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달러' 릴리가 손대면 '뜬다'…국내 바이오 희비 가른 '릴리 효과'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입력 2025.12.26 06:00  수정 2025.12.26 06:00

1조 클럽 가입한 릴리, 제약사 중 유일

국내 바이오 업계 메가 스폰서로 부상

릴리와 계약에 에이비엘 등 바이오 주가 급등

일라이 릴리 관련 이미지 ⓒ한국릴리 홈페이지

글로벌 빅파마 일라이 릴리가 올해 국내 바이오 업계 ‘큰 손’으로 부상했다. 바이오 대어 릴리와의 계약 여부에 따라 기업 가치가 조 단위로 요동치는 이른바 ‘릴리 효과’가 올해 업계 전반을 관통하며 관련 기업들의 희비도 엇갈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소재 글로벌 빅파마인 일라이 릴리는 최근 시가총액 1조 달러를 돌파했다. 글로벌 증시에서 1조 달러 클럽에 가입한 기업은 총 11곳으로 명단의 대부분을 빅테크 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제약사 중에서는 일라이 릴리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이러한 일라이 릴리가 국내 바이오 기업을 낙점할 때마다 국내 기업의 가치도 크게 치솟고 있다.


올해 릴리 효과의 가장 큰 수혜자로 꼽히는 곳은 에이비엘바이오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지난 11월 일라이 릴리와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인 ‘그랩바디-B’ 기술이전 및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전체 계약 규모만 25억6200만 달러(약 3조7487억원)에 달하는 ‘잭팟’ 거래다. 에이비엘바이오는 계약금으로만 4000만 달러(약 585억원)를 수령한다.


주목할 점은 이후 릴리가 에이비엘바이오 지분을 직접 취득했다는 것이다. 릴리는 지난 11월 14일 에이비엘 보통주 17만5079주를 주당 12만5900원에 취득해 지분 0.31%를 확보하는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일라이 릴리가 국내 바이오 벤처의 지분을 직접 확보한 첫 사례로, 업계에서는 이를 장기 동맹의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릴리와의 협력 소식이 잇달아 전해지면서 계약 체결 이전 10만원 안팎을 오가던 에이비엘바이오 주가는 12월 22만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현재는 18만원 선으로 에이비엘 시가총액은 10조원을 돌파했다.


확보한 자금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순환 구조도 이어지고 있다.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 대표는 릴리와의 계약 체결 이후 “우린 R&D 중심 회사이기 때문에 흑자 자체가 절대적인 목표가 아니”라며 “(기술이전 등을 통해 확보한 현금을) R&D에 재투자 하는 선순환 구조의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올릭스도 대표적인 릴리 효과의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2월 릴리는 올릭스와 6억3000만 달러(약 9117억원) 규모의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및 대사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OLX702A’에 대한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릴리와의 계약 체결 소식이 전해진 지난 2월 7일 올릭스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해, 다음 거래일인 10일과 11일에도 주가가 치솟으며 3연속 상한가를 달성했다. 지난 24일 기준 12만7000원 선에서 거래된 올릭스 주가는 연초 최저가 대비 약 9.5배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5월 일라이 릴리와 1조9000억원 규모의 유전성 난청 치료제 개발을 위한 RNA 편집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알지노믹스가 릴리 효과의 화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지난 18일 알지노믹스가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첫 날 주가는 공모가 대비 ‘따따블’에 이르는 호가를 형성했다. 공모가 기준 2095억원이었던 시가총액 또한 24일 기준 2조3385억원에 육박하고 있다. 일라이 릴리와의 기술이전 계약에 더해 기관의 74% 가량이 기업 성장성에 베팅한 점이 주효했다.


하지만 일라이 릴리와의 협력이 꼭 호재로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릴리와의 협력 과정에서 발생하는 작은 변수나 지연 소식에 ‘조정의 시간’을 거치는 기업도 있다.


릴리와의 기술 평가 계약 종료 시점이 10개월 연장된 펩트론이 대표적이다. 당초 펩트론은 장기지속형 제형 기술인 ‘스마트데포’ 평가 결과를 이달 중 공시할 예정이었으나, 지난 1일 계약 기간이 기존 14개월에서 최대 24개월로 10개월 연장됐다고 밝혔다.


사측은 이를 “추가 물질 검토를 위한 긍정적 신호”라고 설명했지만 본 계약 체결 지연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며 한때 40만원 선을 넘보던 주가는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한 23만원 선까지 밀려났다. 릴리와의 계약 체결에 따른 기대감이 컸던 만큼, 작은 변수에도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며 조정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국내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일라이 릴리가 한국을 주요 라이선스-인 허브로 보고 국내 기업들의 특화된 플랫폼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릴리라는 거대 자본에 대한 시장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이소영 기자 (sy@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