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현안 쌓이는데 행장 인선 ‘안갯속’
인선 지연에 조직 불확실성 확대
차기 행장, 취임과 동시에 ‘험로’ 예상
지난해 12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한국노총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총파업 출정식이 열리고 있다. ⓒ뉴시스
IBK기업은행이 김성태 행장 퇴임 이후 차기 행장 선임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행장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노사 갈등 대응과 조직 운영 전반에서 의사결정 지연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총액인건비제를 둘러싼 임금 논란으로 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리더십 공백의 부담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김 전 행장이 지난 2일 이임식 없이 임기를 마친 이후 김형일 전무이사를 행장 직무대행으로 두고 있다.
직무대행 체제에서는 노사 협상이나 제도 개선과 관련한 중대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은행장은 금융위원회 위원장 제청을 거쳐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노사 갈등의 핵심은 총액인건비제 적용 문제다. 기업은행 노조는 총액인건비 제한으로 초과근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를 사실상 임금체불로 보고 있다.
노조는 문제 해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달 중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파업 찬반투표에서도 조합원 다수가 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해 말 기업은행 업무보고 과정에서 “총액인건비 제한으로 불법이 강요된 측면이 있다”며 해결을 지시했지만, 이후 제도 개선이나 예외 적용과 관련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행장 인선 지연은 내부 혼선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요 임원들의 임기 만료도 잇따라 예정돼 있어 이달 내 차기 행장이 정해지지 않을 경우 경영 공백이 연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도 “기관장 공백이 길어질수록 인사와 노사 협상 모두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차기 행장 인선을 둘러싼 하마평은 무성하지만, 금융당국과 정치권, 기업은행 내부 취재를 종합하면 ‘자천’ 성격의 물밑 움직임이 대부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인선의 키는 대통령실이 쥐고 있어, 최종 후보는 기존 하마평과 무관하게 정권 핵심 인사 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근 금융권 공공기관 인사에서 대통령 측근 인사가 잇따라 기용된 점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다.
예금보험공사 사장에 대통령과 사법시험 동기인 김성식 변호사가 내정되며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고, 금융감독원장 역시 대통령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찬진 금감원장이 지명돼 주목을 받았다.
기업은행 내부에서는 “금융위나 기재부 눈치를 보지 않고 총액인건비 문제를 정면으로 풀 수 있는 정치적 무게감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면 노조는 낙하산 인사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실제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 5일 성명서를 내고 “대통령 지시 사항을 이행하고 노사 분쟁을 해결할 행장을 즉각 임명하라”며 인선 지연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노조는 의지 없는 내부 출신이나 실력 없는 외부 낙하산 모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기업은행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총액인건비 문제를 둘러싼 노사 갈등 수습”이라며 “행장 인선이 늦어질수록 파업 리스크와 조직 불안이 동시에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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