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 재정 뒤에 가려진 ‘부채의 덫’
채워지지 않는 세수…건전성 논쟁 재점화
전문가들 “지속 가능한 재정 운용 위한 대책 시급”
세수 감소와 지출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며 정부 재정의 균형 관리가 시험대에 올랐다. ⓒ챗지피티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쉼 없이 이어지면서 국가 채무의 가파른 증가세는 이미 정책 당국의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는 지적과 함께 거센 비판의 도마에 올랐다.
올해 예산안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재정 당국이 최후의 보루이자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기던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불과 몇 년 전인 지난 2023년 결산 당시까지만 해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던 재정 지표들이 단기간에 급격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나라 곳간에 적신호를 켠 것이다.
정부는 경기 회복을 위한 ‘마중물’ 성격의 투자를 강조하며 정책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어느 때보다 냉담하다.
적자 국채 발행이 늘어날수록 시중 금리 상승 압박이 거세지고, 이는 결국 민간 분야의 투자를 위축시키는 이른바 ‘구축 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적자의 폭이 해마다 확대되면서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원리금 상환 부담은 이제 우리 경제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법인세 쇼크와 흔들리는 세수 구조
세수 확보에도 비상이 걸렸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법인세 진도율은 10%대 중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상적인 1분기 초반 진도율과 비교해도 낮은 수준이다.
일반적으로 1~2월은 전년도 실적에 대한 중간예납분이나 일부 미납분이 들어오는 시기다. 과거 5년 평균 진도율(18~20%)과 비교하면 약 3~5%p 가량 하락한 수치다.
이러한 부진의 근본 원인은 지난 2023년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기 둔화와 내수 위축에 있다. 12월 결산법인의 영업이익이 정부 전망치를 크게 밑돌면서, 기업들이 실제 납부해야 할 세액 자체가 줄어든 결과다.
기업 실적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법인세 수입 변동성이 재정 운용의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제미나이
특히 3월은 연간 법인세 수입의 30% 이상이 결정되는 ‘확정 신고’ 달이다. 2월 말까지의 진도율이 예년보다 낮다는 것은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가 3월 신고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라는 강력한 전조 증상으로 풀이된다.
법인세는 소득세와 더불어 국가 세수의 중추다. 이 핵심 동력이 흔들리면서 기획예산처가 주도하는 올해 예산 집행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지출은 2025년 대비 8% 늘어나는 등 확장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수입은 줄어드는 ‘재정 가위눌림’ 현상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더구나 현재 법인세 수입이 전년 대비 10조원 이상 감소할 것으로 관측되면서, 전체 세입 예산의 약 3%가량이 증발하는 ‘세수 쇼크’ 사태가 현실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세원 확보 부진이 정부의 정책 집행력을 현저히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세수 오차율이 예산안 대비 5%를 초과하는 비상상황이 전개되면서, 정부가 추진하던 야심 찬 지출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부족한 세입을 메우기 위해 편성된 예산을 집행하지 않는 ‘강제 불용’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사업은 물론, 신규 산업 지원 예산의 집행이 줄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법인세는 기업 실적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지만, 이를 대체할 확실한 세원 확보 대책이 부재한 상태에서 지출만 늘린 결과가 세수 결손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정부의 지출 계획이 공수표가 되지 않도록 재정 운용의 우선순위를 전면 재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은 아껴야 할 때" vs "더 풀어야 산다"
현재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확장 재정의 정당성을 둘러싼 끝장 토론식 논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확장 재정론자들은 경제 위기 국면에서 정부가 국민 경제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기 전에 과감한 재정 투입으로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 건전성 우려론자들의 반박도 거세다. 한 번 늘어난 복지 지출은 나중에 경기가 좋아져도 좀처럼 줄이기 어려운 ‘하방 경직성’을 갖기 마련이다. 따라서 지금 같은 지출은 결국 재정 파탄의 길로 접어드는 악수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재정적자 확대가 장기적으로 미래 세대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챗지피티
특히 한국 경제의 인구 구조 변화는 재정 위기설에 힘을 보탠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5년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이미 진입했다.
이에 따라 연금과 의료비 등 미래 재정 지출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왔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확장 기조를 고수하는 것은 국가 경제 전체에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뚜렷한 세수 확보 대책 없이 빚을 내서 지출만 늘리는 방식은 국가 신인도에 결정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지금이라도 재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지출 구조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불필요한 예산 낭비 요인을 과감히 도려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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