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 팟캐스트와 달리, 비디오라는 형식이 차별화·확장성
'가성비'가 콘텐츠 전략의 핵심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제작비 수백억 원이 투입되는 대작 드라마가 단 며칠 만에 소비되고 사라지는 '콘텐츠 휘발성' 문제에 직면하면서, 플랫폼들은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찾기 시작했다. 비디오 팟캐스트는 바로 이 지점에서 경쟁력을 갖는다. 스튜디오와 마이크, 그리고 매력적인 화자만 있다면 매일이라도 생산 가능한 이 포맷은, 제작비 부담은 낮추면서도 오디오와 비디오를 동시에 공략하며 사용자 체류 시간을 극대화한다. 플랫폼들이 막대한 제작비 경쟁 대신 '대화의 기록'에 투자를 늘리는 이유다.
다만 한국 시장의 구조는 글로벌 시장과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해외에서는 스포티파이나 애플 팟캐스트처럼 오디오 플랫폼을 중심으로 생태계가 형성된 뒤 영상으로 확장되는 흐름이 나타났다면, 국내에서는 전용 팟캐스트 플랫폼보다는 유튜브를 중심으로 대화형 콘텐츠가 발전하며 비디오 팟캐스트 형식이 자리 잡은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팟캐스트를 표방한 프로그램보다 기존 유튜브 채널이 토크 중심 콘텐츠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형식이 만들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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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공자 강민지와 서솔이 운영하는 '하말넘많', 웹툰 작가 이말년의 '침착맨', 코미디언 정재형·김민수·이용주의 '피식대학'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처음부터 팟캐스트를 기획한 것이 아니라,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대화 중심 콘텐츠로 자연스럽게 진화하거나 기획한 사례들이다.
오디오 팟캐스트에서 영상으로 확장한 경우도 있다. 코미디언 송은이와 김숙이 진행하는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은 2015년 4월 시작된 장수 팟캐스트로, 2025년 1월 500회를 맞았다. 초기에는 오디오 중심 프로그램이었지만 유튜브 영상으로도 소비되며 비디오 팟캐스트 형태로 확장됐다. 기업형 사례도 있다. 토스(비바리퍼블리카)가 운영하는 '머니그라피'는 금융과 산업 트렌드를 결합한 대화형 콘텐츠 'B주류경제학'을 통해 약 61만 구독자를 확보하며 브랜드 주도형 비디오 팟캐스트의 성공 사례로 언급된다.
이처럼 국내 비디오 팟캐스트는 유튜브라는 영상 플랫폼 안에서 자연스럽게 진화했지만, 구조적 한계도 안고 있다. 팟캐스트는 기본적으로 언어 이해를 전제로 하는 오디오 매체이기 때문이다. 영어권 시장에서는 미국·영국·캐나다·호주 등 여러 국가가 하나의 콘텐츠 풀을 공유하며 규모의 경제를 형성하지만, 한국어 팟캐스트는 소비자가 사실상 한국어 사용자로 제한된다. 이는 단순히 인구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콘텐츠 유통 범위 자체가 좁다는 의미다.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팟캐스트가 해외로 확장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K팝이나 한국 문화처럼 언어 외적인 팬덤이 형성된 콘텐츠에 한해 제한적인 수요가 나타나는 정도다.
가수이자 콘텐츠 제작자인 에릭 남이 스포티파이에서 운영하는 팟캐스트의 주요 청취층이 영어권 케이팝(K-POP) 팬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비디오 팟캐스트는 이 지점에서 오디오 팟캐스트와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영상 콘텐츠는 자막과 번역을 삽입하기 쉽고, 유튜브의 자동 자막 기능을 통해 해외 시청자도 일정 부분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한국 비디오 팟캐스트는 번역 자막을 통해 해외 시청자에게 소비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언어 장벽을 넘지 못했던 오디오 팟캐스트와 달리, 비디오라는 형식이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파급력을 넓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비디오 팟캐스트의 확산은 콘텐츠 경쟁의 기준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플랫폼의 핵심 지표가 '얼마나 화제가 됐는가'에서 '얼마나 오래, 얼마나 자주 소비되는가'로 이동하면서, 작품 단위로 소비되는 영화나 드라마와는 다른 방식의 콘텐츠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비디오 팟캐스트는 그 변화에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형식이다. 시청자는 특정 작품을 보기 위해 앉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진행자의 목소리와 얼굴을 반복적으로 찾는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관계를 소비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인 셈이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팟캐스트에서 피트 데이비슨 같은 인물을 앞세우는 것도, 스포티파이가 조 로건과 2억 5000만 달러 계약을 맺었던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플랫폼들이 지금 비디오 팟캐스트에 주목하는 이유는 새로운 장르를 추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청자를 붙잡아두는 방식 자체를 바꾸기 위해서다.
한 MCN 관계자는 "비디오 팟캐스트가 영화나 드라마를 대체하는 형식은 아니다. 다만 콘텐츠 과잉 시대에 플랫폼이 선택한 또 하나의 전략적 포맷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이 형식이 한국 콘텐츠 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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