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을 대거 사들이면서 중간 금융지주 회사 설립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지난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지난 13일 삼성물산, 삼성중공업, 삼성전기가 가진 삼성카드 지분 5.81%(739만6968주)를 취득해 지분율을 34.41%까지 늘렸다.
이로써 삼성생명은 금융계열사 중 3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한 첫번째 자회사로 이름을 올렸다. 현재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지분율이 30%를 초과하면 자연히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생명의 이런 행보가 금융회사들을 지배하는 '중간 금융지주회사' 설립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중간 금융지주회사는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금지하는 지주회사의 금융 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되 금융회사가 일정 규모 이상일 때 중간 지주회사 설치를 강제한 제도다.
이러한 중간 금융지주회사 설치는 박근혜 대통령 대선 공약 사항에도 제시됐던 사항이지만 현재 이를 의무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늦어지며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다.
결국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기 위해선 추가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삼성화재와 삼성증권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수순으로 갈 것이라는게 증권업계의 관측이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지분 교통정리가 진행되고 나면 삼성그룹내 연관관계가 높은 기업끼리 소그룹 지배구조를 형성하게 될 것"이라며 "특히 금융계열사에 대해서는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통해 현재의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이 중간 금융지주회사를 활용하면 지배구조의 핵심인 삼성생명 등 금융사 지분을 처분하지 않아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를 통해 대부분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로 이뤄져있어 순환출자구조가 복잡하고 산업군별 지분관계가 약하다는 평가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카드의 지분 이동후에도 해당종목의 최대 주주에는 변경이 없다는 점에서 당장 큰 틀의 지배구조 변화로 보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유사업종끼리 묶는 것으로서 지배구조 변화의 시발점으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삼성생명은 2011년 이후 매년 자사주를 1.5%씩 매입하고 있고 올해말까지 자사주 지분율을 4.5%로 높일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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