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인정'에 자신감 얻은 與
'12·3 내란' 프레임으로 공세 고삐
위기의 국민의힘, 尹 절연 필요성 제기
"尹 절연하지 못하면 與 공격에 노출"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사태가 '내란'이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그동안 윤석열 전 대통령 측과 일부 보수 진영에서 제기된 '통치 행위' 주장이 깨진 것이다. 국민의힘에 '내란' 프레임을 씌운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선 사실상 날개가 달린 판결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세질 여당의 '내란' 공세에 국민의힘에선 벌써 우려가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내란 우두머리 혐의 등 혐의를 받는 윤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공판은 다음 달 19일에 진행된다. 앞서 지난 13일 내란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여권에서도 법정 최고형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판결 이후 유죄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진관)는 지난 21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한 전 총리에게 중형이 선고됐다는 것과 별개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법원이 12·3 비상계엄 사태의 법적 성격을 '내란'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 전 대통령과 추종 세력에 의한 것으로,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한다"며 "이런 형태의 내란을 이른바 '친위쿠데타'라고도 부른다"고 짚었다.
비상계엄 사태 직후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소위 '내란 공범' 공세를 펼쳤다. 국민의힘은 수사와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인 만큼 '내란몰이'라고 맞받아쳤지만, 지귀연 재판부 역시 비상계엄을 '내란'이라고 규정한다면 민주당의 내란 프레임은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이 '내란 공범'이라는 근거는 없지만, 윤 전 대통령과 완전한 절연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인 탓에 정치적 의미로 내란 프레임에 갇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에선 내란 혐의와 관련해 기소된 인사가 없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여당의 내란 공세 예고에 뚜렷한 해결책은 내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우재준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총리의 판결은 아쉬운 판결"이라면서도 "지금 그렇게 많은 특검을 했어도 우리 당의 어느 누구도 내란으로 기소되지 않았고 어느 누구도 여기에 체포되지 않은 만큼, 우리 당은 당당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여당의 내란 공세가 거세질 것으로 예측하며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와 함께, 윤 전 대통령을 제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국민의힘 일부에선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한지아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12·3 비상계엄이 내란, 친위쿠테타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며 "이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제명 조치를 통한 절연과 국민에게 진정성 있는 사죄를 해달라"고 지도부에 촉구했다.
성일종 의원은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여당은 내란에 대한 프레임으로 프리미엄을 많이 누렸는데,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공세를 계속할 것으로 본다"며 "내가 국회 국방위원장인 만큼 제일 먼저 알아야 하는데, 나도 몰랐다. 추경호 의원도 기각됐다. 국민의힘은 계엄하고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국민의힘이 전혀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당의 정치적인 공세가 정치적 목적과 이익을 위해 세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클린선거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국민의힘의 우려처럼 여당의 '내란' 공세는 거세지고 있다. 당장 3대(내란·김건희·채상병) 특검의 미진한 부분과 새로운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이른바 내란 2차 종합특검법이 국무회의에 의결되면서 '내란' 프레임은 다시 동력을 되찾은 상태다. 수사 기간이 수사 준비 20일을 포함해 최장 170일인 만큼, 특검 정국은 6월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즉, 이번 지선은 내란 공세 범위 안에 놓이게 된 것이다.
민주당은 "12·3 불법 계엄이 내란이냐 아니냐는 논란은 이제 끝났다"고 선언하며, 벌써부터 국민의힘에 대한 압박에 나서고 있다. 사실상 법원으로부터 '12·3 내란'을 인정받은 만큼, 공세에 정당성을 확보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을 넘어 군경을 동원한 폭동 즉, 명백한 내란이라고 판단했다"며 "12·3 내란을 공식 인정한 법원의 판결을 시작으로 내란수괴 윤석열은 물론이고 이상민·김용현·조지호 등 내란 일당들 모두 중형으로 단죄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수미 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은 사법부가 12·3 불법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한 최초의 판결, '23년 중형'의 의미를 아직도 모르는 것이냐"라면서 "이는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과거의 망령을 법의 이름으로 완전히 깨부순 기념비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선 "헌법을 파괴한 세력을 옹호하고 방조했던 국민의힘에 내린 사실상 '역사의 퇴장 명령'인 만큼, 내란 세력과 한배를 탔던 사람들은 이제라도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야 한다"며 "어설픈 거리두기를 멈추고 한 전 총리를 비롯한 내란 가담자들을 즉각 당에서 영구 제명해야 마땅하다"고 압박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법원의 '내란' 인정으로 국민의힘이 더욱 막다른 길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동혁 대표의 단식 투쟁으로 보수 결집이 일부 이뤄졌지만, 윤 전 대통령을 절연하지 못한다면 여당의 '내란 프레임'에 갇힌 채 지선을 치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지선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선거라는 점에서 민주당은 '여당 프리미엄'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는 선거다. 사실상 야당의 패배에 무게가 쏠리는 상황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선 개혁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것이다.
'5선 서울시장' 도전을 앞둔 오세훈 시장 역시 이번 한 전 총리 판결에서 위기감을 느낀 모양새다. 수도권 민심이 법원의 '내란' 인정에 요동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오 시장은 22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서 "현 지도부가 과거에 잘못된 윤석열 정부의 계엄이라는 선택을 통렬히 반성하고 그것을 전제로 모든 정치 행위를 하는 게 시작돼야 한다"며 "한발 더 나아가서 지도부가 '절윤'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입장에선 국민의힘을 내란당으로 정당해산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첫 근거가 마련된 셈"이라면서 "정당 해산까지 할 수는 없어도 2차 종합 특검법까지 처리한 이유는 지선까지 내란 프레임을 계속 끌고 나가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 입장에선 긍정적인 시그널이 아니다"라면서 "윤 전 대통령을 절연해야 하는데, 사과 한 번으로 절연됐다고 인정될 수 있겠느냐. 한동훈 전 대표까지 나간다면 당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에 민주당으로선 공격하기 좋아진 것"이라고 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