요에 오히려 불을 지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 전문가는 "국산 업체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보조금에 차등을 뒀더니, 테슬라를 살때 보조금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니 그냥 보조금 없이 사자는 수요가 오히려 늘어나는 결과를 낳았다"며 "테슬라가 전기차를 보급하는데 상당한 공을 쌓기는 했지만, 국산 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또 다른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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