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진출’ 아닌 ‘도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데일리안 스포츠 = 김홍석 객원기자

입력 2015.01.04 00:03  수정 2015.01.04 08:00

스몰마켓 피츠버그와 협상중..희망 연봉 쉽지 않아

2년 후 국내 무대 FA 됐을 때 더 많은 돈 받을 수도

강정호 ⓒ 연합뉴스

‘코리안특급’ 박찬호 성공 이후 1990년대 중후반부터 한국의 수많은 선수들이 미국 메이저리그(MLB) 문을 두드렸다.

초창기엔 아마추어 선수들이 졸업과 동시에 미국행 비행기를 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프로에서 경력을 쌓은 선수들이 빅리그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이번 겨울만 해도 3명의 한국 프로야구 최정상급 선수들이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시도했다. 하지만 김광현(SK)과 양현종(KIA)는 꿈을 미루게 됐고, 강정호(넥센)만 500만 2015달러에 단독 협상권을 얻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줄다리기 중이다.

입찰금액이 발표됐을 당시만 해도 강정호의 미래는 장밋빛일 것만 같았다. 상대적으로 앞선 두 투수의 조건에 비해 훨씬 좋았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강정호 계약에는 많은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피츠버그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내야진이 탄탄한 구단 중 하나다. 웬만해서는 지갑을 잘 열지 않는 스몰마켓팀이다. 그런 구단이 가장 많은 액수로 포스팅에 참가했다는 것 자체가 강정호에겐 악재일 수밖에 없다.

강정호 입장에서 최고의 시나리오는 적정 수준의 연봉이 보장되는 가운데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는 유격수나 3루수 포지션이 약해 보강이 필요한 구단이 분명 있다. 하지만 피츠버그는 다르다. 많은 연봉을 받기도 어려울뿐더러, 입단한다 하더라도 치열한 주전 경쟁을 펼쳐야 한다.

주전 확보는 계약 이후의 문제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계약 성사 여부다. 즉, 피츠버그 구단이 강정호가 만족할만한 수준의 금액을 제시하느냐다. 전례를 들춰봤을 때, 강정호가 원하는 수준과는 많은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강정호가 2년 후 한국에서 FA가 되는 것이 돈만 봤을 때는 더 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많은 선수들이 해외진출을 논할 때마다 ‘도전’이란 단어를 꺼낸다. 특히, 메이저리그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면 보장된 현실을 외면하기 어렵다. 어쩌면 강정호도 같은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수 있다.

류현진(LA다저스)의 경우는 ‘도전’보다는 ‘진출’ 의미에 가깝다. 포스팅 금액부터 모두를 놀라게 만들었고, 만족스런 대우 속에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최고의 투수답게 현지에서도 인정받는 분위기 속에 ‘정복자’ 신분으로 미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외의 선수들은 언제나 냉혹한 현실 앞에 직면했다. 2000년대 중반의 이승엽도 그랬고, 최근 김광현-양현종도 같은 케이스. 결국 도전을 포기하고 일단 현실을 받아들였다.

삐딱한 시선으로 보면 그들이 말한 ‘도전’은 더 큰 무대를 향한 것이 아닌 ‘더 많은 돈’을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표현은 마치 ‘도전자’가 된 것처럼 했지만, 실제로는 충분한 대우를 받고 빅리그에 진출하는 ‘정복자’가 되길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류현진처럼 될 순 없었다.

물론 진정한 의미에서의 도전을 택한 선수들도 있다. 이상훈과 구대성, 그리고 최향남 등이 그 범주에 속한다. 그러나 이들의 미국 진출은 모두 전성기를 넘긴 30대 후반이 된 이후였다.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는 나이에 그런 선택을 한 선수는 여태껏 한 명도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팬들은 누군가가 진정한 도전을 통해 한국 프로야구의 수준을 입증하길 바란다. 한국 프로야구 출신의 타자가 빅리그에서 성공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강정호에게 거는 기대가 특히 크다. 그러기 위해선 강정호가 모든 욕심을 버리고 진짜 도전자의 신분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과연 강정호의 빅리그 진출은 모두가 바라는 것처럼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까. 예상과 동떨어진 금액이 피츠버그 쪽에서 제시된다면, 강정호는 김광현이 그랬던 것처럼 보장된 미래와 더 큰 무대를 향한 꿈 사이에서 어려운 선택을 해야만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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