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그리피 주니어(1987년 1순위)는 역대 전체 1순위 선수 중 가장 위대한 선수로 손꼽힌다. ⓒ 게티이미지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First-Year Player Draft)는 각 구단들이 유망주들을 지명해 팜(farm)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농사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신인 드래프트의 시작은 지난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자유계약 제도를 채택했던 이전까지는 소위 부자구단들이 거액의 계약금으로 특급 유망주들을 싹쓸이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했고, 결국 전년도 승률의 역순 방식으로 지명 순번을 배정하는 드래프트 제도가 도입됐다.
지난해까지 정확히 50회째를 맞은 신인 드래프트는 북미(미국, 캐나다)와 푸에르토리코 고졸 또는 대학 진학 중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룰이 개정되고 있으며, 무엇보다 FA(자유계약) 선수들의 보상권이 걸려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매년 8월 열리는 신인드래프트는 미국 전역에 생중계될 정도로 야구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는 대표적인 야구 행사 중 하나다. 그리고 가장 먼저 지명을 받는, 즉 전체 1순위 선수에게는 당연히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된다.
특급 중에서도 최고라 할 수 있는 전체 1번 지명 선수는 지금까지 모두 49명이 탄생됐다.(1971년 대니 굿윈은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지명됐지만 계약을 거부하고 대학에 진학했다. 그리고 4년 뒤인 1975년 캘리포니아 에인절스로부터 다시 전체 1순위로 지명된다) 그렇다면 이들은 메이저리그에 입성해 성공가도를 달렸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체 1순위 선수의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은 하위 라운드 선수들에 비해 훨씬 높은 편이다. 전체 1순위 지명 자체가 야구에 대한 자질이 상당하다는 뜻이며, 이들은 마이너리그서부터 체계적인 지도와 관리를 받는다. 하지만 농구나 다른 종목과 비교했을 때 성공 확률이 훨씬 떨어지는 게 중론이다. 그만큼 야구는 멘탈과 환경, 시간과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종목이다.
물론 1980년대 이전까지 1순위 또는 각 구단 1라운드 지명자들의 성공확률은 지금과 비교했을 때 현저하게 떨어진다. 하지만 점차 체계를 갖춰나가고 구단들이 몸집을 불린 80년대 이후부터는 유망주 육성에 많은 투자가 이뤄졌고, 스카우트들의 눈도 점점 정확해지기 시작한다.
실제로 전체 1순위 출신 중 MVP를 받은 선수는 단 6명이다. 이중 1974년 텍사스의 제프 버로우즈(1969년 1순위)만이 80년대 이전 지명자이며, 켄 그리피 주니어(1997년 수상), 치퍼 존스(1999년), 알렉스 로드리게스(3회 수상), 조 마우어(2009년), 조시 해밀턴(2010년) 등은 현역 또는 최근에 은퇴한 선수들로 편중되어 있다.
치퍼 존스(1990년 1순위)는 그리피와 함께 명예의 전당 입성이 유력하다. ⓒ 게티이미지
명예의 전당 입성자가 없다?
공교롭게도 전체 1순위 지명 선수들 중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선수는 아직 단 1명도 없다. 심지어 후보군에서도 찾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이제 곧 만나볼 수 있다. 1987년과 1990년 전체 1순위로 선발된 켄 그리피 주니어와 치퍼 존스가 그들이다.
2010년 은퇴한 켄 그리피 주니어는 바로 내년 명예의 전당 입회 자격을 얻는다. 첫해 입성이 유력하며 관건은 득표율을 얼마나 얻는가의 여부다. 은퇴와 함께 영구결번으로 지정된 애틀랜타의 전설 치퍼 존스도 확실시 된다. 존스의 입회 자격은 오는 2017년이다.
가장 많이 지명된 포지션은?
역시나 투수가 가장 많은 1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우완 투수가 12명, 좌완이 5명이다. 투수에 이어 외야수가 12명으로 두 번째로 많고 유격수가 9명이나 된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한 성장 속도가 가장 느리다는 포수 포지션도 6명의 1순위 선수를 배출했다. 거포들이 즐비한 3루수(4명), 1루수(2명)는 의외로 많은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2루수 출신은 전무한 상황이다.
고졸 투수를 지명해서는 안 된다?
17명의 전체 1순위 투수 중 고졸 선수는 단 3명이다. 텍사스 출신의 좌완 파이어볼러였던 데이빗 클라이드는 ‘샌디 코펙스의 재림’으로 불리며 1973년 전체 1순위로 지명됐다. 등장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지만 빅리그 6년간 18승 33패 평균자책점 4.63만을 기록한 뒤 사라졌다.
1991년 뉴욕 양키스가 지명한 고졸 좌완 브라이언 테일러는 아예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아보지도 못했고 급기야 은퇴 후 감옥을 들락거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바로 지난해 1순위로 지명된 브래디 에이켄은 팔꿈치 인대 문제가 불거졌고, 결국 휴스턴과의 계약에 실패했다. 나머지 14명의 투수 1순위 선수들은 모두 대졸 출신이다.
전체 1순위 선수들의 이모저모
△ 지난 50번의 신인 드래프트서 고졸과 대졸(또는 재학)의 지명 비율은 정확히 반반이다. 나란히 25회씩 지명됐다. 고졸 출신 선수도 충분히 가능성을 인정받는 모습이다.
△ 2012년 전체 1순위인 카를로스 코레아(휴스턴)는 사상 처음으로 미국 출신이 아닌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다.
△ 1966년 스티브 칠콧(뉴욕 메츠), 1991년 브라이언 테일러(뉴욕 양키스), 2004년 맷 부시(샌디에이고)는 메이저리그를 밟지 못한 채 은퇴한 3명의 선수들이다. 특히 칠콧에 이어 전체 2순위는 ‘미스터 옥토버’이자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레지 잭슨. 그리고 맷 부시 다음으로 지명된 선수는 그 유명한 저스틴 벌랜더다.
△ MVP와 골드글러브, 실버슬러거를 모두 받은 선수는 단 3명이다. 켄 그리피 주니어(1987년 시애틀), 알렉스 로드리게스(1993년 시애틀), 조 마우어(2001년 미네소타)가 그들이다.
△ 사이영상 수상자는 2012년 탬파베이의 데이빗 프라이스가 유일하다.
△ 가장 화려한 커리어를 지닌 전체 1순위 선수는 MVP 3회와 골드글러브 2회, 실버슬러거 10회를 수상한 알렉스 로드리게스다. 하지만 약물 스캔들로 얼룩져있어 켄 그리피 주니어가 가장 위대한 1순위 선수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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