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올림픽 3관왕, 2012 런던올림픽 3관왕 등 2008년 이후 4차례 메이저대회에서 세 차례나 3관왕을 차지했던 볼트는 시즌 초반부터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 게티이미지
'인간 탄환' 우사인 볼트(27·자메이카)의 폭주는 추적추적 내리는 비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번개도 막지 못했다.
볼트는 12일(한국시각)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서 열린 ‘제14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에서 9초77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2009 베를린세계선수권에서 수립한 100m(9초58) 최고기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결과는 당연히 1위였다. 2위 저스틴 게이틀린(미국)과 0.08초차.
비로 인해 미끄러웠던 트랙 탓에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세계기록은 깨지 못했지만, 볼트가 세운 9초77은 자신의 시즌 최고 기록이자, 러시아에서 나온 역대 최고기록이다. 어쨌든 볼트는 2011년 대구세계선수권 부정 출발의 아픔을 덜어내고 4년 만에 다시 세계선수권 정상에 등극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홈페이지를 통해 "스타트 총성이 울리기 전 내리친 번개는 그저 볼트를 위한 특수효과에 불과했다“며 ”비도 번개도 볼트를 막지 못했다“고 볼트의 100m 우승 소식을 전했다.
볼트는 굵은 빗줄기 속에도 선수 소개 때 우산 쓰는 동작을 취하며 특유의 여유를 과시했다. 허세가 아니었다. 6번 레인에 자리한 볼트는 0.163초 만에 스타팅 블록을 박차고 나선 이후 폭발적인 막판 스퍼트를 선보이며 관중들로 하여금 ‘역시 볼트’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게다가 "준결승전을 마친 뒤 다리가 약간 아팠다. 이 때문에 더 빠르게 달리고 싶었지만 조금 어려웠다"는 볼트의 고백은 기록 경신을 넘어 인간 한계 도전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 3관왕, 2012 런던올림픽 3관왕 등 2008년 이후 4차례 메이저대회에서 세 차례나 3관왕을 차지했던 볼트는 시즌 초반부터 허벅지 근육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점차 부상 후유증을 털고 점차 본 궤도에 근접해왔다. 세계선수권 탈환으로 건재를 알린 볼트는 현재까지 세계선수권 금메달 6개와 올림픽 금메달 6개를 차지했다.
‘살아있는 전설’ 볼트가 단거리 황제로 군림했던 칼 루이스와 비교선상에 놓이는 것은 당연지사. 칼 루이스는 1983년 헬싱키세계선수권부터 1991년 도쿄세계선수권까지 남자 100m를 5연패했다. 세계선수권 금메달은 8개나 목에 걸어 최다 금메달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볼트는 이번 대회 100m까지 6개의 금메달을 땄다. 칼 루이스와는 2개 차이다. 하지만 IAAF는 "볼트는 5년 동안 100m를 완벽하게 지배했다. 칼 루이스 5연패 보다 영향력이 더 크다“면서 ”베이징올림픽 9초69, 베를린 세계선수권 9초58은 차원이 다른 기록“이라며 볼트가 100m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남게 될 것이라고 치켜세웠다.
볼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칼 루이스와 세계선수권 금메달 개수를 놓고도 타이를 이룰 전망이다. 영향력과 임팩트는 이미 칼 루이스를 넘어선 볼트가 전설의 독보적인 자리마저 위협할 태세다. 더군다나 두 번째 무대인 200m는 세계기록(19초19)을 보유하고 있는 볼트의 주종목. 올 시즌 들쭉날쭉했던 100m와 달리 볼트는 이 부문에서 시즌 1위 기록(19초73)을 지키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무난히 세 대회 연속정상에 오를 전망이다. 마지막 400m 계주가 변수지만, 현재 100m 결승전 결과만 보면 자메이카의 압도적 우세를 예상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최대 라이벌로 꼽히는 타이슨 게이(31·미국)와 아사파 파월(31·자메이카)이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발각돼 대회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것. 게이는 올 들어 100m 경기에서 9초75와 9초79를 한 번씩 찍었다. 2013 시즌 세계 랭킹 1,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파월은 '서브 텐(100m를 9초대에 주파)'을 역대 최다인 80회 달성했다. 2011 세계선수권 1위이자 작년 런던올림픽 2위였던 요한 블레이크(24·자메이카)도 부상으로 불참했다.
볼트의 환상적인 레이스를 목도한 관중들도 이 점에 아쉬움을 표했다. 강력한 대항마들과 레이스를 펼쳤다면 아직까지 감춰뒀을 것이라는 볼트의 남은 괴력을 좀 더 빨리 볼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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