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전망보고서] 조선업, 고부가 선종·美 협력 '투트랙'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1.13 06:00  수정 2026.01.13 06:00

실적은 LNG운반선, 성장 축은 미국시장 진입

글로벌 발주 둔화 속 고부가 선종이 실적 떠받쳐

"미 협력,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 기반 다지기"

새해 국내 조선업은 고부가 선종 중심 수주와 미국과의 협력 확대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예상된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국내 조선업은 ‘붉은 말의 해’인 2026년 글로벌 발주 둔화 속에서도 고부가 선종 중심 수주와 미국과의 협력 확대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인도가 실적을 떠받치는 한편, 미 조선·방산 협력은 중장기 성장 기반을 다지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발주 둔화 속 실적 방어...핵심은 LNG선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신조선 발주량은 해운 시황 둔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14.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조선사의 수주 역시 물량 기준으로는 조정 국면이 예상된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국내 조선사의 수주량을 900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추산했다. 이는 전년 대비 5.3% 줄어든 수치다.


글로벌 발주 감소 속에서도 한국 조선업계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5710만CGT로 전년 대비 26.9% 줄었지만 한국의 수주량은 1078만CGT에서 1160만CGT로 오히려 늘었다. 같은 기간 중국의 수주량이 5424만CGT에서 3537만CGT로 급감한 것과 대비된다.


국내 조선업계는 이미 충분한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수주 잔고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약 135조원으로, 2028년까지 인도 물량이 상당 부분 채워져 있다.


다만 작년 국내 조선 3사가 수주한 LNG선은 총 34척, 금액 기준 86억3000만 달러에 그쳤다. 같은 기간 컨테이너선 수주액은 157억1000만 달러로 두 배 가까이 많았다. LNG선 비중이 낮았지만 이미 확보한 잔고가 실적 방어 역할을 한 것이다.


올해 조선업 실적의 핵심은 수익성이 높은 LNG 운반선 인도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26년 조선 산업 수출이 LNG선과 컨테이너선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8.6% 증가한 339억2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LNG 수출 확대와 카타르의 선단 교체 수요를 감안하면 LNG선 추가 발주는 최대 100척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산업연구원(KIET)도 2026년 국내 조선업계의 수출 물량이 1046만CGT로 2025년 대비 7.9%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수출 금액은 303억2600만달러로 4.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선박 가격 하락이 아니라, 지난해 해양플랜트 등 초고가 선종 인도 효과가 컸던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다. 실제로는 LNG 운반선 등 주력 상선 인도가 본격화되며 물량 기준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업계도 LNG선 발주 회복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국내 조선사들의 합산 신규 수주가 약 388억 달러로 전년 대비 10%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LNG선과 특수선 수주 확대, 이연된 해양플랜트 발주 재개가 주요 배경이다. LNG선 신조선가는 향후 6~12개월 내 2억6000만 달러를 웃돌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인 7050만톤(t)의 LNG 프로젝트가 최종투자결정(FID)을 확정하면서, 올해 수주해 2029년 인도 가능한 LNG선 슬롯에 수요가 집중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LNG선 선가가 상승 반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관측했다.


조선산업의 수급 전망ⓒ산업연구원
미 협력은 중장기 기반...관리 역량 변수로

2026년 조선업의 또 다른 축은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다. 미국이 조선·해군 역량 강화를 추진하면서 한국 조선사들은 상선과 특수선,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분야에서 잠재적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다만 단기간 내 실적 기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국 정부의 조선소 시설 보안 인증(DCSA)과 군사 통제구역 설정, 사이버 보안 인증 등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군함은 수주 이후 착공까지 약 1년의 추가 기간이 소요되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국발 해군 수주 매출이 2028년부터 본격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2030년 기준 K-조선의 군함 수출 효과를 약 84억 달러로 추산했다.


국내 신용평가사들도 올해 조선업 전망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는 공통적으로 2022년 이후 수주한 고선가 물량이 2026년 실적에 본격 반영되며 이익 창출력이 개선될 것으로 진단했다.


다만 미국 등 해외 진출 확대는 초기 비용 부담을 수반하는 만큼 생산성 관리와 재무 대응력이 관건으로 꼽힌다. 미국은 한국 대비 높은 인건비와 숙련 인력 부족, 근로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해 생산성 저하 리스크가 존재한다.


박현준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해양엔지니어와 용접공의 임금 수준을 비교하면 한국이 미국이 1.7~2배 가량 높고, 미국 노동 문화상 잔업·특근 등에 대한 거부감도 클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 생산성 관리 수준에 따라 대미 진출 성패가 좌우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해운업은 올해를 기점으로 조정 국면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물동량 둔화와 보호무역 확산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어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도 부담 요인이다. IMO는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 조치 채택을 1년 유예했으나 규제 방향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 해운사 입장에선 친환경 선박 도입과 연료 전환에 따른 투자 부담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환경 규제 불확실성 속에서 해운사의 발주 결정이 어려워지 측면이 있다”며 “시황 조정기에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한 국내 조선사와 친환경 전환을 위한 조선-해운 산업 간 협력이 확대되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8월 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에서 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제작한 ‘마스가(MASGA)’ 문구가 쓰인 빨간 모자를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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