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로, 굿즈로 더하는 독자들의 만족감
작가 겸 출판사 대표 가랑비메이커가 선사하는 공감
<출판 시장은 위기지만, 출판사의 숫자는 증가하고 있습니다. 오랜 출판사들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며 시장을 지탱 중이고, 1인 출판이 활발해져 늘어난 작은 출판사들은 다양성을 무기로 활기를 불어넣습니다. 다만 일부 출판사가 공급을 책임지던 전보다는, 출판사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개합니다. 대형 출판사부터 눈에 띄는 작은 출판사까지. 책 뒤, 출판사의 역사와 철학을 알면 책을 더 잘 선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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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과장면들이 포착하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일상
문장과장면들은 2015년 첫 책을 출간한 독립출판 작가인 가랑비메이커가 설립한 1인 출판사다.
가랑비메이커의 첫 책 ‘지금, 여기를 놓친 채 그때, 거기를 말한들’은 지금, 여기 순간을 스치는 감정과 깊은 사유를 담담히 풀어낸 단상집으로, 출간 직후 5년간 품절과 재입고를 거듭하며 동네 책방 베스트, 스테디셀러로 등극했었다.
이는 곧 문장과장면들의 지향점이기도 했다. “‘보통의 사람들의 평범한 날들을 조명하는 이야기’를 담는 출판사”라고 문장과장면들을 소개한 가랑비메이커는 “모두가 사랑할 만한 사람들을 사랑하고 주목할 만한 이야기만을 주목한다면, 우리만큼은 스포트라이트로부터 조금 비껴져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고자 하는 마음으로 책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로 활동하며 출판사를 직접 설립한 배경도 이와 닿아있었다. 가랑비메이커는 거창하진 않아도, 이렇듯 자신만의 취향이 담긴 책을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출판사의 방향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도서로 가랑비메이커의 작업일지 ‘진심을 이야기할 때는 가장 작은 목소리로’를 꼽은 그는 “시인을 꿈꾸던 여고 시절을 지나 독립출판 작가에서 1인 출판사 대표가 되기까지의 기쁨과 슬픔을 담아낸 작업일지”라고 이 책을 소개했다. 더불어 작가와 배우로 활동하는 썸머 작가가 배역에도 온 마음을 다 쏟는 배우의 열의와 쓰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일상의 영감이 담은 ‘최애가 되고 싶어’를 문장과장면들의 대표 도서로 꼽는 등 일상의 한 순간을 포착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고 있다.
가랑비메이커는 “한눈에 시선을 끄는 화려한 표지와 띠지는 없어도 담백하고 자연스럽게 독자들의 곁에 스며드는 이야기를 꾸준히 펴나가는 것이 문장과장면들이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 규모는 작지만, 가능성은 큰 문장과장면들
성인 독서율은 매년 하락 중인 요즘, 1인 출판사가 버티기 쉽지 않은 환경이지만 그럼에도 가랑비메이커는 부지런히 움직이며 가능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2015년 첫 책을 출간한 이후 전업 작가로서 꾸준히 책을 펴내며 책방과 여러 기관과의 다양한 기획과 협업을 이어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개인 작가의 영역을 넘어 다양한 기획과 운영에 대한 관심이 확장됐고, 그것이 출판사 설립으로 이어졌다”고 문장과장면들의 ‘시작’을 회상한 가랑비메이커는 “집필 외에도 디자인과 교정·교열, 유통을 직접 진행해 온 경험은 출판사를 시작한 이후 다른 작가들의 책 출간 작업과 마케팅 등 보다 넓은 영역의 출판 작업을 이어가는 데 밑거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젊은 층의 뜨거운 지지 속, 흥행에 성공한 서울국제도서전 등을 겪으며, ‘지금의’ 독자들을 겨냥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도 하고 있다. 독자들의 일상과 가까운 이야기로 취향을 저격하는 것은 물론, ‘종이책’을 넘어 ‘굿즈’로 관심을 유도하며 ‘다른’ 방식의 독서를 이끌고 있다.
문장과장면들은 북퍼퓸, 필름 포스터 등을 통해 책과 무관하지 않은 경험을 선사하며 독자들의 만족감을 배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가랑비메이커는 “신간 출간 시 키링 등 도서 낱권의 제작비와 맞먹는 비용의 굿즈를 제작·증정하고, 책 속의 문장을 프린트한 ‘텍스트힙 티셔츠’와 작가의 기록 습관에서 시작된 ‘기록 통장’ 등을 도서전과 같은 오프라인 행사에서 선보였다”는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이에 지난해 도서전에서는 오픈콜 이전부터 SNS 등에서 화제가 되며 현장에서 높은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다.
“작년 도서전을 기점으로 ‘텍스트힙’ 열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느끼고 있다”고 요즘의 분위기를 언급한 가랑비메이커는 “각자의 능동적인 독서와 참여가 중요해지는 시대, 많은 출판사들이 책을 종이책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출판사들이 도서보다 굿즈에 더 많은 공을 들이며 주객이 전도됐다는 이야기도 하지만, 현장에서 책을 기획하고 출판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책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제작된 굿즈가 독서의 경험을 확장하고, 책이 지닌 한계를 넘어서는 또 다른 방식의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올해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도서와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책 바깥의 시도를 함께 이어나갈 계획이다. 통장 잔고보다 취향 잔고가 넉넉한 작가 썸머의 취향을 포착한 ‘좋아하는 마음도 적립이 되나요?’(가제), 작가들이 사랑한 사람과 공간에 대한 기억을 불러오는 음식 에세이 ‘여름 그맛’(가제)의 출간을 앞두고 있으며, 새로운 굿즈도 기획 중이다. 이에 대해 가랑비메이커는 “바깥에서 바라볼 때 텍스트힙 열풍 역시 일시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문장과장면들의 경우 굿즈를 통해 도서로 유입되는 독자도 적지 않다. 앞으로도 꾸준히 책을 출간하는 동시에 책을 보다 능동적으로, 새롭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기획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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