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보니앤클라이드’가 11년 만에 무대로 돌아왔다. 작품은 1930년대 대공황 시기 미국에서 실존했던 2인조 강도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1967년 동명의 할리우드 영화로 제작되어 널리 알려졌으며, 뮤지컬로는 201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됐다. 국내에서는 2013년과 2014년 공연된 이후 이번 시즌이 세 번째 프로덕션이다.
ⓒ쇼노트
극의 배경인 1930년대 미국은 경제적 붕괴로 인해 사회 전체가 극심한 빈곤과 상실감에 빠져 있던 시기다. 보니와 클라이드는 이러한 시대적 압박 속에서 절도와 강도를 거듭하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다. 작품은 단순히 이들의 범죄 행각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난한 현실에서 벗어나 스타가 되기를 갈망했던 두 인물의 심리적 동기를 조명한다.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할리우드 스타를 꿈꾸던 보니와 감옥을 전전하며 사회에 대한 적개심을 키운 클라이드의 만남은, 비참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통로로서 범죄를 선택하게 만든다.
이 과정에서 극은 ‘기억되고 싶은 욕망’이라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대공황이라는 거대한 절망 앞에 무력해진 개인들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가난보다 ‘무명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보니와 클라이드가 범죄를 저지르며 신문에 자신들의 사진과 시를 보내는 행위는, 비록 비극적인 종말이 예견될지라도 세상에 존재감을 증명하겠다는 처절한 의지다. 작품은 이들이 택한 파괴적인 방식이 정당화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당시 대중이 왜 이들을 영웅시하며 열광했는 지에 대한 사회적 배경을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타인의 시선과 인정에 대한 인간의 근본적인 갈망을 시사한다.
이번 프로덕션의 무대 연출은 대공황기의 황폐한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철제 구조물과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텍사스의 삭막한 풍경을 묘사하며, 주인공들이 선망하는 할리우드적 환상과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를 드러낸다. 특히 극의 주요 장면인 자동차 추격전과 마지막 총격전은 조명과 음향의 정교한 합을 통해 무대 위의 긴장감을 물리적으로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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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프랭크 와일드혼의 작곡으로, 1930년대 미국 남부의 정서를 반영하고 있다. 컨트리, 블루스, 가스펠, 락커빌리 등 당시 유행했던 음악 장르를 다채롭게 엮어낸다. 클라이드의 반항심을 표현한 ‘지옥을 보여줄게’(Raise a Little Hell)은 강렬한 록 비트로 구성되었으며, 보니의 내면을 담은 ‘죽는 건 괜찮아’(Dyin' Ain' So Bad)는 블루지한 선율이 특징이다. 이 넘버들은 인물들의 감정선에 따라 장르적 변주를 주며 극의 흐름을 주도한다.
배우들의 역량 또한 이번 공연의 핵심 요소다. 클라이드 역의 배나라는 반항적인 기질과 자유에 대한 집착을 지닌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연기한다. 탄탄한 가창력을 바탕으로 고난도의 넘버를 소화하며 극의 에너지를 유지한다. 보니 역의 홍금비는 스타를 꿈꾸는 순수함과 범죄자로 전락하는 과정에서의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특히 맑고 안정적인 고음 처리는 보니라는 인물이 지닌 욕망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배나라와 홍금비 페어는 외적인 싱크로율뿐만 아니라 보컬의 조화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주요 듀엣 곡에서 두 배우의 목소리는 음색의 대비와 조화를 동시에 이루며 캐릭터 간의 유대감을 구체화한다. 이들은 내일이 없는 상황에 처한 청춘의 열망과 허무를 균형 있게 표현하며 극의 설득력을 높인다. 연기적 호흡 또한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 서사에 몰입감을 더한다.
‘보니앤클라이드’는 3월 2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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