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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찾아 헤매는 문재인 그러나...'안개 낀 광주공항'


입력 2015.05.04 17:41 수정 2015.05.04 17:51        이슬기 기자

'반성문'들고 간 광주서 "문재인 물러가라" 문전박대

동교동계 회동에다 비노계 직격탄 연일 당내 사퇴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광주 서구을 국회의원 보궐선거 낙선인사를 위해 광주를 방문한 4일 오후 광주공항에서 문대표가 도착하기에 앞서 시민들이 기자회견을 진행, 문 대표의 정치적 책임을 촉구하고 있다. 문 대표는 이날 이들과 마주치지 않고 다른 통로로 공항을 빠져나갔다.ⓒ연합뉴스

4.29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출구’ 찾기에 나섰지만, 안갯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표 취임 후 첫 시험대였던 선거에서 당의 텃밭이자 심장부인 광주와 관악을 모두 잃은 만큼, 수습책 확보 역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문 대표는 4일 호남민심 수습을 위한 낙선인사차 광주를 찾았으나, 공항에서부터 문전박대를 당했다. 시민 20여명이 광주공항에 몰려와 “문재인은 더 이상 호남 민심을 우롱하지 말라”며 문 대표의 방문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날 일부 시민들은 공항 출구에 모여 문 대표를 기다리며 ‘호남을 더 이상 우습게 보지 말라’, ‘호남이 봉이냐’, ‘친노 물러가라’는 내용이 쓰인 플래카드와 피켓을 흔들거나 “문재인은 사퇴하라. 새정련은 정신차려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항의가 거세지자 문 대표는 결국 이들을 피해 다른 출구로 공항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마을회관에서도 문 대표의 ‘굴욕’은 계속됐다. 이날 첫 일정으로 방문한 서구 서창동 발산마을회관의 한 주민은 “우리 서구을에는 주인다운 국회의원이 없었다”며 “몇십년간 뜨내기들이 이름 걸고 당선됐고, 그 다음에는 또 다른 분이 들어오고, 또 통진당에서 저기(해산)해서 내버리고, 그러니까 사실상 주체성을 잃어간다”고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논란이 됐던 공천 문제도 정확히 꼬집었다. 그는 “대표께서 공천하시면서도 심사숙고해서, 대표님이나 주위분들도 (이야기) 듣겠지만 그 울타리 밖의 말을 많이좀 들으셔서 주인좀 찾아달라”며 “서구 을의 주인을 확실히 찾아달라”고 호소했다. 자당의 텃밭인 유권자로부터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당내에서 문 대표를 향한 서슬은 더 퍼렇다. 앞서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이번 선거 참패의 원인으로 문 대표를 지목하는 규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번 참패는 친노패권정치에 대한 국민의 경고다. 경쟁력없는 후보를 내세워 야권분열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비판했고, 유승희 최고위원도 “광주 참패는 더이상 나눠먹기식 공천은 안된다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말했다. 그간 문 대표를 향해 종종 날을 세워온 전병헌 최고위원은 “할말은 많지만 오늘은 않겠다”며 대놓고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

여기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직계 인사모임인 동교동계도 오는 6일 회동에서 문 대표의 사퇴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비노계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번진 ‘지도부 총사퇴’ 요구가 완전히 사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동교동계의 이번 회동은 사퇴론에 또다시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탈당 행보도 계속되면서 문 대표의 입지를 더욱 불안케 하고있다. 새정치연합 소속 이대주 춘천시의원이 4일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으로 당선이 됐지만 지역과 주민을 위한 의정활동을 하기 매우 힘들었다"며 탈당을 선언한 것이다.

이날 이 의원은 "춘천시 맑은 물 동의안을 통해 20년간 묵은 물 값을 정리하고 춘천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찬성했는데, 당론이라고 포장해 새정치민주연합 춘천시지역위원장까지 동원해 반대하라고 회유와 협박을 받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시민이 바라는 시의원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탈당 사유를 밝혔다.

앞서 정태호 전 관악을 후보의 선거운동을 돕던 이행자 시의원이 “특정 계파가 당을 독식한다.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겠다”며 새정치연합을 탈당하는 과정에서 1000여명의 지지자가 이탈한지 채 한달도 안 된 시점이다.

한편 새정치연합이 오는 7일 신임 원내대표 경선을 앞둔 만큼, 문 대표에 대한 견제 분위기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5명의 후보군 중 대다수가 재보선 패배 책임론과 계파 문제 해결을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 소속 한 관계자는 “선거에서 망한 마당에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특히 친노의 움직임에 또 시선이 쏠릴 거다. 눈치를 보고 있을 것”이라며 “선거 책임론과 대표 사퇴주장이 완전히 가시기 전에는 문 대표도 한동안 몸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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