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아이러니’ 커쇼, 까다롭기만 한 세인트루이스
세인트루이스 상대한 최근 포스트시즌 2경기 연속 7실점 이상 불명예
월드시리즈 우승 열망 커쇼, 세인트루이스와의 가을은 치욕 그 자체
‘에이스 오브 에이스’ ‘다저스 NO.1’ 등 팀에서나 메이저리그에서나 화려한 수식어를 달고 다니는 클레이튼 커쇼(26·LA다저스)에게 가을빛 추억은 썩 아름답지 않다.
월드시리즈 열망을 안고 출발한 이번 가을에는 첫 스텝부터 꼬였다. 그야말로 ‘멘붕’에 빠지고, 빠뜨린 결과였다. 커쇼는 4일(한국시각)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날스와의 ‘2014 MLB’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 선발 등판해 6.2이닝 8피안타(2피홈런) 8실점 강판, 팀이 끝내 9-10으로 지면서 패전투수가 됐다.
팀 타선이 세인트루이스의 20승 투수 아담 웨인라이트를 효과적으로 공략해 일찌감치 대거 6점을 지원한 가운데 벌어진 참사다. 4점차 이상 앞섰을 때 단 한 번도 져본 적 없는 커쇼의 강판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시즌 21승을 거두고 평균자책점 1점대를 기록하며 사이영상은 물론 투수로서는 어렵다는 MVP까지 바라보던 커쇼의 성적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다저스가 6-2로 앞선 7회까지 홈런 2개 외엔 안타 하나 내주지 않고 호투하던 커쇼는 갑자기 난타를 당했다. 선두 타자 맷 할러데이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4타자 연속 중전 안타를 허용했고, 6-3으로 쫓긴 가운데 무사만루 위기에 놓였다. 코즈마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위기를 넘기는 듯했지만, 존 제이에게 좌전 적시타를 얻어맞아 6-4 추격을 허용했다.
계속되는 1사 만루 위기. 투구수 100개가 됐을 때 믿고 기다리던 매팅리 감독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하지만 커쇼는 마운드에서 내려가지 않고 대타 타베라스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역시 커쇼!”라는 탄성을 내지르게 했다.
안도는 오래가지 않았다. 전 타석에서 홈런을 쏜 카펜터에게 우중간 2타점 적시타를 맞고 6-7 역전을 허용했다. 결국, 커쇼를 불러들이고 페드로 바에스를 마운드에 올렸고, 바에스는 할러데이에게 3점 홈런을 맞아 커쇼의 자책점은 8로 불어났다.
사실 커쇼에게 이번 디비전시리즈는 자존심 회복을 위한 무대였다. 아직도 아물지 않은 지난 시즌의 아픈 기억도 있다. 그것도 이날 맞붙었던 세인트루이스와 얽힌 추억이다. 커쇼는 지난 시즌 세인트루이스와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최종 6차전에 선발 등판, 4이닝 10피안타 7실점 부진하며 패전 투수가 된 바 있다. 당시 다저스는 0-9 대패, 2승4패로 월드시리즈 진출이 좌절됐다.
커쇼는 지난해에도 리그를 대표하는 최고의 에이스였다. 그리고 애틀란타와의 디비전시리즈 2경기에서는 호투하며 다저스의 챔피언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다. 그러나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영웅이 아닌 영우 탄생의 들러리가 됐다.
커쇼는 2차전에서 6이닝 1실점 호투하고도 세인트루이스 와카의 무실점 피칭에 밀려 패전투수가 됐다. 그리고 6차전에서는 4이닝 7실점하는 최악의 피칭 속에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7이닝 무실점 승리투수가 된 와카는 커쇼를 연달아 꺾는 기염을 토하며 새로운 영웅으로 등극했다. 또 1차전 선발 맞대결 상대인 웨인라이트에게도 갚을 게 많았다. 커쇼는 데뷔 후 웨인라이트와 4번 맞붙었지만 1승에 그쳤다.
이처럼 커쇼에게 세인트루이스는 언제나 까다로운 상대였다.
NL팀들 가운데 커쇼를 가장 괴롭힌 팀이 세인트루이스다. 커쇼는 데뷔 후 세인트루이스전 14경기 등판, 5승 5패 평균자책점 3.46의 평범한 상대전적을 기록 중이다. 커쇼의 통산 승률(66.6%)과 평균자책점(2.48)을 감안했을 때, 세인트루스를 상대로 얼마나 고전했는지 알 수 있다.
세인트루이스와의 포스트시즌 대결에서 2경기 연속 7실점 이상의 불명예를 뒤집어쓰다 보니 포스트시즌 성적도 커쇼라는 이름값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날 경기 전까지 커쇼의 포스트시즌 통산성적은 1승3패 평균자책점 4.23이다. 이날의 패전과 8실점을 반영한다면 성적표는 더욱 초라해진다.
가을의 전설과 환희를 꿈꿔온 커쇼에게 가을은 아이러니하게도 서글프기만 하다.
한편, 커쇼 붕괴의 충격 속에 류현진은 오는 7일 미국 부시스타디움서 열리는 세인트루이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 원정경기에 선발 출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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