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호남', 민주당 텃밭 부천 르포
"경제회복 기대"…"체감변화 없다" 이견
청년들, 이재명정부 부동산 대책엔 반감
정부규제에 금리↑…청년 내집마련 위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대통령 후보가 지난해 5월 24일 오후 경기도 부천시 부천역 북부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경기도 부천시는 지난 19대부터 22대 총선까지 더불어민주당이 석권한 민주당 초강세 지역이다. 지난 20대 대선 투표 당시 이재명 후보가 득표율 53.97%를 얻어, 42.44%를 얻은 윤석열 후보를 11.53%p 차이로 눌렀고, 21대 대선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54.55%의 과반 득표를 얻어 36.28%의 국민의힘 소속 김문수 후보를 가볍게 눌렀다.
특히 22대 총선에서는 부천시 3개 선거구(갑·을·병) 중 2곳(을·병)에서 '이재명 변호인' 출신으로 이른바 '찐명'(진짜 이재명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김기표·이건태 의원이 기존 다선 의원들을 누르고 초선에 당선됐다. 그만큼 '이재명 후광'이 직접적으로 닿는 곳이다. 이 때문에 부천은 호남 지역에 버금가는 민주당의 '경기도 텃밭'이다.
자영업자들 "지갑 열곤 있지만, 매출 증가 미미"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이후 이재명 대통령으로 정권이 교체된 지 8개월여,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50% 중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대선 후보 시절 주요 공약인 '코스피 5000시대'가 대장막을 열며 주식시장과 국민 투자심리에 활기를 불어넣어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러나 주가지수의 오름폭과 달리 현실 속 자영업자들이 처한 상황은 큰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설 연휴를 앞둔 13일 부천 관내 전통시장의 자영업자들은 "이제야 좀 살맛난다"고 이재명정부의 국정운영 성과를 호평하는 이가 있는 반면, "계엄 때보다 더 어려워진 것 같다"고 토로하는 이들도 있었다.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 소재의 한 시장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있다. ⓒ데일리안 김찬주 기자
부천 상동시장에서 수산물 판매업을 하며 자신을 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힌 정모(50대·여)씨는 "나라가 안정을 찾으니 사람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며 "나랏님들(정부)이 민생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보고 정책을 만들어 가는 걸 보면 곧 경제도 회복되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든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해 지급된 민생회복 소비쿠폰으로 물가가 올라 계엄 시국보다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부천 중동시장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상진(60대·남)씨는 "작년 두 차례 지급된 민생 지원금 탓인지 모르겠지만 올해 물가가 너무 올랐다"며 "식자재 가격이 오르니 메뉴 가격이 따라 올라 사람들의 발길이 뜸해졌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지급된 1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전체 대상자의 99.0%인 5008만여 명이 신청했고, 총 9조693억원이 지급됐다. 이후 열흘 뒤 지급이 시작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 가운데 97.5%인 4453만명이 신청했고, 총 4조4527억원이 들었다.
중동시장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오모(70대·남)씨는 "경기회복의 큰 체감을 못 느끼겠다. 원래 잘 되는 집이야 여전히 잘 되겠지만, 영세업자들은 자릿세 내기도 빠듯한 게 현실"이라며 "사람들이 민생지원금을 받으면 우리 같은 업장에 돈을 쓰겠나.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민생지원금은 보기에만 좋은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대표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가입된 일부 자영업자들이 지난해 12월 자체 실시해 1011명이 참여한 투표 조사 결과 '계엄 때보다 장사가 잘 된다'는 응답자는 77.3%(782명)이 '계엄 때보다 장사가 안 된다'는 응답자는 22.7%(229명)으로 집계됐다.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응답이 잘 된다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발표 이후 전세 매물이 감소세를 보인 가운데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노원구의 한 부동산 매물 안내판이 비어 있다. ⓒ뉴시스
李정부, 잇단 부동산대책에
청년 세대 '내집 마련' 유감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부동산 대책에 대한 청년들의 불안과 근심은 지난해 추석과 마찬가지였다. 출범 1년도 안 돼 두 번의 규제책, 두 번의 공급책 모두 네 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정부다. 청년들은 정부가 발표한 규제책으로 주택담보대출(LTV) 문턱이 높아진 점,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로 인한 대출금리까지 높아진 상황에 대한 푸념을 늘어놨다.
부천 원미구 신중동역 인근 오피스텔에서 월세로 신혼생활 중이라는 송경호(34·남)씨는 "배우자와 지난해 말 서울 구로구나 관악구 외곽의 작은 아파트를 매수하기로 계획했었다"며 "그런데 서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정책(10·15 규제책)이 나오면서 점 찍어둔 집도 가격이 오르고, 대출규제(6·27 규제책)로 대출 가능한도가 낮아져 무산됐다"고 말했다.
대출장벽과 현실적 요건에 막힌 청년도 있었다. 지난해 9월 서울 은평구에 아파트 매수를 계획했지만 무산됐다는 배재한(38·남)씨는 "매매가 8억원 아파트에 생애최초 주담대(LTV 70%)를 신청해 심사를 받던 중 '방공제'가 발목을 잡았다"고 했다. 방공제는 집주인이 전세를 놓을 것을 감안해, 최우선 변제해야 하는 소액임차인보증금만큼을 제하고 정해지는 대출 한도다. 지역별 최우선 변제금은 서울 5500만원, 수도권 4800만원, 광역시 2800만원 등이다.
배씨는 "부부 합산소득이 디딤돌대출 소득기준인 8500만원을 넘어 소용이 없었고, 지난해 6·27 규제책이 발표되기 전인 LTV 80%를 기준으로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 10%가 줄어 허리띠를 더 세게 졸라맸어야 했다"며 "그런데 자금 계획 중에 은행에서 방공제로 5500만원이 줄어든다고 했고, 방공제가 적용되지 않는 곳에선 금리가 높으니 어쩔 수 없이 매수 계획을 철회했다"고 토로했다.
서울 아파트 단지 전경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실제 정부의 초고강도 부동산 규제의 핵심인 '대출규제'로 인해 내집마련을 꿈꾸는 이들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은행들이 시장금리 상승분과 함께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를 반영해 대출금리를 높이고 있어서다. 최근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금리 하단은 4%를 훌쩍 넘었고, 상단은 7%에 달한 상황이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차주들의 내집 마련의 꿈도 멀어지는 셈이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공급대책에 대해서도 부정적 견해가 나왔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29일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통해 서울 등 수도권에 주택 6만호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그런데 해당 계획 물량 중 3분의 2 가량은 과거 문재인정부에서 발표돼 불발되거나 이미 지자체가 추진하는 '재탕' 정책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원미구 상동에 거주하며 강남으로 출퇴근한다는 김희선(34세·여)씨는 "공공임대주택이라도 직장이 있는 서울과 인접하지 않으면 지금 거주하는 지역과 별반 다르지 않다"며 "만약 공급이 잘 돼 매물이 나오더라도 강남과 최소 40분 떨어진 지역에 10평 후반대의 집이라도 사려면 대출을 6억원 받아놓고는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민주당, 그리고 나에 대한 지지율이 20대 남자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20대는 질풍노도의 시기이기도 하다. 뭔가 해야 하는데 기회는 없고, 힘들고 암울하니 저항 행보로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고 밝힌 바 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