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운명전쟁49' 논란에 불거진 '느슨한 규제' 부작용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기 위해 필요한 노력
대중의 구독료 부담 토로부터 TV 플랫폼보다 낮은 도덕적 잣대를 향한 비난까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을 향한 시선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규제의 ‘느슨한’ 틈을 타고 급성장을 이뤄낸 OTT에도 ‘칼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최근 ‘국민생활 밀접 독과점 품목 고물가 원인 분석 등을 위한 시장분석’ 연구용역을 발주했는데, 영화상영관·빙과류·식용유와 함께 OTT도 그 대상에 포함됐다. 가격 상승률이 지나치게 높다고 지적되는 생활밀접품목들이 그 대상으로, 독과점 시장 구조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거나 가격 및 품질 경쟁을 약화했는 지를 들여다볼 예정이다.
ⓒ뉴시스
이 같은 내용의 공정위 조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월 1만원대의 OTT 구독료는 소비자들에게 ‘비싸다’며 불만을 샀다. 콘텐츠가 흩어져 있어 여러 개의 동시 OTT를 구독하는 구독자들은 “OTT 통합이 필요하다”고 호소할 만큼 부담감이 커진 것이 사실이다. 고화질 영상을 시청하기 위해선 월 구독료 1만 7000원(넷플릭스, 티빙) 또는 1만 9500원(웨이브)를 지불해야 하며, 광고와 함께 영상을 시청하는 광고형 상품으로 전환해야 1만원 이하로 서비스를 구독할 수 있다. 광고형 상품의 경우 넷플릭스는 월 7000원, 티빙과 웨이브는 5500원이다.
비싼 구독료를 동력 삼아 콘텐츠에 과감하게 투자하며 TV 플랫폼 위상을 뒤흔들었지만, 그만큼 책임감을 갖추고 있는지 물음표가 뒤따른다.
한 예로 49인의 운명술사들이 여러 미션을 통해 자기 운명을 시험하는 과정을 그리는 디즈니+(Disney+) 서바이벌 예능 ‘운명전쟁49’는 OTT에 주어진 표현의 자유를,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데 사용해 빈축을 샀다. 2회 방송 내용 중, ‘망자 사인 맞히기’ 미션이 시청자들의 비판 끝에 ‘재편집’을 결정한 것이다. 이 회차에서는 2001년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故) 김철홍 소방교, 2004년 강력 사건 피의자를 검거하던 중 흉기에 찔려 순직한 고(故) 이재현 경장 등의 사진과 생시, 사망 시점 등을 제시한 뒤 출연진에게 사인을 추리하도록 했는데, 이 과정에서 ‘칼빵’이라는 자극적인 표현까지 사용해 비판을 받았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는 방송법상의 방송사업자에만 심의를 할 수 있는데, 이에 부가통신사업자로 분류된 디즈니+, 넷플릭스 등 OTT는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이에 이번 ‘운명전쟁49’와 같은 ‘선 넘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적용되지 않는다. OTT 플랫폼에도 제재가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방송가 숙제이기도 하다. 디즈니+ 사례가 아니더라도 OTT를 둘러싼 규제는 정부 방송 정책의 중요한 쟁점 중 하나다. 정부가 신‧구 미디어를 포괄하는 미디어 통합 법제 구축 과정에서 규제에서 벗어난 OTT 플랫폼과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TV 플랫폼의 기울어진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지상파를 포함한 방송사의 편성과 광고 규제, 공적 책무를 완화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반대로 OTT 플랫폼에 필요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영방송 BBC가 유튜브 플랫폼과 손잡으며, 정부 추진의 ‘2035년 방송 중단 계획’ 실현 의혹을 받는 영국은 OTT 플랫폼에게 ‘책임’ 부과를 시도한다. 영국 정부는 넷플릭스와 아마존프라임비디오, 디즈니+ 등도 BBC 등 기존 방송과 유사한 수준의 규제를 결정했다. OTT 플랫폼 역시 정확하고 공정한 뉴스를 전달하는 것은 기본, 어린이 시청자를 유해하고 불쾌한 콘텐츠로부터 보호할 법적 책임도 지게 되며, 장애인 등 취약 계층 보호 의무도 부과 받는 것이 기본 골자다.
영국의 이 같은 조치가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와 전통 미디어를 통합·관할하는 통합미디어법을 추진 중인 국내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심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달라진 미디어 환경에 발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방송사의 공적 의무를 이어나가기 위해선, 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