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수 3관왕’ 더욱 초라해진 남자 쇼트트랙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4.02.22 04:25  수정 2014.02.22 06:26

500m 이어 뒤이어 출전한 계주에서마저 금메달

남자 대표팀은 갖가지 악재로 12년 만에 노메달

안현수의 3관왕으로 남자 대표팀의 부진이 더욱 크게 부각되고 있다. ⓒ 연합뉴스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가 대회 3관왕 기염을 토하며 노메달에 그친 한국 남자 쇼트트랙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안현수는 22일(이하 한국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팰리스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500m에서 가장 먼저 골인해 대회 두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어 남자 5000m 계주에도 출전한 안현수는 에이스 역할을 맡으며 미국과 치열한 접전 끝에 1위를 차지, 세 번째 금메달을 추가했다. 안현수는 가장 먼저 출전한 1500m에서도 동메달을 목에 걸어 이번 대회 전 종목 메달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이로써 안현수는 역대 올림픽 쇼트트랙 최다 금메달(6개)이라는 전인미답의 고지를 밟은데 이어 미국의 아폴로 안톤 오노와 함께 가장 많은 메달(8개)을 딴 선수로 이름을 남기게 됐다.

안현수의 스토리가 러시아 전역은 물론 국내에서도 잔잔한 감동을 일으키는 이유는 그가 지금 자리에 서기까지의 과정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천재의 등장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한국 쇼트트랙의 기대주로 성장한 안현수는 지난 2006년 토리노 올림픽에서 3관왕(1000m, 1500m, 5000m계주)에 올랐다. 당시 안현수 가슴에는 태극마크가 선명하게 박혀있었다.

안현수의 기량이 남다른 이유는 탁월한 코너링과 함께 인코스 및 아웃코스 공략 등 이른바 원심력을 무시한 독보적인 스케이트 기술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한 바퀴를 남겨놓고 뒤져있어도 안현수라면 역전이 가능하다는 기대감을 심어줬고, 또 수차례 현실로 만들었다.

하지만 토리노 올림픽 이후 무릎 부상과 대표팀 내의 파벌 문제, 소속팀 해체 등의 시련을 겪었던 안현수는 2011년 러시아 귀화를 선택했다. 당초 부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파다했지만, 안현수는 묵묵히 재기의 칼날을 갈았고 결국 이번 올림픽 3관왕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반면, 남자 대표팀은 최후의 보루였던 남자 500m에서 박세영과 이한빈이 결승 진출에 실패하며 2002년 솔트레이크 대회 이후 12년 만에 노메달 수모에 그쳤다.

당시 한국은 김동성의 ‘도둑맞은 금메달’ 파문이 있었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각 종목에서 참혹한 시련을 맛봤다. 하필이면 한국에서 귀화한 안현수가 금메달 3개를 쓸어가며 초라함은 더욱 크게 부각됐다.

급기야 남자 대표팀은 이번 대회서 경기력마저 최악이라는 비난에 직면하고 있다. 남자 대표팀은 개인전에서 서로 뒤엉켜 넘어지는가 하면, 계주 준결승에서는 골인 지점을 불과 5바퀴 남겨놓은 상황에서 이호석이 미끄러져 탈락의 고배를 들어야 했다.

또한 이한빈은 1000m 준결승에서 무리하게 인코스를 파고들다 넘어졌고, 이후 레이스를 포기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데 이어 신다운은 SNS에 장문의 편지를 올려 파문이 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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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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