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낸드 급등 여파 전방 산업으로 확산 중
완제품 원가 압박, 삼성 갤럭시 신작 인상 검토
IT 수요 전반에 영향 예상, 수요 둔화 우려도
갤럭시 북6 프로 제품 이미지ⓒ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개선 기대감은 높아지는 반면, 스마트폰·PC·TV·가전 등 전방 산업에는 원가 부담과 수요 위축 압력으로 되돌아오는 ‘양면 효과’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미 차세대 스마트폰의 출고가 인상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메모리 가격 상승이 완제품 가격과 IT 수요 전반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범용 메모리 쇼티지, 끝내 완제품 원가 압박?
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곧 출시 예정인 '갤럭시S26' 시리즈 국내 출고가를 전작인 '갤럭시S25' 대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델별로 256기가바이트(GB) 기준 4만 4000원에서 8만 8000원까지 인상 방안이 유력하다는 후문이다. 갤럭시S26 시리즈는 오는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갤럭시언팩'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최근 이어지는 고환율과 더불어 D램·낸드플래시 등 주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급등이 자리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DDR4 8Gb 1Gx8)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지난 2024년 말 1.35달러에서 지난해 말 9.3달러로 1년 만에 약 7배 급등했다. 특히 4분기(10~12월)에 들어서만 약 33% 상승했다.
메모리카드·USB용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128Gb 16Gx8 MLC)의 12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10.56% 오른 5.74달러를 기록했다. 1년 만에 약 3배 가까이 오른 수치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들이 수요가 폭발하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을 위해 범용 D램 생산을 줄인 결과다.
실제 메모리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글로벌 고객사에 판매하는 서버용 D램 가격을 전 분기보다 최대 70% 높게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공급자 우위' 시장이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1분기 공급업체들의 초기 계약 견적은 지난해 4분기 대비 50∼60% 인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올해 4분기보다 더 가파른 상승 폭"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시S25 스마트폰.ⓒ임채현 기자
급등하는 부품비, 소비자 가격 반영 시엔 수요 둔화로
이같은 메모리 가격 급등의 충격이 완제품 제조사에 직격탄으로 전가되지 않을까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스마트폰과 PC, TV, 생활가전에 이르기까지 제품 경쟁력의 핵심이 된 메모리 사양을 낮추기 어려운 상황에서, 제조사들은 급등한 부품비를 자체적으로 흡수하기보다 일정 부분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글로벌 메모리 3사가 AI·데이터센터 고객을 우선순위에 두면서, 모바일·가전·TV 등 범용 수요는 상대적으로 후순위로 밀리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라고 해서 예외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적용받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라며 "내부 사업부 역시 외부 업체와 유사한 수준의 가격·공급 압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 최초로 제미나이 탑재한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냉장고' 라이프스타일 이미지 ⓒ삼성전자
물론 공급자 관점에서의 상황은 긍정적이다. D램과 낸드 가격 상승, HBM 비중 확대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개선을 가속화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일부 증권가는 "가격 레버리지 효과가 반영되면서 메모리 업황이 초호황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이러한 호황이 장기적으로는 전방 수요를 위축시켜 다시 메모리 출하량을 둔화시키는 '부메랑 효과'로 돌아올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가격 전가가 시작되면 소비자가격 인상과 수요 둔화로 연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물가·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는 가운데 IT 제품 가격까지 상승하면, 스마트폰·PC·가전 교체 주기가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완제품 판매량이 줄어들 경우 메모리 출하량 증가세 역시 함께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메모리 업체가 가격 상승의 수혜를 보지만, 장기적으로는 IT 수요 축소가 다시 업황 조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익과 업황을 지키되, 시장을 멈추게 하지 않는 속도 조절이 올해 메모리 업계의 최대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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