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위로에 '골'난 일 언론
요미우리 "교황, 위안부에 말 안걸어" 의미 축소 애쓰기도
2ch 등 보수우익 네티즌들 교황에 '거짓말장이' 비난까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의 만남을 해외 언론들이 의미있게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일본 언론은 이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일본 언론은 교황의 방한 기간 동안 세월호 참사 등 한국 내에서 일어난 비극에 대해 관심을 가질 뿐 위안부 문제를 언급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교황이 방한 마지막 날, 전세계에 중계된 미사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직접 만나 위로하자 일본 언론은 이번에는 교황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만남의 의미를 축소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다.
교황은 18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에서 특별히 초대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다가가 7명의 손을 하나 하나 꼭 붙잡고 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 자리에서 김복동 할머니(88)가 교황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활동의 상징물인 '금빛 나비 배지'를 건네자 교황은 그 자리에서 배지를 제의에 달았다. 또 이용수 할머니(87)는 교황에게 위로와 격려의 의미로 묵주를 선물 받기도 했다. 강일출 할머니(87)가 들고온 고 김순덕 할머니의 '못다 핀 꽃' 그림은 교황방한위원회를 통해 교황청에 전달됐다.
이처럼 교황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전쟁을 치르던 일본 군인들에게 인권을 유린당했던 이들의 참혹함에 깊이 공감하는 것이다. 또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상처에 좌절하지 않는 용기있는 모습에 위로와 격려를 보낸 것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언론들은 그 의미를 축소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난 18일 명동성당 미사를 전하면서 "위안부가 교황에게 나비 모양 배지를 주고 통역 신부가 이를 교황의 옷에 달았지만 교황이 위안부에게 말을 거는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 산케이 신문은 이날 "바티칸 대변인은 교황의 이번 위안부와의 만남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교황은) 미사 강론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전했다.
교황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인 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있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교황이 원래 '말하기보다는 듣는' 사람이라는 전제를 배제하고 교황이 위안부 문제에 가지는 각별한 관심의 의미를 축소하려는 의지가 역력해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교황은 방한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전세기 안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해 "할머니들은 (일본에) 이용당했고 노예가 됐다"며 "이들이 이처럼 (일본군에게 끌려가는) 큰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 품위를 잃지 않았는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해 일본측 바람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한편 '2ch' 등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교황이 위안부 할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들은 것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아이디 '9fi****'는 '황금 나비는 미사 후 교황이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순간까지 가슴에 빛났다'는 문장을 인용해 "정말로 받아들일 생각이라면 옷을 갈아입고도 달아야지. 갈아입을 때까지라는 것이 교황의 답"이라고 말했다.
아이디 'gB7****'는 "최고 권위의 자리 앞에서 거짓말을 하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라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대한 진정성을 훼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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