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봄 개편 앞두고 스타급MC 파일럿 전쟁
일반인 출연 약세 속 관찰 예능 여전히 강세
말 그대로 전쟁이다. 올 봄 개편을 앞두고 방송가가 뜨겁다.
드디어 유재석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강호동도 절치부심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국민 MC로 불리며 예능계를 양분했던 이들이지만, 달라진 방송 환경에선 이들 역시 파일럿 프로그램을 들고 개편철에 섰다.
유재석 강호동이면 무조건 편성이 되던 시절은 지났다. 급변하는 방송 환경 안에서 유재석과 강호동 역시 파일럿 프로그램을 들고 먼저 시청자들을 만난 뒤 좋은 반응을 얻어내야만 정규 편성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유재석과 강호동까지 가세하면서 올 봄 개편 신생 프로그램들은 파일럿 전쟁을 거쳐 승리해야만 정규 편성에 이를 수 있다.
유재석은 한 프로그램을 맡으면 비교적 오랜 기간 끌고 가는 편이다. 그런 터라 지난 2010년 SBS '런닝맨' 이후 4년 동안 유재석은 기존 프로그램을 유지할 뿐 새로운 프로그램엔 가세하지 않았다. 이런 그가 KBS2 신설 프로그램 '나는 남자다'를 들고 시청자들 앞에 선다. 유재석이 4년여 만에 맡은 신설 프로그램이다.
남자들을 위한, 남자들이 꾸미는 집단 토크쇼라는 설정 자체가 독특한데 대중 지지도가 높은 유재석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성공적으로 방송가에 안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그렇지만 KBS는 이미 강호동의 컴백 프로그램이던 '달빛프린스'가 조기 폐지된 아픈 경험을 갖고 있어 조심스럽게 파일럿 프로그램부터 준비 중이다.
강호동은 MBC 신설 프로그램 '별 바라기'를 준비 중이다. MBC에서 '무릎팍도사'를 통해 인기 절정의 토크쇼를 이끌어온 강호동은 컴백 이후 '무릎팍도사'를 재개했지만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며 종영했다.
SBS '힐링캠프'가 이미 최고의 토크쇼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호동 식 토크쇼는 이제 안 통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다. 강호동은 '별 바라기'를 통해 이런 분위기에 정면 도전한다. 다시금 토크쇼를 들고 시청자들 앞에 나서는 강호동은 '별 바라기'를 통해 토크쇼 1인자의 자리를 되찾으려 하고 있다.
사실 올 봄 개편의 가장 큰 흐름은 일반인 출연 예능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유재석 강호동 카드도 제대로 먹히지 않는 상황인 데다 지난 해 불거진 불법도박 사건으로 MC급 예능인 여럿이 방송가를 떠났다. 반면 일반인 출연 예능은 매년 발전하는 분위기를 이어왔다. 이로 인해 올 봄 개편에서도 연예인보다는 일반인의 비중을 높인 예능이 많아질 기세였다.
그렇지만 SBS '짝' 출연 여성이 촬영 현장에서 자살하는 사건이 불거지면서 이런 흐름에 제동이 걸렸다. 실제로 '짝'과 같은 일반인 맞선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한 케이블 방송사는 첫 방송을 앞둔 상황에서 모든 계획을 백지화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연애 관찰 버라이어티를 표방한 일반인 출연 예능 프로그램이 한 편 파일럿으로 방송된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예능계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이휘재가 전면에 나선 KBS2의 '두근두근 로맨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휘재가 연애 멘토로 출연해 일반인 출연자들이 한 달 동안 연애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다.
'짝'과는 다른 형태의 방송이지만 일반인이 출연하고 그들의 연애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선 유사점이 꽤 많다. 과연 '두근두근 로맨스'가 '짝'으로 불거진 일반인 짝짓기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 몇 년 간 지상파 방송사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 가운데 하나는 케이블 방송과 종편방송의 인기 예능 콘셉트를 들여오는 것이다. tvN ‘슈퍼스타K'의 콘셉트를 바탕으로 한 MBC '위대한 탄생’과 SBS 'K팝 스타‘, tvN '꽃보다 할배’의 여성 버전인 KBS2의 ‘마마도’가 대표적이다.
이런 흐름에서 볼 때 KBS ‘진격의 역지사지:대변인’에선 JTBC '썰전‘의 냄새가 풍긴다. ’썰전‘의 김구라가 MC로 출연하는 데다 허지웅 기자의 느낌이 강하게 풍기는 김도훈 기자를 캐스팅했다. 시청자들의 속마음을 시원하게 긁어주겠다는 기획의도 역시 유사점이 있다.
다만 지상파 방송사가 케이블 채널이나 종편채널의 인기 프로그램을 차용한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성과가 좋지 못했다. ‘위대한 탄생’은 이미 종영했으며 ‘마마도’ 역시 시청률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K팝스타’가 그나마 이름값을 하고 있는 정도지만 여전히 ‘슈퍼스타K'의 아성에는 밀리는 분위기다.
이휘재와 김구라는 김용만 탁재훈 이수근 등이 불법 도박으로 방송계를 떠나 있는 상황에서 가장 주목받는 MC들이다. 그런 만큼 이들이 이번 봄 개편에서 새롭게 도전하는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방송가의 관심이 이 두 프로그램에 집중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유재석 강호동이 주춤하는 동안 이들을 대신해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되는 MC는 바로 신동엽이다. 신동엽 역시 이번 본 개편에서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을 들고 파일럿 전쟁에 동참한다. 게다가 이번에 신동엽은 그 동안 꺼려오던 야외 버라이어티에 도전한다.
사실 신동엽은 오랜 기간 넘버 원의 자리를 지켜온 MC다. 그렇지만 야외 버라이어티가 대세를 이루는 상황에서 신동엽이 뒤처지고 유재석과 강호동이 급부상했다.
한 방송국 예능 PD는 “신동엽은 스튜디어 예능 프로그램에선 단연 최고다. 다만 오랜 녹화 시간이 필요한 야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은 꺼리는 편이었다. 반면 유재석과 강호동은 오랜 녹화 시간이 필요하고 육체적으로도 힘든 야외 버라이어티에서 혼신을 다하며 국민 MC의 자리에 올랐다”며 “신동엽이 비로소 야외 버라이어티 예능 프로그램에 도전하는 데 이는 신동엽이 이번 개편을 계기로 유재석 강호동에게 내준 넘버 원 MC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풀이된다”고 설명한다.
신동엽이 준비한 신설 예능 프로그램은 KBS2의 ‘미스터 피터팬’이다. 중년의 스타들이 아지트로 통하는 장소에 모여 다양한 종류의 게임에 도전하는 내용으로 신동엽의 변신이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을 경우 정규 편성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박명수는 음악 예능으로 시청자들을 만난다. 시청자가 자신의 사연을 가사로 쓰고 전문가들이 이에 곡을 붙여 노래로 만드는 형태의 방송이다. 라디오 DJ로 활동하며 청취자들의 사연을 소개해온 경험에 현직 가수이기도 한 음악적 역량을 더해 놓은 프로그램이다. 그만큼 박명수가 신설 파일럿 프로그램 KBS2 ‘밀리언셀러’의 성공을 위해 혼신을 다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런가 하면 컬투가 강호동과의 정면 승부를 벌여 눈길을 끈다. 컬투는 MBC ‘컬투의 어처구니’로 파일럿 전쟁에 가세했다. 타임슬립 토크쇼를 표방한 ‘컬투의 어처구니’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국내외에서 일어난 황당하고 놀라운 이슈들을 찾는 방식의 프로그램이다. 컬투를 중심으로 방송인 최희, 영화감독 봉만대, UFC 선수 김동현, 배우 박철 등이 가세한다.
이미 ‘컬투의 베란다쇼’를 통해 MBC에서 자리를 다진 컬투가 새롭게 선보이는 프로그램인 만큼 같은 시간대를 두고 파일럿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강호동의 ‘별 바라기’와의 승부가 더욱 흥미진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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