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이병헌 등 '까방권' 스타 허와 실
국민 VS 까방권 스타, 비슷하지만 차별
인기의 척도가 '까방권 획득' 개념 아냐
‘중간계’에서 나즈굴과 오크족과 트롤이 공격해오는데 인간이 호빗족 엘프족 드워프족 등의 도움을 받아 맞서 싸운 까닭은 바로 ‘절대반지’ 때문이다. ‘절대반지’를 두고 벌이는 중간계의 대대적인 전쟁을 그린 영화가 바로 '반지의 제왕' 시리즈다.
‘중간계’보다 훨씬 다양한 종족이 모여서 아웅다웅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연예계’에도 절대적인 가치를 가진 것이 있다. ‘중간계’의 ‘절대반지’에 뒤지지 않는 ‘연예계’의 절대개념 ‘까방권’이 바로 그것이다.
신생어인 ‘까방권’이란 ‘까임방지권’의 줄임말이다. 어떤 특정 사안에 휘말려 물의를 빚은 연예인에겐 네티즌들의 엄청난 여론 공세가 이어지기 마련이다. 온라인에선 이를 보통 ‘까임’이라고 표현한다. 그렇데 ‘까방권’ 다시 말해 ‘까임방지권’이라는 것은 곧 까임을 방지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는 의미다.
까방권은 오종혁의 '정글의 법칙' 담배 논란에서 시작됐다. 지난 2일 방송된 '정글의 법칙 in 캐리비언'에서 오종혁이 담배를 들고 있는 장면이 나오면서 시작됐다. 우선 요즘 공중파 방송에선 담배 피우는 모습을 방영하지 않는다. 물론 오종혁 역시 흡연 장면이 직접 전파를 탄 것은 아니고 뒤편에 서 있는 모습이 전파를 탔을 뿐인데 그의 손에 불붙은 담배가 들려 있었다. 예리한 네티즌들이 그의 손에 있는 담배를 포착해낸 것.
게다가 당시 장면은 병만족이 스스로 불을 피우기 위해 몇 시간 동안 도전했지만 계속 실패해서 힘겨워하는 모습이었다. 몇 시간 째 불을 피우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있는 오종혁의 손에는 담배가 들려 있었기 때문에 ‘정글의 법치’ 조작설이 다시 고개를 들기도 했다.
비난을 하려면 끝도 없다. 그런 상황에서 흡연을 한 오종혁, 그 장면을 편집해내지 못한 제작진, 그리고 담배에 붙일 불은 있지만 몇 시간 째 불을 못 붙여 발만 동동 구르는 출연진들의 가식적인 모습, 그리고 프로그램 콘셉트 전반의 조작설 등등 다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다.
반면 이해하려 들면 아무 일도 아니다. 24시간 카메라가 출연자의 동선을 쫓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만큼 흡연 출연자들의 담배 피우는 모습 역시 카메라에 찍힐 수밖에 없다. 흡연 장면을 편집 대상이니 오종혁이 비난 대상일 순 없다. 제작진 역시 불 피우는 병만족 뒤편에 서 있는 오종혁의 손끝까지 섬세하게 보지 못한 부분은 분명 실수지만 엄청난 편집 실수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조작설’ 역시 근거가 빈약하다. 해당 프로그램은 다큐멘터리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이다. 제작진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불 등을 갖추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인 데다 흡연을 하는 제작 스태프들은 당연히 라이터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모든 출연진는 물론이고 제작 스태프 역시 물도 불도 없는 상황에서 똑같이 야생 생활을 할 수는 없다.
이처럼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엄청난 비난와 이해가 가능한 상황에서 대중은 ‘이해’를 선택했다.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오종혁에게 ‘까방권’이 있었기 때문이다.
연예병사로 군복무를 한 연예인들이 연이은 구설수에 오르며 결국 연예병사 제도 자체가 폐지된 상황에서 오종혁은 홀로 빛났다. 해병대 수색대에 자원입대한 오종혁은 해병대 동계훈련을 받기 위해 전역 날짜까지 연기했다. 이처럼 열정적인 군생활을 마친 오종혁의 연예계 컴백해서 ‘정글의 법칙’에 출연했음을 아는 네티즌들은 그에게 ‘까방권’을 줘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대다수의 네티즌들이 이에 호응하면서 비로소 어딘가로 사라져 버린 것으로 알려진 전설 속 절대개념인 ‘까방권’이 다시 연예계의 중심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까방권’의 존재가 잊혀 있는 시절 ‘연예계’는 ‘국민’이라는 절대호칭을 부여 받은 이들에게 최고의 권력을 부여해왔다. ‘국민 여동생’ 문근영을 필두로 ‘국민 MC’ 유재석과 강호동, ‘국민 남동생’ 유승호, ‘국민 짝사랑’ 수지 등이 대표적이다. 원로급에선 ‘국민 배우’ 안성기와 ‘국민 가수’ 조용필 등도 있다.
‘국민’이라는 절대호칭을 부여 받은 연예인에게는 우선 ‘안티’가 없다. 누군가 이들에게 악성댓글을 들면 네티즌들이 먼저 악플러를 공격하는 ‘댓글 자체 정화기능’ 등을 통해 안티가 생길 틈을 주지 않는다.
또한 워낙 이미지가 좋은 이들에게 ‘국민’의 절대호칭이 주어지는 만큼 일종의 ‘까방권’도 갖춘 절대개념으로 보였지만 강호동으로 인해 무너졌다. 강호동은 탈세 의혹과 강원도 평창 땅투기 논란 등이 더해지면서 잠정 은퇴를 선언해야 했다. 모두 의혹이었을 뿐 실제로 강호동이 비난받을 만한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 또한 대부분의 대중은 ‘국민 MC’ 강호동을 지지했다. 그렇지만 분명 ‘안티’들이 하나 둘 등장했으며 악플도 넘쳐나는 등 ‘댓글 자체 정화’도 이뤄지지 못했다.
‘국민’이라는 절대호칭과 ‘까방권’이라는 절대개념의 가장 큰 차이점은 구체성이다. ‘국민’ 호칭은 꾸준한 기간 동안 쌓아 올린 이미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개념인데 반해 ‘까방권’은 구체적인 특정 사안을 통해 취득하는 권리에 가깝다. 다시 말해 꾸준한 선행으로 ‘국민’ 호칭을 얻을 수 있다면 한 번의 임팩트 있는 선행으로는 ‘까방권’을 얻을 수 있다.
현재 연예계에서 가장 좋은 이미지를 자랑하는 스타는 단연 유재석과 유승호다. 둘 다 국민 MC의 호칭을 갖고 있는 유재석과 유승호는 ‘까방권’ 역시 갖고 있는 스타로 분류된다. 유재석은 거듭된 무명이나 조단연 연예인들을 진심으로 챙겨준 보이지 않는 선행들로 인해, 유승호는 오종혁과 비슷한 소신 있는 육군현역 자진입대로 대중들의 마음을 샀다. 게다가 유승호는 다른 스타들의 대대적인 군 입대 행사를 생략하고 조용히 입대했다.
가장 확실한 ‘까방권’을 가진 스타는 싸이다. 까방권은 구체적인 특정 사안에 따라 생성되는 개념인 만큼 해당 사안의 영향력에 따라 효과와 유효기간이 달라진다. 군에 두 번이나 입대했으며 늦은 나이에 재입대했지만 그 누구보다 열심히 군 생활을 한 것으로 알려진 싸이는 이미 이것 하나만으로 유효기간이 사실상 평생인 ‘까방권’을 얻었다. 게다가 ‘강남스타일’이 대박을 치면서 ‘국제’라는 월드 개념의 호칭을 선사받았다. 결국 ‘까방권’ 평생 이용권을 가진 국제가수라는 얘기. ‘강남스타일’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릴 당시 불거진 김장훈과의 불화에서도, ‘젠틀맨’ 뮤직비디오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에서도 대중은 늘 싸이 편이었다. 어찌 하겠는가 그에겐 엄청난 파워의 ‘까방권’이 있는 것을.
최근에는 할리우드에서 미친 존재감을 선보이는 이병헌도 ‘까방권’을 확보했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먼저 할리우드에 진출한 비 역시 그 당시엔 ‘까방권’을 가진 스타로 보였다. 그렇지만 연예병사로 복무하며 거듭된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대중은 그를 무지막지하게 ‘깠다’. 결국 그가 확보했던 것으로 보이던 ‘까방권’은 실체가 없는 허상이었음이 밝혀진 셈이다. 따라서 이병헌의 ‘까방권’ 역시 실체가 불분명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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