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의 주적은 '한동훈'인가 [기자수첩-정치]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5.12.23 07:00  수정 2025.12.23 07:00

'당게 사건 조사' '김종혁 중징계'에

한동훈, 결국 장동혁 작심 비판

내부 공통 목소리 "시점 잘못됐다"

굵직한 선거 앞두고 私心 배제돼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21일 경기 고양시 킨텍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과 싸우고 있는 나와 싸워서 정치적 탈출구를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결국 입을 열었다.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당원 게시판 사건' 조사 돌입, 친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한 당무감사위원회의 중징계 등 노골적인 압박에도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던 한 전 대표가 장동혁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최근 국민의힘의 흐름을 보면, 장동혁 지도부 체제에서 한 전 대표가 '제거 대상'처럼 비쳐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 전 대표가 이 같은 발언을 내놓은 배경에 대해 공감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물론 한 전 대표를 향한 당내 반감이 존재한다는 점 역시 부인하기는 어렵다. 장 대표로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약속한 공약을 이행하는 차원으로도 볼 수 있어, 최근 상황을 두고 무작정 비판만 쏟아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공유되는 공통된 인식은 분명하다. 지금은 한 전 대표를 밀어낼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년 6월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라는 굵직한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내홍이 깊어질수록 그 부담은 고스란히 당 전체가 떠안게 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는 특정 계파의 이해관계를 넘어, 선거를 앞둔 정당의 현실을 직시한 우려에 가깝다.


하지만 당 지도부의 시선은 내년 선거 전략보다 '배신자'로 규정된 인물을 정리하는 데 더 쏠려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당의 에너지가 향하는 방향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장 대표가 노선 변화와 쇄신 의지를 공식적으로 언급했지만, 한 전 대표를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려는 흐름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과거 친한계로 분류됐던 장 대표가 이제는 한 전 대표의 대표적인 앙숙으로 거론되는 현실 속에서 '화합'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냉소도 적지 않다. 결국 장 대표가 구상하는 외연 확장 구상에 한 전 대표가 포함될 가능성은 '0'에 수렴할 듯하다.


일각에서는 내년 지방선거가 정부·여당의 실책으로 국민의힘에 비교적 유리한 구도로 전개될 것이라는 희망을 근거로, 장 대표가 선거보다는 한 전 대표 정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지만 이 역시 낙관에 가깝다. 서울·부산 등 일부 광역단체장에서 기대감이 형성됐을 뿐, 다수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선거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이런 상황에서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당내에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를 향한 압박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이들에 대한 호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선거를 앞둔 정당이 스스로 전력을 깎아먹고 있다는 자각에서 나온 경고에 가깝다.


단합과 내부 결집을 거듭 강조해온 장 대표의 최근 행보가 과연 그 기조와 부합하는 지에 대해 당 안팎에서 '모순'이라는 지적 또한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한 전 대표를 비롯해 친한계를 배제하는 선택이 정말 내부 결집을 위한 길인지, 아니면 갈등을 정리한다는 명분 아래 또 다른 균열을 키우는 선택인 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아직 불투명하다.


역설적으로는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을 당이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널리 공유되고 있음을 방증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밀어낼수록 당 안팎에서는 "그래도 선거에서는 함께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갈등의 대상이면서도 동시에 배제하기 어려운 변수로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가 선거 국면에서 한 전 대표의 존재감과 영향력을 당이 쉽게 외면할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를 남긴다.


한 상임고문은 장 대표에게 선거에서는 '사심(私心)'을 배제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당대표의 행보 하나하나는 곧 당의 전략이자 메시지다. 그 판단이 개인의 정치적 계산이나 특정 인물 배제로 읽히는 순간, 그에 따른 책임은 결국 누군가가 떠안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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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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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승민도 있지!
    2025.12.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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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천억
    아무리 소리쳐보고 어그로를 부려도 한동훈은 안된다
    이런 배알머리도 없는 배신자는 도려내는것이 맞고 절대로 국민의 힘에  도움이 안된다
    절대로 한동훈은 뭉게버리고 말하는 소리에 귀조차 갖다 대지 말지니 
    이런 배신자는 이제 도려내자
    힘을 하나로 뭉치게 하자
    2025.12.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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