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유튜브를 규율하지 못하는 법과 제도의 공백
키즈 유튜브와 육아 브이로그가 빠르게 확산 중이지만 한국에는 '아동 인플루언서'라는 법적 개념이 아직 없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20년 인터넷 개인방송 출연 아동·청소년 보호 지침을 마련했지만 이는 자율 준수 권고에 그친다. 지침을 어겼다고 해서 곧바로 불법이 되지는 않으며 별도의 모니터링이나 제재 체계도 마련돼 있지 않다. 결국 아이가 콘텐츠의 주인공이 되는 현상을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여전히 공백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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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백을 메우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21년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더불어민주당 대표)과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현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보람튜브 등 키즈 유튜버 논란을 계기로 아동 대중문화예술인의 수익 보호와 활동 시간 제한을 담은 법안을 각각 발의했다. 그러나 두 법안 모두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국회 임기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정희용 의원실은 "현재는 따로 관련 입법 활동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고 정청래 의원실 역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키즈 유튜브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했지만 이를 어떻게 규율할지에 대한 정치권의 정의는 멈춰 있다.
반면 해외 일부 국가는 이 사안을 노동과 권리의 문제로 정의했다. 프랑스는 2020년 16세 미만 아동 인플루언서의 상업적 활동을 규율하는 법을 제정해 일정 조건에서 아동의 온라인 출연을 노동으로 보고 근로시간·수익 보호 장치를 적용했다. 아동이 출연해 발생한 수익은 성년이 될 때까지 보호되며, 성장 후 영상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도 제도화했다. 미국에서도 일리노이주는 부모 계정에서 아동이 반복적으로 등장해 수익이 발생할 경우, 그 수익 일부를 아동 몫으로 신탁하도록 하는 법을 도입했다.
아이들 스스로는 어떤 권리를 원하고 있을까. 세이브더칠드런이 전국 만 10세~18세 아동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디지털 환경에서의 아동보호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 아동의 85.5%는 온라인에 게시된 개인정보를 삭제할 수 있는 권리 보장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또 97.7%는 자신의 동의 없이 게시된 정보에 대해 삭제를 요청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조사 결과는 아동이 온라인 환경에서 개인정보 수집과 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동의하고 있는 현실도 함께 보여준다. 인터넷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개인정보 수집·이용에 동의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아동은 90.2%에 달했지만 그로 인해 위치 정보 등 다양한 개인정보가 제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비율은 55.2%에 그쳤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를 두고 "아동은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충분히 설명받지 못한 채 온라인 환경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현행 제도상 아동이 직접 올린 게시물이 아닌, 부모나 제3자가 올린 사진·영상에 대해서는 삭제를 요청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가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아이의 출연을 어떻게 정의할지에 대한 기준이 없는 한, 키즈 유튜브를 둘러싼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미 많은 아동은 온라인에 남은 자신의 기록을 통제하고 싶어 한다. 아이의 '멈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기준을 사회가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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