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SK와 KIA전은 일명 ´포수 시리즈´로 불린다. 양 팀 사령탑이 포수 출신으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페넌트레이스를 3위로 마친 SK 이만수 감독 대행은 선수 시절 ´헐크´로 불린 공격형 포수, ‘조갈량´ 조범현 KIA 감독은 수비형 포수 출신이다. 현역 시절에는 이만수 감독 대행이 조범현 감독보다 한 수 위 기량을 선보이며 레전드 포수로 인기를 끌어왔다.
사령탑 경험은 오히려 조범현 감독이 이만수 감독 대행보다 앞선다. 포수로 교차된 삶을 살아온 두 감독의 포수 시리즈는 예상 밖 결과로 시작됐다. KIA 안방마님 김상훈의 어깨 부상으로 대신 주전 마스크를 쓴 차일목이 공수에서 걸친 맹활약으로 포수 시리즈 첫판을 매조지 했다.
´9회 쐐기 만루포´ 무명 날린 한 방
‘포수’ 차일목은 8일 문학구장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쐐기 만루포 한 방을 쏘아 올렸다. 차일목은 살얼음판 리드가 이어지던 1-0으로 앞서던 9초 공격 2사 만루에서 SK 마무리 엄정욱의 몸쪽 직구를 잡아당겨 문학구장 우측 펜스를 넘기는 극적인 홈런을 뽑아낸 것.
경기 내내 서서 선수를 독려하던 SK 이만수 감독 대행을 주저앉게 만든 쐐기포였다. 1차전에서 4타수 2안타 4타점 1홈런 1볼넷의 만점짜리 활약을 펼친 백업 포수의 뜬금포 한 방에 박빙의 승부는 사실상 결정됐다.
차일목의 만루포 본능은 이미 지난 9월 18일 LG전에서 나타난 바 있다. 3-3으로 이어지던 연장 접전에서 11회말 LG 신인 임찬규 초구를 잡아당겨 끝내기 만루홈런을 터뜨린 적 있다.
사실 이날 차일목의 타격감은 심상치 않았다. 3회초 김광현을 상대한 첫 타석에서도 몸쪽 공을 잡아당겨 큼직한 파울 홈런을 뽑아냈다. 그 후 차일목은 다시 중전 안타를 뽑아냈다. 차일목의 몸쪽 컨택 포인트가 예사롭지 않았다. 임찬규와 엄정욱에게 뽑은 만루포 역시 몸쪽이었다.
아바타 싸움 1차전은 차일목(왼쪽)을 앞세운 조범현 KIA 감독의 완승으로 끝났다.
차일목 어깨에서 나온 아웃카운트 ´시작과 끝´
차일목의 진가는 수비에서도 나타났다. 한국 최고 좌우 에이스 김광현과 윤석민의 맞대결로 펼쳐진 경기에서 차일목은 윤석민과 배터리를 이뤄 윤석민의 완투승을 이끌어냈다. 절묘한 볼배합으로 SK 타자들과의 수싸움에서 앞선 게 이날 승리의 숨은 이유다.
투수 리드 뿐 아니라 도루 저지 능력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뽐냈다. SK의 첫 아웃카운트와 마지막 아웃 카운트가 차일목 어깨에서 나왔다. 1회말 첫 타자 정근우가 우전안타로 출루한 뒤 2루 도루를 시도했을 때 차일목은 정확한 송구로 정근우를 잡아냈다. 안방마님 싸움에서 기선을 제압한 것.
마지막 아웃카운트 역시 9회 말 차일목의 2루 송구로 낚아챘다. 9회 말 대타 최동수의 솔로포로 흔들리며 1사 1,2루의 위기 상황에서 대타 안치용이 헛스윙 삼진으로 아웃되는 순간, 2루 주자 정근우와 1루 주자 박재상이 더블 스틸을 감행했다.
이때 차일목은 3루로 뛰는 정근우를 포기하고 2루로 송구, 박재상을 잡아내면서 마지막 아웃카운트마저 어깨로 끝냈다.
2,3루 더블 스틸 때 앞 주자를 잡기 해 3루로 송구를 하는 경우가 많다. 1루 주자는 2루 송구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방심하는 경우가 있는데 차일목의 재치 있는 2루 송구는 그 허를 찌른 것. 1차전 아웃카운트 시작과 끝은 차일목의 어깨에서 나왔다.
포수 아바타 싸움에서 ´KIA 먼저 웃다´
포수 시리즈에서 정상호와 차일목은 포수 출신 감독들의 지략과 야구철학이 단기간에 주입된 아바타다. 타자들과의 수싸움과 투수 리드, 볼배합, 등등 감독의 의중이 가장 강하게 표현된 포지션이라고 볼 수 있다. 아바타 싸움 1차전은 차일목을 앞세운 조범현 KIA 감독의 완승으로 끝났다.
정상호 역시 초고교급 포수로 촉망받으며 공격형 포수의 기대를 높였던 유망주 출신. 반면 차일목은 백업 포수로 입단 후 수비에서 묵묵히 조연 역할을 수행해왔다. 소속팀 감독과 포수들의 성향이 두루뭉술하게 닮았다.
두 감독은 대구 출신 동향 선후배다. 이만수 감독 대행이 조범현 감독보다 두 살 위다. 둘 다 대구에서 야구를 시작했고 대구상고(현 상원고)와 대건고(서울 충암고로 전학)를 거쳤다. 공교롭게도 대구상고 선배 이만수를 무너뜨린 차일목 역시 까마득한 대구상고 후배다.
선수 시절 화려함의 극치를 만끽했던 이만수 감독 대행의 가을 잔치 1차전은 적진에 마주선 고교 후배 백업포수에 의해 허무하게 끝났다.
한편, SK와 KIA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각각 송은범과 로페즈를 선발로 내세워 문학구장에서 계속된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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