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는 창작 뮤지컬 ‘더 라스트맨’…“한국적 디테일로 보편적 공감 이끌 것”[D:인터뷰]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6.03.09 11:19  수정 2026.03.09 11:19

유명 극작가 제스로 컴튼 드라마터그 참여

5월 8일 영국 사우스워크 플레이하우스 개막

"한국 배경·캐릭터 유지...고립된 청년 이야기"

한국 창작 뮤지컬 ‘더 라스트맨’이 5월 8일부터 영국 런던 사우스워크 플레이하우스 엘리펀트에서 개막한다. 이번 영국 프로덕션의 드라마터그로는 지난해 올리비에 어워즈에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최우수 뮤지컬상을 받은 영국의 창작자 제스로 컴튼이 참여했다. 그는 사우스워크 플레이하우스의 추천과 과거 연극 ‘벙커 트릴로지’ ‘카포네 트릴로지’를 통해 인연을 맺은 아이엠컬처 정인석 대표의 제안으로 대본을 접하게 되었다.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는 중임에도 그가 한국 소극장 뮤지컬에 합류한 이유는 명확했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대표님과 영국에서 미팅을 했을 때 대화를 굉장히 잘 나눴고, 뮤지컬 공연에 대한 비슷한 태도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대본을 봤을 때 ‘더 라스트맨’의 전반적인 콘셉트나 자신을 사회로부터 소외시키고자 하는 캐릭터 자체에 공감이 많이 되어서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커리어에 큰 관심이 없고 도전적이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재밌는 작업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비즈니스적인 동기로 공연에 참여하지는 않는 편입니다. 가슴이 동해야 더 열정적으로 작업에 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는 ‘더 라스트맨’이 가진 다층적인 서사 구조에 매력을 느꼈다. 영국 무대에 오르지만 작품의 배경과 캐릭터, 스토리는 모두 한국으로 유지된다. 원작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런던 관객을 설득하는 것이 그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다.


“좀비 뮤지컬로 홍보가 되고 있는데 실제로는 그것보다 훨씬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이 작품이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레이어가 많은 공연을 선호하는 편이고, 이 작품은 보이는 것과 다르게 해석되어질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즉 ‘레이어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배경과 캐릭터, 스토리를 한국으로 유지하는 것은 저에게 큰 추가적인 도전이었습니다. 한국 문화나 한국 사회에 대한 반영이 들어가면서도, 어떻게 하면 영국 관객들이 즉각적으로 이해를 하면서 마치 한국 문화에 대한 강의처럼 느껴지지 않게 잘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영국 프로덕션 각색의 핵심은 이야기의 본질은 유지하되 메시지 전달 방식을 문화적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다. 한국과 영국 관객이 정서를 표현하고 받아들이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스토리나 전체적인 테마나 레퍼런스 등 이야기의 핵심은 유지를 하려고 했고요. 다만 어떤 방식으로 관객들한테 전달하는지의 측면에 있어서 수정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공연들은 캐릭터가 관객들에게 직접 자기의 느낌이나 생각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에 비해 영국 공연에서는 캐릭터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대사 아래에 숨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국에서는 어떤 걸 말하는 것보다 어떤 걸 말하지 않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정서적 차이는 극 중 대사와 장면의 구체적인 수정으로 이어진다. 감정을 직접 터뜨리는 대신, 관객 스스로 유추하고 결론에 도달하도록 여백을 두는 방식이다.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마지막 에필로그에 ‘당신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넘버가 있는데, 한국 같은 경우에는 그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을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영국 관객들 같은 경우에는 공연이 직접적으로 제시를 하면 ‘내가 혼자서 생각할 수 있는데 왜 가르쳐 달라고 하냐’라는 식으로 반응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 메시지를 똑같이 유지를 하면서 교조적으로 느껴지지 않고 관객들이 스스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는 식으로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생일에 초코파이를 먹는 장면에서, 한국 공연에서는 ‘나눠 먹을 수 없어서 오늘은 좀 외롭다’라고 직접적으로 대사를 표현합니다. 하지만 영국 버전에서는 ‘보통 생일을 챙기지는 않는데 막상 파티를 하지 못하게 되니까 조금 아쉽다’는 식으로, 외롭다는 정서 자체는 유지를 하면서 조금 다른 방법으로 표현을 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작품의 배경인 ‘신림동’ 특유의 억압적인 분위기는 그가 한국을 직접 방문해 체감한 후에야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이 특수한 공간이 주는 압박감이 극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라고 봤다.


“신림동에 직접 방문하기 전까지는 그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현장을 방문하고 나서야 슬로건이나 학원 이름 등에서 한국의 젊은이들이 겪는 압박과 스트레스가 실감이 났습니다. 여기에 살면 성공할 수 있는 것처럼 브랜딩을 하고 있고, 성공 스토리가 걸려 있는 걸 봤거든요. 여기에서 살면서 성적이 잘 안 나오면 정말 힘들 것 같더라고요. 그제야 이 인물이 왜 압박을 느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한테 부여되는 그런 사회적인 기대와 마케팅적인 측면들이 굉장하게 느껴졌고, 이걸 공연에 자연스럽게 녹여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제일 어려운 지점인 것 같습니다.”


신림동이라는 구체적이고 낯선 공간의 이야기지만, 그 안을 관통하는 ‘청년 고립’이라는 주제는 런던 관객들에게도 유효하다. 그는 한국적인 디테일이 오히려 영국 관객의 보편적인 공감을 끌어낼 무기라고 확신했다.


“영국에서도 한국만큼은 아니지만, 특히 젊은 남성들에게서 소외가 되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낍니다. 게임을 통해서 커뮤니티를 만들고 건강하지 않은 생각을 주고받으면서 자기 자신을 사회로부터 소외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의 압박이 개인한테 미치는 영향이나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고충은 서울이든 런던이든 어디에나 똑같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영국 관객들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통해서 보편적인 이야기에 도달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구체적인 사례에 집중을 해서 결론에 도달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더 라스트맨’은 영국 초연에 앞서 3월 24일 대학로 링크더스페이스 1관에서 세 번째 시즌의 막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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