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에 들썩이는 시장…석유화학에 번지는 '의외의 수혜론'

정진주 기자 (correctpearl@dailian.co.kr)

입력 2026.01.22 14:28  수정 2026.01.22 14:28

5000피 시대 로봇 열풍에 번지는 의외의 수혜론

로봇 부품에 필요한 고부가 합성고무 수요 증가 기대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관점서 피지컬 AI 산업 진입 필요

ⓒ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22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넘어섰다. 반도체와 로봇, 피지컬 AI 기대가 시장을 달군 결과다. 하지만 이 상승 흐름이 모든 산업에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발 공급 과잉과 구조적 침체에 묶인 국내 석유화학 산업에도 이번 랠리는 기회가 될 수 있을까.


로봇이 만든 변수, 침체한 석유화학에 열린 새로운 가능성

표면적으로 보면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석유화학 업계는 여전히 중국의 증설 여파와 범용 제품 중심의 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감산과 설비 매각 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이어오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다. 이번 지수 상승을 이끈 주역이 미래 지향적인 반도체와 로봇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석유화학은 이 번 랠리와는 다소 동떨어진 산업으로 인식돼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증권가에서는 로봇 산업의 부상이 석유화학에도 의외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로봇은 수분과 먼지, 반복 충격 등 가혹한 환경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 범용 소재보다 내구성과 환경 저항성이 강화된 고부가 합성고무 부품이 요구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로봇에는 외부 환경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는 개스킷과 씰, 지면과의 접지력을 높여 에너지 효율을 끌어올리는 패드, 무게를 분산하고 소음을 줄이는 피츠 등 다양한 합성고무 기반 부품이 적용된다.


이충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리포트에서 "현재 자동차 연관 수요가 60~65%에 달하는 합성고무 산업에 로봇이라는 새로운 수요 시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금호석유 등 우리나라 합성고무 생산 업체들의 미래에 긍정적 요소"라고 말했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이 주목받는 이유는 50년 넘는 고무 업력을 바탕으로 스페셜티 비중을 꾸준히 높여온 고부가 합성고무의 강자이기 때문이다.


증권가의 이 같은 분석에 대해 학계에서도 기술적으로는 타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명예교수는 "로봇처럼 정밀성과 내구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산업에서는 충격 흡수와 진동 완화를 위한 탄성 소재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특히 "공급이 제한적인 천연고무와 달리, 다양한 특성을 구현할 수 있는 합성고무의 역할은 구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기대는 아직 현실보다는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로봇은 합성고무와 고분자 소재의 수많은 응용 분야 중 하나에 불과하며 단기간에 수요 구조를 바꿀 만큼의 물량 효과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로봇 수혜론은 즉각적인 실적 개선보다는 중장기 산업 구조 변화 가능성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로봇 산업을 비롯한 피지컬 AI 산업 진입을 적극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용진 단국대 교수는 "그동안 화학 산업이 트렌드를 찾지 못해 어려웠으나 피지컬 AI라는 거대한 웨이브가 오고 있다"며 "피지컬 AI 중 하나인 로봇을 사례로 들면, 로봇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프리미엄 코팅이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기술은 중국조차 아직 집중하지 못한 영역"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던 화학기업들에게는 피지컬 AI라는 트렌드를 읽고 달려가는 기업이 이기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로봇을 단일 산업이 아니라 피지컬 AI라는 더 큰 흐름에서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로봇이 산업용과 소비재로 확산될수록 배터리 효율과 작동 시간을 개선하기 위한 경량화 수요가 커지고, 이 과정에서 금속보다 가벼운 고분자 소재와 합성 화학 제품의 활용 범위가 넓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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