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조선소 시대 온다…조선 빅3, 현장 스마트화 '속도'

백서원 기자 (sw100@dailian.co.kr)

입력 2026.02.18 07:00  수정 2026.02.18 14:05

HD현대, 노사 협의체 출범…AI 전환·고용 안정 병행

한화오션, 고위험 공정 우선 자동화…안전·ESG 강화

삼성중공업, 설계 단계부터 디지털화…재작업 최소화

국내 조선 3사가 공정 전반을 데이터로 연결하는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데일리안 AI 삽화 이미지

국내 조선업이 인공지능(AI)을 축으로 한 제조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숙련 인력 고령화와 현장 인력 부족이 심화되는 가운데 기존 생산 체계로는 수주 확대와 납기 대응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선 3사는 공정 전반을 데이터로 연결하는 자율 운영 체계 구축에 본격 착수한 상황이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가장 전면에 나선 곳은 HD현대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0일 울산 본사에서 노사 공동협의체를 출범시키고 스마트 조선소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고용·안전·인사 제도 이슈를 사전에 논의하기로 했다. 자동화와 AI, 로봇 도입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산업 전환의 속도와 방향을 노사가 함께 조율하겠다는 취지다.


협의체는 매주 정례회의를 통해 신기술 도입에 따른 작업 방식 변화와 현장 영향을 점검한다.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켜 논의의 객관성과 전문성도 확보할 계획이다. 기술 혁신과 고용 안정이라는 두 과제를 병행하겠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HD현대는 그룹 차원의 중장기 로드맵도 병행하고 있다. 설계·생산·물류 데이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하고 AI가 공정 흐름을 분석·조정하는 ‘지능형 자율 운영 조선소’를 2030년까지 구현하겠다는 목표다. 일부 사업장에서는 AI가 공정 병목을 예측하고 생산 계획을 자동으로 보정하는 시스템이 이미 적용되고 있다.


AI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HD현대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와 협력해 빅데이터 기반 플랫폼을 조선·에너지·건설기계 전반으로 확산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21년 팔란티어 소프트웨어 도입 이후 선박 건조 속도를 약 30% 높인 경험을 토대로, 적용 범위를 전 계열사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오션은 현장 중심의 자동화에 방점을 찍고 있다. 거제 조선소를 중심으로 스마트 야드 구축에 나서 용접·도장·물류 등 고위험·고반복 공정을 우선 자동화할 방침이다. 생산성 제고뿐 아니라 작업 환경 개선과 안전 관리 등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쟁력 강화까지 염두에 둔 전략이다.


회사는 2030년까지 약 3000억원을 투입해 공정별 자동화율을 최대 70%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로봇과 센서를 활용해 작업자의 직접 투입을 줄이고 생산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품질과 안전을 동시에 관리한다. 드론 기반 계측 시스템을 통해 공정 상태를 상시 모니터링하며 이상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는 체계도 구축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설계 단계부터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선박 설계와 실제 생산 과정을 가상 공간에 구현하고 이를 현장과 실시간으로 연동하는 방식이다. 설계 변경 사항이 즉시 생산 공정에 반영되고 현장 데이터가 다시 설계 개선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재작업을 줄이고 완성도를 높인다는 목표다.


설계 데이터를 자동 저장·공유하는 플랫폼도 고도화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선종 비중이 높은 사업 구조에 맞춰 정밀성과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30년까지 설계 자동화율을 두 배 이상 높여 스마트 조선소 체계를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속 가능한 조선산업을 위해 체계적으로 내국인과 외국인을 육성하는 한편, 인력 이동이 많은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AI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비숙련공도 안전하고 효율적인 생산이 가능하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디지털·AI 기술 적용을 위한 노사 협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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