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의 '마이아200', ASIC 불 지핀다…기회 엿보는 삼성·SK하닉

정인혁 기자 (jinh@dailian.co.kr)

입력 2026.01.27 11:26  수정 2026.01.27 11:26

MS, 첫 상용화 AI칩 공개…엔비디아 의존 탈피 시동

구글·AWS 칩 대비 연산 앞서…ASIC 확장 동력 더해

HBM 등 새 수요처 기대…파운드리 역량도 중요해져

지난 10월 28일 경북 경주 엑스포공원 에어돔에서 열린 'K-테크 쇼케이스' SK 부스에서 관계자가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4를 소개하고 있다.ⓒ연합뉴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자체 인공지능(AI) 칩 '마이아200'을 공개하며 글로벌 AI 반도체 지형에 균열을 내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쏠렸던 중심축이 맞춤형 반도체(ASIC) 칩으로 이동하면서, 엔비디아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빅테크들의 움직임이 보다 선명해지는 모습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MS의 신형 AI 칩 공개가 ASIC 시장 확장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를 중심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가운데, MS까지 자체 칩 경쟁에 가세하면서 AI 반도체의 '큰손'이 엔비디아에서 빅테크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MS는 26일(현지시간) 추론 작업의 효율성을 높인 신형 AI 칩 마이아200을 공개했다. AI 답변 생성을 위한 마이아200의 경량 연산(FP4) 성능이 아마존의 자체 칩 '트레이니엄' 3세대의 3배에 달하며 구글의 7세대 TPU '아이언우드'보다도 연산 효율성이 높다면서 "하이퍼 스케일러(대형 데이터센터 운용사)가 만든 자체 반도체 중 가장 성능이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MS는 해당 칩을 미국 아이오와주 데이터센터에 이미 설치했으며, 애리조나주 데이터센터에도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빅테크 기업들이 자체 AI 칩 설계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데이터센터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범용 GPU 대신 특정 작업에 최적화된 ASIC을 활용하면 전력 효율과 비용 구조를 동시에 개선할 수 있어서다. 구글의 TPU, 아마존의 트레이니엄·인퍼런시아에 이어 MS까지 참전하면서 'AI 칩 내재화'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6일 공개한 마이아200 AI 가속기.ⓒ마이크로소프트

시장의 이같은 변화는 메모리 기업들을 중심으로 적지않은 파장을 예고한다. 시장이 반도체 기업에 요구하는 능력 역시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업계에서는 고성능 메모리 공급은 물론, 시스템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까지 유기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새로운 기회를 엿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HBM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ASIC 기반 AI 칩 확산은 '엔비디아 이후'를 대비한 추가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실제로 MS의 마이아 200에는 SK하이닉스의 12단 HBM3E가 탑재된다. 현재 SK하이닉스가 HBM3E를 단독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보다 입체적인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메모리뿐 아니라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고객사 다변화 가능성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들이 자체 AI 칩을 설계하고 외부 파운드리에 생산을 맡기는 구조가 확대될 경우, 삼성전자는 HBM 공급과 파운드리 수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이번 마이아200은 TSMC의 3나노 공정에서 생산됐지만, 빅테크 전반의 파운드리 수요는 중장기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HBM,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동시에 보유한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이에 AI용 ASIC 시장 확대의 주요 수혜 후보로 거론된다. 오랜 기간 종합반도체기업(IDM) 체제를 유지해 온 삼성의 전사적 반도체 역량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ASIC 기반 AI 서버 확대 흐름도 가시화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북미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지속하면서 올해 글로벌 AI 서버 출하량은 전년 대비 약 28%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추론 서비스 확산과 범용 서버 교체 수요, 빅테크들의 자체 ASIC 투자 확대가 맞물린 결과라는 설명이다.


업계는 이번 MS의 행보가 AI 반도체 질서 재편에 동력을 더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GPU에서 ASIC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산업의 패권이 재차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라는 절대 강자가 있는 상황에서 빅테크들까지 AI칩 시장에 뛰어들면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면서 "MS가 단기간에 판을 바꾸기는 어렵겠지만, AI 칩 시장의 변화 속도는 한층 빨라질 것"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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