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연속 증가세 멈추고 5조원 '뚝'
조달 비용 상승에 기업대출 움추리기
구조적 체질 개선 없이는 공염불 우려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84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국내 주요 금융지주들이 생산적 금융을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기업대출은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시장의 기대와 달리 은행권의 자금 조달 비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기업에 공급할 재원이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순한 자금 공급 규모 확대에 더해 은행의 이익 구조를 혁신하는 체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84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인 11월(849조4392억원)과 비교해 한 달 사이 4조7392억원 급감한 수치다.
지난해 상반기 이후 이들 은행의 기업대출은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지난해 7월 830조6000억원 수준이었던 잔액은 매달 조금씩 증가했다.
지난해 11월 849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연말을 기점으로 분위기가 급변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정체 흐름이 최소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기업대출이 정체 국면에 진입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은행의 조달 비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은행이 기업에 빌려줄 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은행채 금리가 뛰면서 대출을 내줄수록 손해를 보거나 수익이 급감하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은행채 3개월물(무보증·AAA) 금리는 2.82%로 직전 대비 0.11%포인트(p) 상승했다.
장기물인 은행채 5년물 역시 0.19%p 오른 3.51%로 집계됐다.
이처럼 평균 조달금리가 오르면 은행이 지급해야 할 이자비용이 늘어나게 된다. 은행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 역시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주목할 점은 은행권이 대외적으로 강력한 생산적 금융 이행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5대 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미래 혁신 산업 및 유망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총 441조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자금 공급의 양에 치중할 경우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자이익 중심의 수익 구조를 그대로 둔 채 공급 규모만 늘리는 것은 은행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생산적 금융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은행의 체질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수료 및 자산관리 등 비이자이익 비중을 강화하고, 기업별 특성에 맞춰 대출을 내주거나 리스크 평가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의 방안이 언급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달 비용이 높아진 상황에서 공격적으로 기업대출을 늘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연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대출 심사를 강화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출 잔액이 정체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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