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명박' 이름은 태몽때문"

이충재 기자

입력 2013.02.19 18:55  수정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오찬, 전직 대통령 초상화 맨 앞에 걸려 "실물 보다 낫다"

“내가 청와대 들어올 때랑 나올 때랑 몸무게 같아. 허허.”

이명박 대통령은 퇴임을 엿새 앞둔 19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가진 오찬에서 이같이 말했다. ‘옷맵시를 위한 몸매 관리’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약 3시간 동안 진행된 오찬에서 지난 5년간 대통령직을 수행하면서 출입기자들과 함께 했던 소회를 털어놓는 등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특히 “앞으로도 (기자들과) 인연이 계속될 것”이라며 퇴임 후 활발한 활동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시간을 보내면서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한걸음 물러서서 살아가려고 한다”며 “앞으로 여러분이 기대해 주면 좋겠다”고도 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퇴임 연설에서 “퇴임 후 꽃 피는 계절이 오면 4대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우리 강산을 한번 둘러보고 싶다”면서 ‘4대강 살리기 전도사’로 나서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은 19일 퇴임 연설에서 “퇴임 후 꽃 피는 계절이 오면 4대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우리 강산을 한번 둘러보고 싶다”면서 ‘4대강 살리기 전도사’로 나서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아울러 행사에선 이 대통령의 인간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도 오갔다.

이 대통령은 ‘비판적인 기사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가 기분이 나쁘다고 해서 상대에 전달되지 않고, 나만 속상하다. 하나하나 감정을 나타내면 나만 손해를 본다”며 “그렇다고 ‘기분 좋았다’고 하는 것은 가식이고, ‘이 친구(기자들)들이 이렇게 기사를 썼구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제일 나쁜 것이 무관심이라고 생각한다. 무관심 보다 욕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면서 보낸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대통령은 출입기자들에겐 “개인적으로 가까운 기자도 많고, 2~30명은 나와 오래 역사를 함께한 사람들”이라며 “내 임기에 출입을 같이 한 것도 굉장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그 인연을 소중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어디서 어떻게 만나고 무슨 일이 있으면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역대 대통령보다 '하루 더 긴' 재임기간 "일복 타고나"

이 대통령은 식습관과 관련해선 “난 뭐든 가리지 않고 다 잘 먹는다”며 “한식도 좋아하지만, 1,2년 김치를 안 먹어도 크게 ‘김치를 먹고 싶다’는 생각을 안가진다. 그렇게 살아 왔기 때문에 모든 음식이 좋다”고 했다.

‘도수 없는 안경’에 대한 일화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안경을 쓰니 인상이 더 부드러워졌다고 한다”면서도 “(지금 쓰는 안경이) 도수가 없는 안경이라서 잘 두고 다닌다. 그래서 수행비서에게 하나 더 가지고 다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또 형제들 가운데 유일하게 이름에 돌림자를 쓰지 않은데 대해 “우리 어머니께서 태몽을 꿨는데, 큰 보름달을 치마에 안아서 주위가 환하게 비췄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했더니 이름 짓는 분이 아깝다고 해서 (돌림자 대신) 밝을 ‘명’, 넓을 ‘박’을 쓰게 됐다. 뭐 이름 그대로 됐다. 허허”라며 웃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대선 때 ‘명박’이라는 이름이 일본식이라고 누가 비판하는데, 그런 뜻이 아니고, 태몽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역대 대통령 보다 ‘하루 더 긴’ 재임기간도 화제였다. 사회자가 “역대 대통령들은 1826일을 일했는데, 이 대통령은 1827일을 일했다”고 소개하자 이 대통령은 “윤년이 있어서 그런 것인데, 일복이 있어서 그렇다”고 말했다.

청와대 세종실에 MB 초상화 걸어 "실물보다 낫다"

앞서 이 대통령의 초상화가 역대 대통령 초상화가 걸린 청와대 세종실에 걸렸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마지막 국무회의’를 마친 뒤 세종실에서 초상화 헌액게첩(獻額揭帖) 행사를 가졌다.

김황식 국무총리와 하금열 대통령실장이 제막을 하고 벽면에 걸었다. 벽면 우측으로부터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으로 시작돼 노무현 전 대통령 초상화 앞에 이 대통령의 초상화가 자리했다.

초상화의 크기는 가로-세로 각각 530mm, 650mm다. 전두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초상화를 그렸던 초상화 전문작가인 정형모 씨의 작품이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초상화를 보며 “피부가 좋게 나왔다. 실물보다 낫다”고 했다. 청와대 무궁화실 쪽에는 부인 김윤옥 여사의 초상화가 역대 영부인의 초상화 옆에 걸렸다.

한편 이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취임 전날인 오는 24일 김윤옥 여사와 함께 청와대를 떠나 강남구 논현동 사저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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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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