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스타' 이승우, 비운의 천재들 전철 피하려면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입력 2014.09.27 11:16  수정 2014.09.27 22:27

바르셀로나 유스팀 소속으로 벌써부터 '천재' 수식어

유명세 관리 철저히 하고 개성과 열정 축구에 쏟아야

벌써부터 이승우에게 ‘천재’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은 그만큼 한국축구가 그의 재능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 연합뉴스

최근 준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4 아시아축구연맹(AFC) 16세 이하 챔피언십이 배출한 최고의 스타는 단연 이승우(16·FC 바르셀로나)였다.

이승우는 5골(4도움)을 터뜨려 대회 득점왕과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기량만큼이나 당당한 언행으로도 화제에 올랐다.

8강전을 앞두고 "일본 정도는 쉽게 이길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더니 혼자 2골을 터뜨려 완승을 견인했다. 북한과의 결승전에서 아쉽게 패한 뒤에도 주눅들지 않고 "내년 월드컵에서는 충분히 우승할 수 있다"며 끝까지 당당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과거의 유망주들과 차원이 다른 끼와 재능, 스타성을 두루 겸비한 이승우가 미래에 한국축구가 갈망하는 새로운 ‘판타지스타’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음을 보여준다.

벌써부터 언론과 팬들 사이에서 이승우에게 ‘천재’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은 그만큼 한국축구가 그의 재능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도 한국축구에 천재라는 찬사를 받던 유망주들은 존재했다. 고종수, 이천수, 박주영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천재 소리를 들었던 선수치고 평탄한 길을 걸었던 이들은 오히려 드물다. 짧은 전성기를 뒤로 하고 말로가 썩 좋지 못했거나 축구인생 내내 극심한 롤러코스터 곡선을 그렸던 경우가 더 많다.

어린 나이부터 천재라는 평가받는 선수들은 뛰어난 재능만큼이나 남들과 다른 강렬한 개성이나 독특한 성격을 지닌 경우가 많다. 그러한 개성이 오직 축구를 위한 열정으로만 집중되면 더할 나위 없지만 때로는 넘치는 끼를 주체하지 못하고 잘못된 길로 빠지는 경우도 많다.

이승우가 지난 챔피언십을 통해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한편으로 얼핏 가볍거나 교만하게 보인다는 평가도 없지 않았다. 16세 이승우의 패기를 바라보면서 가장 많이 오버랩 됐던 것은 어린 시절의 이천수다.

‘밀레니엄 특급’ ‘무서운 아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이천수는 실력만큼이나 거침없는 성격과 자유분방한 언행으로 누구보다 많은 설화와 구설에 오르내렸다.

2002 한일월드컵을 거치며 한국축구 정상급 스타의 반열에 오른 이천수의 축구 재능과 열정은 진실이었지만, 아쉽게도 이천수는 이후 자신의 커리어를 슬기롭게 관리하는 데는 실패했다.

자신을 둘러싼 유명세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고, 지나치게 축구 외적인 논란에 에너지를 허비하면서 전성기를 날렸다. 한때 그에게 쏟아지던 찬사와 기대는 실망과 비판으로 바뀌었고 한동안 슬럼프를 겪다가 최근에야 겨우 재기에 성공했다.

2000년대 중반 역시 천재로 불리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박주영은 이천수와는 또 다른 케이스다.

박주영은 자신을 둘러싼 유명세에 부담감을 느끼며 축구인생 내내 늘 언론이나 팬들과 두꺼운 벽을 쌓아왔다. 병역논란이나 아스날에서의 벤치생활 등 실망스러운 행보를 이어가면서도 고립된 태도를 고집하며 몰락을 자초했다.

서른을 갓 넘어 전성기를 맞이해야할 시점에 박주영은 소속팀도 없이 방황하고 있다. 올림픽과 월드컵 대표 발탁 논란 등에서 보듯 오히려 한국축구계의 무책임한 편애와 특혜가 선수를 망친 전례로도 꼽힌다.

이제 16세에 불과한 이승우의 생각이나 개성을 벌써부터 획일적인 잣대로 재단하려는 것은 섣부른 감이 있다. 하지만 이승우에게 쏟아지는 찬사만큼이나, 쓴소리 역시 이승우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반증이다.

이승우 이전에 한때 천재라고 불리던 선배들이 겪었던 시행착오는 이승우에게도 보고 생각해야할 교훈을 안겨준다. 축구는 재능으로 시작하지만 그 완성은 결국 선수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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