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환 지능형의료로봇연구센터장 인터뷰
휴머노이드 기반 수술 보조 로봇 개발 연구
수술 영상 넘어 ‘행동 데이터’ 구축이 핵심 과제
“의료 로봇 실용화 위해 규제·수가 체계 개선 필요”
정규환 삼성서울병원 지능형의료로봇연구센터장이 2월 24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이 ‘지능형의료로봇연구센터’를 신설하고 임상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의료 로봇 개발에 나섰다. 인공지능(AI)을 넘어 물리적 환경에서 작동하는 ‘피지컬 AI’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고, 이를 위한 데이터와 연구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능형의료로봇연구센터는 의료 로봇의 지능화를 목표로 지난달 출범했다. 기존 의료 AI가 주로 영상 분석 등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발전해왔다면, 앞으로는 로봇이나 의료기기와 같은 물리적 장비에 AI를 접목하는 기술로 확장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난달 24일 정규환 삼성서울병원 지능형의료로봇연구센터장을 만나 센터 설립 배경과 연구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로봇의 다음 단계…‘지능화’ 연구 시작
삼성서울병원 전경 ⓒ 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은 이미 로봇에 익숙한 병원이다. 물류 이송 로봇과 안내 로봇, 회진 지원 로봇 등이 병원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수술 분야에서는 다빈치 수술 로봇도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새로 출범한 센터가 맡은 역할은 이런 기존 로봇 운영이 아닌 임상 행위를 보조하는 의료 로봇을 ‘지능화’하는 연구다. 정규환 센터장은 “수술 로봇은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의사가 조작하는 장비에 가깝다”며 “센터는 수술 로봇처럼 직접 진료에 활용되는 로봇을 자율적이고 지능적으로 만드는 연구를 수행하는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의료 로봇의 자율화에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무엇보다 환자 안전이 가장 큰 과제다. 병원 로봇은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있는 공간에서 움직이는 만큼 충돌이나 오작동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실제 병원에서 운영 중인 물류 로봇도 환자 이동이 적은 야간 시간에 운행되는 방식으로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다.
수술 분야는 더욱 엄격하다. 정 센터장은 “수술 로봇은 환자의 조직에 직접 접근하기 때문에 작은 실수도 환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기술 발전만으로는 부족하고 충분한 임상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센터가 가장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과제는 수술 로봇 학습을 위한 데이터 구축이다. 수술 영상 데이터는 상당히 축적돼 있지만, 로봇이 실제로 따라 해야 할 ‘의사의 행동 데이터’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AI가 수술 영상을 보고 수술 종류나 사용 도구, 대상 장기를 이해하는 수준까지는 발전했다”며 “하지만 로봇이 행동을 학습하려면 어떤 동작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술실에서 센서를 부착해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은 소독이나 감염 관리 등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며 “센터에서는 수술실과 유사한 환경에서 의료진과 연구자가 로봇과 함께 동작을 시연하며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연구에 활용하는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첫 목표는 수술 보조…휴머노이드 접근
정규환 삼성서울병원 지능형의료로봇연구센터장이 2월 24일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연구 생태계 측면에서는 한국형 ARPA-H 프로젝트가 중요한 출발점이 됐다. 삼성서울병원과 성균관대학교, 로봇 기업 등이 협력해 휴머노이드 로봇이 의료 현장에서 수술 보조를 수행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센터 설립 역시 이러한 연구 흐름과 맞물려 추진됐다.
센터는 우선 수술 보조 로봇, 특히 휴머노이드 로봇을 활용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수술 로봇이 별도의 환경 구축을 필요로 하는 것과 달리, 휴머노이드는 기존 수술실에 투입돼 의료진의 일부 업무를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 도구 전달 등 반복적이고 물리적 부담이 큰 작업을 로봇이 맡으면 의료진은 핵심 술기에 집중할 수 있고, 수술 효율과 안전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현장의 판단이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어려움은 규제와 보상체계의 불확실성이다. 생성형 AI처럼 결과 예측이 쉽지 않은 기술이 하드웨어와 결합하면 규제는 더 복잡해진다. 정 센터장은 “근거 요구 수준이 지나치게 높으면 개발과 검증에 시간이 과도하게 걸리고, 반대로 낮으면 안전하지 않은 의료기기가 등장할 수 있다”며 “적정한 규제 기준을 마련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허가를 받더라도 수가나 보상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병원 입장에서는 비용 부담 때문에 도입하기 어렵다”며 “검증된 의료 로봇이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인센티브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로봇이 ‘볼거리’가 아닌 병원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미래를 내다봤다. 사람이 반드시 해야 할 의사결정은 의료진이 맡고, 반복적 물리 업무는 로봇이 분담하는 구조다. 정 센터장은 “결국 목표는 의료진의 에너지를 아끼고, 환자가 어느 의료진을 만나도 예측 가능한 수준의 결과를 얻도록 돕는 것”이라며 “삼성서울병원이 안전하고 효율적인 ‘로봇 융합 병원’으로 진화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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