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왜 못 막았나" 내부 반발에도…대응 카드 없는 의협 '진퇴양난'

김효경 기자 (hyogg33@dailian.co.kr)

입력 2026.02.11 14:24  수정 2026.02.11 14:48

“의료계 대안 받아들이지 않아”…의협, 의대 증원에 반발

향후 의협 대응방안 관심…총파업 등 집단행동 가능성 낮아

서울시의사회장 “집행부 무능에 실망…일원으로서 회원들께 사과”

의과대학.ⓒ연합뉴스

정부가 2027학년도 이후 의과대학 증원을 결정하면서 증원 저지에 실패한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향한 내부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의협 현 집행부의 사퇴까지 언급하며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성분명 처방과 한의계 갈등 등 해결하지 못한 현안까지 겹치며 집행부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의대 증원 확정…"대응 안일했다" 내부 비판

정부는 지난 10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제7차 회의를 열고 2027~2031년 5개년 의사인력 양성 규모를 확정했다. 확정안에 따르면 기존 의대 정원 3058명에서 ▲2027년 490명 ▲2028·2029년 각 613명 ▲2030·2031년에는 공공의대와 지역 신설 의대를 포함해 각 813명을 단계적으로 늘린다. 5년간 총 3342명이 추가로 양성되며, 연평균 증원 규모는 668명에 달한다.


그동안 의료계는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추계위)가 제시한 추계 결과가 충분한 근거를 갖추지 못했으며, 단기간에 진행된 졸속 추계에 기반한 증원이라고 반발해왔다. 특히 현재 교육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증원은 의학교육 붕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해왔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보정심 위원으로 회의에 참석해 의료계 입장을 전달해왔지만, 의협이 제시한 연간 350명 수준의 증원 규모는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 회장은 이날 보정심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회의 도중 퇴장하기도 했다.


김택우 의협 회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긴급브리핑'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효경 기자

김 회장은 이후 진행된 의협 긴급 브리핑에서 “정부가 첫해에 490명을 제시한 만큼 이후 증원도 613명이 아닌 보다 점진적인 방식으로 조정하자는 수정안을 제안했다”면서 “표결 과정에서 의료계의 수정 대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단계별·점진적 증원이라는 내용과는 무색하게 많은 인원이 배정돼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 의협 집행부를 향한 내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좀 더 강경한 대응으로 증원을 저지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병의협)는 “안이한 대처로 파국적 결과를 초래했다”며 집행부 퇴진을 촉구했다. 특히 “지금 수준의 의협이라면 차라리 없는 것이 의료계에 더 득이 된다는 것이 일반 회원들의 판단”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황규석 서울시의사회장 역시 정부의 의대 증원 결정을 두고 의협 집행부의 무능과 책임 회피를 지적했다. 황 회장은 11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의료계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온 것은 단순한 의대 증원 문제가 아니라, 교육 여건 붕괴와 지역 필수의료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사안이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숫자 논리에만 매몰돼 결국 증원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이어 “보정심 회의 과정에서 어떤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 집행부가 알고 있었다면, 최소한의 대비라도 했어야 한다”며 “그러나 아무런 준비도 돼 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서울시의사회장으로서 매우 안타깝고, 집행부의 무능에 실망을 느낀다”고 비판했다.


황 회장은 집행부가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계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가 나온 만큼, 집행부로서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하다”며 “사퇴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책임을 인정하고 그에 상응하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 역시 집행부의 일원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회원들을 향한 사과의 뜻도 밝혔다. 황 회장은 “저 또한 의협 부회장으로서 회원들에게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는데, 지금처럼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사과조차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집행부의 일원으로서 회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이 상황을 그냥 넘길 수는 없다고 본다”고 재차 강조했다.


의협 집행부 '단체행동' 등 강경대응 카드 마땅치 않아
대한의사협회. ⓒ연합뉴스

이런 내부 비판에도 불구, 의협 집행부는 정부에 맞서 증원을 저지할 카드가 마땅치 않은 형편이다. 지난달 열린 전국의사대표자대회에서 강경 대응을 예고했던 것과 달리, 의협의 대응 수위는 이전보다 한층 신중해졌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에서 “집단행동보다는 회원들의 기본적인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우선”이라며 집단행동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현재 의협이 강경 투쟁에 나선다 하더라도 파업 등 극단적인 행동으로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의정 갈등 이후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현장에 복귀한 지 반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다시 투쟁에 동참할 만큼의 동력은 이미 소진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2년 전 윤석열 정부에서 연간 2000명 증원을 내걸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증원 규모가 4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의료계가 강경 투쟁에 나설 경우 여론을 설득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협은 의대 증원 외에도 산적한 과제에 직면해있다. 성분명 처방 도입과 한의사 엑스레이 사용 허용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의협은 해당 사안들을 ‘악법’으로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지만, 국회는 정책 추진 쪽으로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간사인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열린 한의약계 신년교례회에서 “한의사의 엑스레이 사용은 법적으로 허용된 사안”이라며 “직능 간 갈등이나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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