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일부라도 공개됐다면 전체 알아야하는게 마땅
단 노회찬 X파일 재판처럼 공개한자 처벌하면 그뿐
“한 마디로 기가 막힌다.”
국회 정보위원회 위원장 서상기 의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발언을 열람한 소감이라 한다.
서 의원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너무나 자존심이 상해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끝까지 비굴과 굴종의 단어가 난무해 굴욕감으로 탄식이 절로 나왔다”면서 “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을 완전히 배신한 것”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의 주장만이 아니다. 함께 대화록을 열람한 정보위 조원진 의원은 “상상을 초월하는 중차대한 내용이 많다”고 했고, 조명철 의원은 “대화가 아니라 보고장소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선 도저히 할 수 없는 저자세로 일관했으며, 김정일 위원장에게 수시로 ‘보고드린다’는 표현을 쓰거나 ‘제가 방금 보고드린 것과 같이’라는 말을 수시로 사용하였다고 한다.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저자세나 굴욕적인 언동은 정상회담에서 회담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추여주기 위함이라고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임시절 “대통령 못 해 먹겠다”는 둥 대통령의 언동이라고 볼 수 없는 언행을 숱하게 했던 사실을 기억해보면, “남에서 새는 바가지 북에서도 샜네” 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 않을까?
“NLL 문제, 그것이 논리적 근거도 분명치 않은 것인데…. 남측에선 이걸 영토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지난 5년 동안 북핵 문제를 둘러싼 북측의 6자 회담에서의 입장을 가지고 미국과 싸워왔고, 국제무대에서 북측 입장을 변호해왔다.”
“그동안 외국 정상들의 북측에 대한 얘기가 나왔을 때, 나는 북측 대변인 노릇 또는 변호인 노릇을 했고, 때로는 얼굴을 붉혔던 일도 있다.”
“제일 큰 문제가 미국이다. 나도 제국주의 국가들이 사실 세계 인민들에게 반성도 하지 않았고 오늘날도 패권적 야망을 절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으며 저항감도 있다.”(방코델타아시아 자금 동결 관련)
그런데 필자는 노 전 대통령이 이런 말을 했다는 보도를 보면서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NLL 특히 북핵에 대하여 북한의 최고통치자에게 저런 말과 행동을 할 지경인 세력이 대한민국 5년을 책임졌지만 대한민국이 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대한민국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다고 안도했던 것이다. 물론 지금은 북한 핵수준이 훨씬 더 진보했고 여차하면 남한을 향해 핵을 터뜨리겠다고 협박하는 수준으로 발전했으니 아직 안 망했다고 안도하기에는 입맛이 좀 쓰지만 말이다.
안도감이야 필자 개인의 생각일 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는 경악할 만한 내용이다. 과연 노 전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는지, 이를 확인할 방법은 무엇인지, 이 문제로 온 나라가 들끓고 그 해법이 무성하다.
새누리당은 ‘NLL 발언’에 대한 국정조사를, 민주당은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후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각각 촉구하고 있다. 문재인 의원은“누차 강조했듯이 (대화록 공개는) 결코 해서는 안 될 어리석은 짓이지만, 이제 상황이 어쩔 수 없게 됐다”면서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민주당은 발췌본의 내용을 공개한 국회의원, 국정원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그렇다면 해법은 다 나왔다. 우선 정상회담 대화록은 이제 공개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의원의 말대로 대화록 공개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하더라도 이제는 주요 내용이 다 공개된 마당에 외교상의 손실을 이유로 대화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소모적 정쟁과 갈등으로 훨씬 더 큰 국가적 손실을 초래할 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기록물관리법 등의 절차에 따라야 한다.
다만, 이렇게 미리 공개한 데 대하여 법적 책임을 질 사람이 있다면 져야 한다. 필자는 과거 소위 삼성X파일을 공개한 노회찬 전 의원이 법적 책임을 지고 의원직을 잃은 데 대하여 당당한 행동이었다고 평가한다. 소신을 위한 정치적 순직이라고 할까? 이번 발췌대화록 공개에 대해서도 법적으로 책임질 사람이 있다면 책임을 물을 일이다. 법치국가에서 당연한 것일 뿐이다.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후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자는 민주당의 해법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국민은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대선에 개입했는지 알고 싶다.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은 이를 밝혀내야 하고, 부족할 경우 국회가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밝혀내서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시킬 의무가 있다. 어느 방법이 가장 좋은지 여야 국회의원들이 잘 판단해서 결정하시라.
그러나 이 국정조사와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연계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두 사안은 서로 묶어서 결정되어야 할 관련성이 전혀 없다. 국정조사를 마친 후 대화록을 공개하자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국민은 국정원이 대선 개입을 했는지 알고 싶고, 대화록의 내용도 ‘빨리’ 알아야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정조사와 대화록 공개를 분리하여 결정하면 된다.
어려울 것 없다. 따라서 정치권은 국정원이 대선개입을 했는지 여부를 밝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하여 결정하면 된다. 그게 국정조사라면, 국정조사를 하라.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력이 그런 말을 한 것인지 여부는 대화록 전문공개 외에는 없으니 여야는 대화록 공개 절차를 속히 밟으라. 그리고 수사기관은 기왕의 발췌록 공개가 위법한 지 조사하라.
이 간단 명료한 해법을 제쳐놓고 이 무더운 날에 쓸 데 없는 싸움들은 그만 하시라.
글/이재교 시대정신 대표·세종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