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느리다" "요란하게 하라"…국무회의서 직접 주문 늘리는 李대통령

김은지 기자 (kimej@dailian.co.kr)

입력 2026.02.04 05:00  수정 2026.02.04 05:00

정책 지연 책임 국회로 돌리고

부동산 공방도 직접 정리 나서

집값·주가 구분론 연신 강조에

장동혁 "조바심 나는 듯" 직격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국무회의에서 정책 집행 속도는 물론 공직사회 운영과 정부 성과를 드러내는 방식까지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는 장면이 잇따르고 있다. 정책 추진이 이재명 대통령이 구상한 속도와 체감에 미치지 못하면서, 국무회의에서도 대통령의 공개 주문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정부 정책의 입법 속도를 공개적으로 문제 삼았다. 이 대통령은 "지금 국회가 너무 느려서 일을 할 수가 없는 상태"라며 정부 출범 이후 8개월이 다 돼 가는 시점에도 기본적인 정책 방침에 대한 입법이 20% 수준에 그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런 발언은 체납된 국세 외 수입의 징수 방안 논의 과정에서 나왔으며, 국회의 입법 지연으로 정부 정책 집행에 차질이 생기고 있다는 취지다. 이어 이날 주재한 국무회의에선 "집값과 주가를 같은 선상에 놓고 판단하면 안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러한 발언을 단순한 정책 설명 차원이 아닌,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공방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직접 논쟁을 정리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주가는 올리려 하면서 왜 집값은 누르느냐' 그런 이야기도 있다"며 "주가와 집값은 좀 다르다"고 재차 규정했다. 그러면서 "주가는 기업활동에 도움이 된다. 주가가 올랐다고 누가 피해 보는 사람이 없다"라고 했다. 반대로 "집값이 오르면 투자자산이, 집값에 부동산에 매여 생산적 영역에 사용되지 못해 사회경제구조가 왜곡된다"라고 규정했다.


이 대통령은 "집값이 부당하게 오르면 집 없는 사람들이 너무 고통스러워지고 자원부족이 왜곡된다"며 "이게 (집값에 대해) 모르면 그런 생각할 수 있는데, 최소한 사회지도적 입장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게 얘기하거나, 그런 식으로 선동하는 것은 옳지 않다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오는 5월 9일 종료됨에 따라 "망국적 부동산 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잡는다"며 다주택자를 겨냥한 압박성 메시지를 내고 있다. 국무회의에 앞서 X(엑스)를 통해서도 "이전에는 부동산이 유일한 투자수단이었지만, 이제는 대체투자수단이 생겼다. 객관적 상황이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며 "협박 엄포가 아니라, 모두를 위해 필요하고 유용한 일이어서 권고드리는 것이다. 이번이 마지막 탈출 기회"라는 경고성 발언을 날렸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을 단발적 메시지가 아닌 연속된 흐름으로 보는 분위기다. 주말, 심야 시간을 가리지 않고 SNS를 통해 주요 정책 이슈에 대한 글을 연달아 게시한 데 이어 국무회의에서도 관련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책 추진 동력에 대한 불만과 여론의 반발에 대한 직접 대응인데, 국무회의가 정책 보고와 조율의 자리를 넘어 대통령의 주문이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데 주목하는 시선도 있다. 최근 들어 이 대통령이 부동산과 관련한 정상화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으나 시장에서는 아직 뚜렷한 집값 안정 흐름이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


야당에선 민간 주택 공급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 대통령의 부동산 발언을 직격하고 있다. 이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요즘 참으로 조바심이 나시는 모양"이라며 "관세 장벽은 높고, (더불어민주당) 당내 2인자 싸움은 사생결단이니 그 분노의 화살을 돌릴 만만한 곳이 결국 집 가진 중산층뿐이었습니까"라고 이 대통령을 향한 공세를 펼쳤다.


이런 가운데 국무회의에서는 공직자 포상과 관련해 "조용히 하지 말고 요란하게 하라"는 당부까지 나왔다. 정책 추진을 둘러싼 정국 긴장이 가라앉지 않고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무회의에서까지 '요란하게'라는 표현이 등장한 셈이다.


이 같은 발언은 공직자 포상과 관련해 일을 잘하는 직원들에 대한 포상과 칭찬을 각 부처가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한다고 밝히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특별 포상 사례를 언급하며 "과기정통부 부총리가 열심히 일한 직원들을 포상했다는 (이야기가) 돌아다닌다. 다른 부처들도 가능하면 조용히 하지 말고, 요란하게 하라"고 했다.


이어 "공직사회가 너무 딱딱하고 야단만 치는 분위기 속에서는 공직자들이 의욕이 잘 안 생기는 경우들이 있는데 의욕을 가지고 적극적·능동적으로 일할 때 사회가 발전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의 가장 강력한 집단이 공직 사회"라며 "시키는 거나 겨우 하고 뺀질뺀질거리고, 의무 외에는 안하고 이렇게 되면 절대로 안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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