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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 깼던' 쁘아까오…제2의 크로캅 될까


입력 2012.07.03 09:09 수정         김종수 객원기자 (asda@dailian.co.kr)

2년 만에 새로운 무대로 복귀 선언

입식선수 MMA 징크스 털고 성공신화?

MMA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쁘아까오 포 프라묵.

[데일리안 스포츠 = 김종수 기자]'쁘아까오, 새 무대서도 황제?'

K-1 월드맥스 '전 황제' 쁘아까오 포 프라묵(29·태국)이 MMA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 초 태국 TV에서 전향 의사를 드러낸 바 있는 그는 홍콩으로 거점을 옮겨 본격적인 수련에 들어간 상태다.

쁘아까오 반차메로 이름을 바꾼 쁘아까오는 현재 주짓수 등 다양한 그라운드 메뉴를 익히며 종합격투기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무에타이를 베이스로 하는 그는 한때 K-1 맥스 무대에서 '1강'으로 불리던 최강의 입식 파이터다. 전성기에는 경쟁자조차 없는 절대 강자였다.

'철권 귀공자' 알버트 크라우스와 '은빛늑대' 마사토가 양분하던 K-1 맥스는 2004년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쁘아카오라는 젊은 강자가 등장한 것이다. 그의 등장은 당시 판도 변화는 물론 이후 맥스의 역사를 송두리째 바꿔놓을 만큼 엄청난 폭풍을 몰고 왔다.

초창기 쁘아까오의 모습은 젊고 파이팅 넘치는 무에타이 전사의 모습 그대로였다. 무에타이 식 앞차기에 '광속'이라고 불릴 만큼 빠른 미들킥 그리고 빰클린치에 이은 니킥 연타는 상대 선수들에게 낯선 공포를 안겨줬고 결과는 데뷔 첫해 우승으로 이어졌다.

압도적인 우승 앞에 주최 측은 당황했고 결국 클린치 상황에서는 니킥을 단발로 한정하도록 룰이 개정됐다. 겉으로는 여러 이유를 들었지만 실제로는 쁘아까오라는 독재자를 견제하기 위한 룰 개정이었다.

새로 바뀐 룰은 쁘아까오에게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이듬해 파이널에서 연속된 강자들과의 대결로 기진맥진한 몸으로 결승에 진출, 결국 우승을 사워에게 넘겨주고 만다.

하지만 이 사건은 쁘아까오를 결과적으로 더욱 강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킥에 비해 펀치기술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쁘아까오는 바로 이 부분을 집중 연마했다. 결국, 그는 이듬해 대회에서 사워를 펀치로 넉 아웃 시키며 리벤지와 챔피언 등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K-1 맥스 최초의 2회 우승자가 탄생한 순간이다.

쁘아까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초창기처럼 무모할 만큼 치고 들어가는 패기 대신 노련하고 안정적인 게임운영을 터득한 것. 힘과 체력으로 압박하는 파이팅 대신 무리수를 두지 않고 천천히 상대를 갉아먹는 플레이는 상대들로 하여금 진땀을 흘리게 했다.

딱히 패턴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간 쌓아온 경기 경험을 바탕으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대처했다. 일부에서는 호전성을 잃어버렸다는 혹평도 있었지만 부상과 체력이 변수인 그랑프리 시스템에서는 오히려 현명한 전략이었다.

천천히 압박을 거듭하며 상대의 공격이 들어오려는 타이밍에서 반 박자 빠르게 먼저 공격을 성공시켜버리고 펀치든 킥이든 뭔가가 날아오면 즉시 되돌려주던 파이팅 스타일은 안정성과 재미를 팬들에게 동시에 보여줬다.

그러나 쁘아까오에게도 위기는 찾아왔다. 모든 선수들의 목표이자 견제 대상이었던 만큼, 장단점에 대한 끊임없는 분석이 이뤄졌고 점차 멀게만 느껴졌던 기량 차도 서서히 좁혀지기 시작했다.

쁘아까오는 주특기 무에타이의 빰클린치-니킥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상황에서 약점들이 하나하나 노출되기 시작하자 점점 견디기 힘들어졌다. 자신의 수는 반절로 줄어들었는데, 상대들은 미친 듯이 달려드니 답답한 노릇이다. 결국 쁘아까오는 마사토, 사토 요시히로에게 차례로 무너지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2010년을 기점으로 맥스무대를 떠난 그는 이후 소속 체육관과의 불화, 스님으로의 출가 등 여러 가지 일에 휩싸이며 제대로 입식수련에 매진하지 못했다. 결국 선수로서 행보에 어려움을 느낀 그는 선수보다는 후진양성에 힘을 쏟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하지만 쁘아까오는 파이터의 끊는 피를 식히지 못하고 복귀를 선언했다. 놀라운 것은 앞서 언급했듯 입식이 아닌 종합파이터로서의 변신을 감행했다는 사실. 성공 가능성을 두고 팬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쁘아까오
사실 전문 입식선수들의 MMA무대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미르코 크로캅-마크 헌트 등이 그나마 성공한 케이스일 뿐 스테판 레코를 필두로 입식에서 쟁쟁한 위명을 떨쳤던 선수들이 무더기로 자존심을 구겼다.

서서 싸우는데 익숙한 그들로서는 클린치 상황에서의 중심싸움 및 그라운드에서의 공방전이 부담스럽고 생소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대비를 했다 해도 그라운드 테크닉은 단시간 내 익히기 어렵다. 차라리 처음부터 배우는 것이라면 몰라도 익숙한 입식 테크닉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장착해야 하는 문제는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그러나 쁘아까오는 예전부터 마사토 등 다른 선수들보다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무게중심을 아래에 두고 스텝을 밟아온 것을 비롯해 무에타이로 단련된 빰 클린치 솜씨는 어지간한 종합선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다. 이러한 장점을 살려 '테이크다운 디펜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나간다면 제2의 크로캅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태클 방어만 된다면 쁘아까오는 종합무대에서도 위력을 발할 수 있다. 맥스에서 활약할 당시 그는 자신의 최대 장기인 빰클린치 이후 니킥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하지만 MMA에서는 답답했던 니킥 봉인을 풀고 마음껏 무릎을 휘두를 수 있다.

팔꿈치 공격도 가능하다. 그렇지 않아도 강한 타격에 날개를 달 수 있어 정상적인 스탠딩 대결에서는 그를 당할 선수가 많지 않다. UFC 페더급에 진출해 현 챔피언 호세 알도(25·브라질)와 맞붙는다면 난생 처음 알도의 '닥치고 태클'을 볼지도 모를 일이다. 과연 쁘아까오의 광폭한 타격은 종합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을지, 새로운 도전에 나선 K-1레전드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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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기자 (asd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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