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금메달을 얻지 못한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 ⓒ 연합뉴스
대한민국 남자 쇼트트랙이 끝내 금빛 질주에 실패했다.
이준서(성남시청), 임종언(고양시청), 이정민(성남시청), 황대헌(강원도청)으로 구성된 남자 쇼트트랙 계주 대표팀은 21일(한국시각)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펼쳐진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5000m 계주 결승에서 6분52초239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남자 대표팀은 1000m에서 임종언이 동메달, 1500m에서 황대헌이 은메달, 그리고 계주에서 은메달을 추가하며 금메달 없이 은2, 동1로 대회를 마쳤다. 이는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이후 12년 만의 ‘노 골드’다.
메달 3개 획득은 분명 값진 성과였지만,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위상을 떠올리면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쇼트트랙 특유의 변수가 아닌, 전체적인 경기력 격차가 드러났다는 점이 뼈아프다.
특히 남자 대표팀은 개인전(500m, 1000m, 1500m)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과거에는 한 종목이라도 확실하게 금메달을 따낼 ‘에이스’가 존재했으나 그 역할을 부여 받은 임종언이 개인전 동메달에 그치고 말았다.
쇼트트랙의 흐름 변화도 살펴봐야 한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은 오랫동안 영리함을 앞세워 세계 정상에 섰다. 좁은 틈을 파고드는 자리 선정, 순간적인 인코스 공략, 그리고 레이스 흐름을 읽는 전술적 완성도는 한국 쇼트트랙의 상징과도 같았다.
그러나 최근 쇼트트랙의 흐름이 달라졌다. 네덜란드의 옌스 반트바우트와 캐나다의 윌리엄 단지누로 대표되는 선수들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경기를 지배하고 있다. 우월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초반부터 선두를 장악하고, 이후에는 힘으로 자리를 지켜내는 ‘파워 레이스’가 대세로 떠오른 것.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은 코너 진입 전 자리 싸움에서 밀리는 장면이 반복됐다. 과거에는 순간적인 스피드 변화로 이를 극복했지만, 이제는 기본적인 절대 스피드와 힘의 차이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마지막 종목이었던 계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남자 대표팀은 선두 네덜란드를 따라잡기 위해 마지막까지 빈 틈을 파고 들려 했으나 상대가 인 코스 자리를 내주지 않자 순위 역전에 애를 먹는 모습이었다.
남자 대표팀 대회별 성적. ⓒ 데일리안 스포츠
빙상 강국 네덜란드의 비상도 눈여겨봐야 한다. 네덜란드는 자국 내에서 프로팀을 운영할 정도로 빙상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과거에는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종목 전환을 했다면, 최근에는 아예 쇼트트랙부터 시작하는 전문 선수들이 등장하고 있다.
남자 쇼트트랙의 ‘노 골드’는 단순한 한 대회 부진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2018 평창, 2022 베이징을 거치며 국제 경쟁이 촘촘해진 가운데 선수 육성부터 전략까지 전체적인 재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남자 대표팀은 2002 솔트레이크, 2014 소치 대회에서 ‘노 골드’ 수모를 겪은 뒤 더욱 강해진 모습이었다. 2006 토리노에서는 안현수가 3관왕, 2018 평창에서는 금1, 은1, 동2을 수확하며 멋지게 부활했다.
12년 만의 무관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상황에서 남자 대표팀이 어떤 변화를 꾀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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