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무상 생리대 공급 검토 지시…
'비싸서' 아니라 '불안해서' 바뀐 여성 선택
생리대 가격이 높게 형성된 이유는…
고급화와 시장 구조 문제로 구분 생각해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생리대가 진열돼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아주 기본적인 품질을 갖춘 생리대를 싸게 만들어 무상 공급하는 방안을 연구해보려 한다"고 했다.
이어서 "해외 생리대보다 우리나라가 40% 가까이 비싼 것 같은데, 싼 것도 만들어 팔아야 가난한 사람도 쓸 것 아니냐"라며, 국내 생리대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국내 생리대가 고급화돼 비싸다는 주장에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줘야 한다"라며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에게 '무상 생리대 공급 검토'를 지시했다. 해당 발언 직후, 많은 국민이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고환율·고물가 등의 국내외 문제가 산적해있고, 무분별한 돈풀기 정책들로 재정의 압박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지난달에는 '탈모' 치료의 건강보험 적용을, 이번에는 여성 생리대 '무상 공급'을 검토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당 지시에 대해 지적하고 싶은 점이 있다. 이미 국가가 여성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생리용품 구매비용을 지원하는 제도인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바우처 지원 사업'이 존재한다는 점이다(*국민행복카드 홈페이지 참고). 또한 해외 생리대에 비해 국내 생리대가 고급화돼 있고 가격대가 낮지 않은 것도 사실이나, 생리대 가격이 높게 형성된 이유를 고급화와 시장 구조 문제로 각각 구분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우선 고급화된 데에는 핵심적인 이유가 있다. 2017년 초, 생리대 유해 성분 논란이 있었고 이후 식약처의 공식 발표(*식약처는 61개사 제품을 전수조사한 결과 "생리대에 존재하는 VOCs 10종의 인체 위해성을 평가한 결과, 최대 검출량을 기준으로 해도 인체에 유해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발표했다.)와는 별개로 인체 안전성에 대한 불신은 쉽게 해소되지 않았다. 이러한 경험은 인체에 유해하지 않은 안전한 생리대에 대한 여성들의 요구를 극대화하고, 여성 소비자들의 생리대 선택 기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물론, 수입 브랜드들까지 유기농·오가닉·완전 무염소 표백·순면 등의 문구가 붙은 생리대를 경쟁적으로 출시했다. 그러자 여성 소비자들은 무늬만 유기농인 제품을 선별하기 위해 생리대 제조과정 검증, 표백 처리 방식, 흡수체 종류까지 꼼꼼하게 생각하며 본인이 사용할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만약 이 대통령이 이야기한 대로 단순히 가격 문제였다면, 해답은 이미 시장 안에 있었다. 2016년 취약계층 여성들의 생리대 구매 문제가 이른바 '깔창 생리대'로 널리 알려진 후, 11년째 가격을 동결한 중저가 생리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 소비자들의 선택은 그쪽으로 향하지 않았다. 이는 중저가 생리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가격보다 안전성과 신뢰를 우선해 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비교적 저렴하거나 불안함을 유발하는 제품보다는, 가격이 다소 높더라도 고품질의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선택해 온 것이다.
한편 생리대의 가격이 형성됨에 있어서 불합리한 독과점 구조, 묵시적 담합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당국의 확실한 조사를 통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부분을 선제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무작정 생리대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아주 기본적인 품질의 무상 생리대 공급 검토를 지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최근 이 대통령의 생리대 가격 지적과 무상 생리대 공급 검토 지시에, 주요 3사가 선제적 대응으로 나란히 중저가 신제품 출시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여성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여성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기본 기능에만 충실한' 합리적인 가격의 생리대가 아니라,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정책은 공감의 언어로 시작할 수는 있지만, 현실을 단순화한 채 추진될 경우 시장 왜곡과 국민 불신을 동시에 낳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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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서율 연세대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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