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침하려 한다고 선전당해왔다…노동신문 왜 막아놓냐" 업무보고 '대북관' 논란

19일 李대통령 통일부·외교부 업무보고

"북한은 남쪽이 북침할까 걱정해 철책 쳐

노동신문 국민이 왜 못 보게 막아놓느냐"

野 "국군통수권자로서 하기 힘든 망언"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재외동포청)·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연일 우리 사회에 거센 논란을 불러오고 있는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보고가 이번에는 대북관 문제를 맞닥뜨렸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철책을 치고 방벽을 쌓는 것은 우리 대한민국이 북침할까봐 걱정해서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은 북한이 남침을 하려 한다고 선전당해 왔다면서, 국민들은 선전전에 넘어가지 않으니 북한 노동신문을 볼 수 있게끔 풀어주라고 지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9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통일부·외교부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전 (군사)분계선에 걸쳐 3중 철책을 치고 다리를 끊고 도로를 끊고 옹벽을 쌓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우리는 북한이 남침을 하려 한다고 선전당해왔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북한은 혹시 남쪽이 북침하지 않을까 걱정해서 3중 철책을 치고 방벽을 쌓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이어 "불필요하게 강대강 정책을 취해서 정말로 (남북이 서로를) 증오하게 된 것"이라며 "정략적 욕망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바늘구멍 하나도 (남북 대화의) 여지가 없다"며 "인내심을 갖고 개선해나가야 하는데 쉽지 않다. 일종의 업보"라고 탓했다.

이날 이 대통령은 우리 국민들이 '북한이 남침을 하려 한다'고 선전당해 왔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리 국민들은 선전전에 넘어가지 않는다면서, 북한 노동신문을 보지 못하게 막지 말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 노동신문을 못 보게 막는 이유가 국민이 그 선전전에 넘어가서 빨갱이가 될까봐 그러는 것 아니냐"라며 "국민을 선전·선동에 넘어갈 존재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 이것을 왜 막아 놓느냐"라고 질타했다.

조정훈 "대한민국은 북침 준비한 적 없어
목함지뢰에 장애 입은 장병 앞서 무슨 말"
주진우 "북한이 각종 무력 도발 감행한 게
대한민국이 잘못 대처해서 그런 것이냐"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사진 왼쪽)과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와 관련, 야권에서는 규탄·성토가 잇따랐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 중에 내놓은 발언이라기보다는 마치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대변인이라든지, 어느 다른 나라의 통수권자 같다는 게 야권의 비판이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은 남쪽이 북침할까봐 걱정한다' '(대한민국의) 탱크가 넘어올까봐 방벽을 쌓았다'고 말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믿기 어려운 충격적 발언"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의 대변인이냐"라고 물었다.

이어 "대한민국은 단 한 번도 북침을 준비한 적이 없다. 오히려 북한의 수 차례 무력 도발과 핵 위협을 감내해 왔다"며 "북한 목함지뢰로 영구 장애를 입은 대한민국 청년 장병, 그리고 천안함 피격으로 목숨을 잃은 46명의 용사들 앞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아울러 "대통령은 북한의 시각을 대변할 사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불안을 먼저 붙들어야 할 사람"이라며 "북의 핵과 미사일 앞에 위협받는 국민과 국군장병을 걱정하는 게 정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날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북한이 남한의 북침을 걱정해 3중 철책을 치고, 탱크라도 넘어올까봐 방벽을 쌓고 다리를 끊고 도로를 끊는다'고 했다"며 "북한은 독재 세습 체제 유지를 위해 각종 무력 도발을 감행했다. 그동안 대한민국이 잘못 대처해 그런 것이냐"라고 개탄했다.

이어 "북한이 원수인 척 하느라 핵무기 개발하고, 천안함 폭침하고, 우리 공무원을 피살했느냐"라며 "이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자로서 하기 힘든 망언들을 쏟아냈다. 안보관이 심각하게 안일하다"고 질타했다.

나아가 "이 대통령이 '6·25 남침'을 '1950년 전쟁'이라 표현했다. 북한의 무력 도발을 대한민국 탓으로 돌리지 말라. 어느 나라 통수권자냐"라며 "그동안 북한을 자극한 것이 미안해서 800만 달러 책갈피에 숨겨 김정은한테 바친 것이냐"라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