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기성용 데뷔골…섬뜩한 무리뉴 혜안
첼시와의 컵대회 8강서 연장 극적인 결승골
무리뉴 "기성용 압박해야 승리할 수 있어"
선덜랜드의 기성용(24·선덜랜드)이 잉글랜드 무대 데뷔골을 가장 극적인 순간에 터뜨렸다. 상대는 거함 첼시였다.
기성용은 18일(이하 한국시간) 스타디움 오브 라이트에서 열린 ‘2013-14 캐피털 원 컵’ 8강 첼시와의 홈경기에서 연장 후반 13분 역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기성용의 활약으로 선덜랜드는 강력한 우승 후보 첼시를 잡고 4강에 올랐다. 기성용은 스완지 시티 시절이던 지난 시즌, 바로 이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바 있다.
경기에 앞서 적장인 첼시의 조제 무리뉴 감독은 뜻밖의 이야기를 꺼냈다. 무리뉴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선덜랜드의 기성용은 빌드업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나는 강한 압박으로 그가 중원에서 창의성을 발휘하지 못하게끔 할 생각이다. 윌리안이 압박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최전방 공격수의 발을 묶어 두기 보다는 그들에게 패스를 제공하는 기성용을 압박해 상대 공격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지였다. 실제로 기성용은 선덜랜드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아 최전방으로 이어지는 패스의 시발점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리뉴 감독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일단 무리뉴 감독은 자신이 공언한대로 기성용을 묶기 위해 윌리안을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시켰다. 하지만 이를 의식한 듯 거스 포옛 감독은 기성용을 아예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하는 초강수를 뒀다.
물론 경기는 포옛 감독 뜻대로 되지 않는 듯 보였다. 선덜랜드는 후반 시작하자마자 어이없는 자책골을 내줘 0-1로 끌려간 것. 결국 포옛 감독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 후반 18분 기성용을 투입했다.
공격의 활로를 뚫기 시작한 선덜랜드는 그대로 첼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패색이 짙던 후반 43분 파비오 보리니가 조지 알티도어의 패스를 받아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선덜랜드의 기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연장전에 접어들어서도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던 두 팀은 연장 후반 13분 보리니의 패스를 받은 기성용이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깔끔한 볼 컨트롤을 선보였고, 그대로 묵직한 오른발 슈팅을 날려 첼시의 골문 구석에 정확히 꽂아 넣었다.
천하의 명장 무리뉴 감독도 경기 후 격양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우리가 약해서 진 게 아니다. 상대를 죽이지 못했을 뿐”이라며 의외의 패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기성용을 경계대상 1호로 꼽은 그의 혜안은 틀리지 않았음이 입증됐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