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 기획⓷>참여정부 당시 개혁드라이브
당시 추진 공무원연금 개혁안, 새누리당 안과 흡사
정부와 새누리당이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공무원연금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최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큰 걸음을 내디뎠지만 여전히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을 중심으로 한 공무원 사회의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공무원들은 크게 두 가지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첫째는 ‘상대적으로 낮은 국민연금의 지급 금액을 공무원연금 수준으로 끌어올려 상향평준화를 해야 한다’, 둘째는 ‘일반기업에 비해 박봉인 상황에서 공무원연금을 개혁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과연 공무원들의 주장은 어느 정도 타당성을 갖고 있을까? ‘데일리안’은 이같은 공무원들의 주장에 대한 타당성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
“공무원연금 제도의 불안정은 공직사회는 물론 다음세대와 미래세대의 정부에게 큰 부담을 지우게 될 필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얼핏 보면 현재 공무원연금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새누리당의 발언같지만 실제로는 참여정부 당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주장이다. 유 전 장관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선봉장에 섰던 전력을 갖고 있다.
현재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연내 처리를 목표로 전방위적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국정 운영의 동반자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못해 ‘하박상박의 개악’이라며 비판 일색이다.
특히 과거 참여정부 시절 유시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도했던 공무원연금 개정안이 지금의 새누리당 개정안과 별반 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또다시 새정치연합의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당사자들 반발로 못 고치면 대한민국 전체가 현재 그대로 서 있어야 한다”
참여정부 당시 유 전 장관은 누구보다 공무원연금 개혁에 앞장섰다. 개혁을 달성하기 위해 때로는 거침없는 직언직설도 회피하지 않았다.
유 전 장관은 지난 2007년 1월 15일 기자 브리핑을 갖고 정부가 마련한 개정안에 대해 “공무원들도 일반 국민의 한 사람이기 때문에 국민연금 수준에 맞게 개혁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안 확정 과정에서 자기 이익을 깎아내는 심정으로 새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다 강도 높은 개혁안을 요구한 것이다.
사흘 뒤인 19일에는 한국언론재단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시기상으로나 내용상으로 같이 개혁하는 게 옳다”면서 “당사자(공무원)들이 반발한다고 고치지 못하면 대한민국 전체가 현재 있는 자리에 그대로 서 있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어차피 (공무원연금을 개혁하지 않고) 그냥 갈 수는 없으며,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는 국민의 관점에서 토론하고 결론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전 장관은 해당 발언을 한 뒤 이례적으로 국무회의에서 박명재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현 새누리당 의원)과 설전을 벌이는 등 지속적으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유 전 장관은 행자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시간 끌기 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박 전 장관은 ‘잘 모르고 한 말’이라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유 전 장관의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한 의지는 대통합민주신당 예비후보 경선에서도 이어졌다.
그는 2007년 8월 23일 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해 “지난 7월 국민연금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일반 국민들이 받는 국민연금 급여수준은 현재 60%에서 2008년부터 50%, 20년 후인 2028년에는 40%로 인하되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며 국민 대다수와 공무원 집단과의 갈등을 초래할 소지가 굉장히 높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무원연금 제도는 제도 자체 내의 보험료와 급여수준의 불균형으로 인한 재정불안정 문제와 고령화 사회의 도래 등 외생적인 환경변화로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며 “공무원연금 제도의 불안정은 공직사회는 물론 다음 세대와 미래 세대의 정부에게 큰 부담을 지우게 될 필연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공무원연금 개혁안, 새누리당 개혁안과 흡사
여세를 몰아 지난 2008년 유 전 장관은 당시 여당이었던 대통합민주신당(현 새정치연합)의 의원 12명이 서명을 받아 공무원연금 개정안을 발의했다. 강기정 현 새정치연합 공무원연금 태스크포스(TF) 팀장도 서명에 동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놀라운 사실은 해당 개정안이 현재 새누리당이 제출한 개정안과 내용 면에서 상당부분 흡사하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의 이율배반적인 태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양측의 개정안을 비교해보면 법안 제안 이유를 비롯해 신규 공무원과 재직 공무원 분리적용 여부, 기여금 납부 기한, 퇴직연금 수갑자격 등 주요 부분에서 상당히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부적으로 양 측은 법안 제안 이유로 부채 증가 및 공무원연금 재정 건전성을 내세웠다. 신규 공무원과 재직 공무원 분리 적용 여부는 물론 퇴직연금 지급개시 연령을 60세에서 65세로 조정한 것도 똑같다.
특히 기여금(납입금) 납부기한의 경우 2008년 개정안은 “공무원의 기여금 납부기간을 종전 33년에서 40년으로 한다”고 명시해 현행 33년에서 단계적으로 40년까지 늘리는 새누리당의 개정안과 내용이 상당부분 흡사하다.
새정치련 “하박상박의 개악안” 결국 제 얼굴에 침 뱉기?
하지만 새정치연합은 새누리당의 개정안에 대해 “중·하위직 공무원연금의 축소가 불가피해 보인다는 점에서 하후상박이 아닌 하박상박의 개악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새정치연합 공적연금발전 TF 단장인 강기정 의원은 지난 10월 27일 브리핑을 통해 “이 개혁(새누리당 개정안)은 하향평준화 안이고 국민의 노후를 빈곤 속에 방치하며 국가의 기본 책임을 포기한다는 점에서 의견을 모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홍종학 의원도 “재정이 문제가 돼서 공무원연금을 개혁해야 한다고 하는 여권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막대한 재정적자를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해 만들어놓고 국민이게 부담을 돌리기 위해 마치 개혁인 양 포장하는 것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문제는 거기까지라는 점이다. 새정치연합은 자신들이 과거 집권여당 시절 제안했던 개정안과 상당히 유사한 새누리당의 개정안에 대해 반대를 했지만 그에 따른 대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공무원연금뿐 아니라 국민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공적연금 전반의 실태를 점검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면서, 여당에서 야당으로 입장이 바뀌자 이율배반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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